'피기' 보고 짧은 잡담

2023.08.21 17:42

thoma 조회 수:306

Pigg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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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 라우라 갈란과 감독 카를로타 마르티네스 페레다. 영화 시작 장면을 찍고 있네요. 

라우라 갈란은 고등학생으로 나오는데 실제 나이 당시 35세라 해서 놀랐습니다. 정말 어려 보입니다.

감독  자신이 어릴 때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이 영화 속 동네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왓챠에 며칠 전에 올라 왔습니다. 아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작하면 끝까지 시선을 붙잡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성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보신 분들 말씀대로 귀여운 구석도 있었고요. 후반부 폐공장 장면 경우는 스릴 있으면서 인물들 관계도 재정립 되고 주고받는 폭력도 아주 그럴듯하게 짜여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성장영화로 봤어요. 이 영화에서 길, 도로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사라가 초반에 수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돌아오던 길은 참 보기도 난감했어요. 수치와 고통과 혼란 속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뜨거운 도로를 걸어야 했으니까요. 이런저런 동네에서의 불안한 일들을 겪고 며칠이 지난 후, 마지막 장소에서 일을 치르고 그 도로를 다시 걸어 동네로 돌아갑니다. 수영복을 입고 도로를 걷던 때의 사라와 온통 피로 얼룩진 채 도로를 걸어가는 사라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동네 외곽에서 수치와 회피의 무지막지 난감한 감정을 안고 집에 돌아왔던 사라가 역시 동네 바깥에서 자신의 온몸으로 밀어붙여 결판을 보고 그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살, 몸, 육체성이었습니다. 영화 시작할 때 사라네 가게가 정육점이라 거기 있는 돼지머리, 살고기 발라내기, 순대가 되는 과정 등이 나옵니다.  이어서 사라의 손, 발, 입과 얼굴이 나오고요. 그리고 사라의 몸에서 체액도 계속 나옵니다. 코피, 오줌, 생리혈, 마지막엔 머리에서 피도 흐르고요. 과체중인 사라의 적나라한 부피감 있는 살집도 당연히 오래 나옵니다.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인지 연결지어 의미화하긴 어려웠어요. 다만 사라의 몸에 대해 저는 상당히 자연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살이 많은 배와 다리를 이상하게 느끼지 않도록 찍었을까요. 그냥 살이 많은 몸입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몸에선 생리활동이 일어납니다. 끊임없이 체액이 나옵니다. 살아 있는 우리의 몸의 자연스러움. 폐공장에서 사라는 죽고 싶지 않다고 두 번 말하고 있었어요. 유괴범과 붙어 싸울 때의 사라의 육체성 그리고 정확한 사격 솜씨는 감동적입니다. 허약하고 마른 몸이 줄 수 없는 강렬함이 있어요. 

작은 규모에 만족감은 큰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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