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의 생고기 드레스.

2010.09.14 14:54

mithrandir 조회 수:24562


경고: 위 제목은 비유가 아니라 진짜 마트에서 파는 생고기를 뜻합니다.

오늘 국내 뉴스에도 방영된 비주얼이긴 합니다만,
선명한 정지 사진으로 보기엔 시각적으로 꽤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아까 뉴스를 틀어놓고 있는데 해외 토픽에 레이디 가가의 MTV 뮤직비디오 아워즈 수상 소식이 나오더군요.
근데 뉴스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내용.
화려한(혹은 기괴한) 의상으로 유명한 레이디 가가가 이번 시상식에서도 여러번 옷을 갈아입었는데
그 중 하이라이트를 생고기 드레스로 장식한 모양입니다.


(사진 출처: mtv.com)



재미있는 퍼포먼스라고 생각했는데,
레이디 가가가 이걸 입은 건 처음이 아니더군요.
얼마전의 일본판 보그 표지에서도 이 패션을 선보였다는 듯.
그 때는 드레스가 아닌 비키니였다고 하네요.



(사진 출처:...?? 기억이 안남.)




이 드레스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던 건, 
이 의상이 몇달전 한 현대미술 회고전에서 보았던 작품 하나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Jana Sterbak의 "Vanitas: Flesh Dress for an Albino Anorectic"이라는 작품이지요.
물론 레이디 가가가 입고 나온 이 드레스가 우연히 겹친 것일 수도 있고,
퐁피두 전시에서 이 작품을 본 가가가 "아,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라고 생각해서 만든 의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전시에서는, 80년대에 만들어진 생고기 드레스가 세월이 지나 
낡은 가죽처럼 변한 상태의 실제 드레스와 함께,
이 드레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생고기를 그대로 입고 있는 작가의 사진이 함께 걸려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거쳐...)

(이렇게 변하죠)



레이디 가가가 이번에 입은 그 드레스도 세월이 지나면 원시인들이 입던 가죽옷처럼 변하겠죠?



뉴스를 보았을 때 몇가지 궁금증이 들기는 하더군요,
과연 저 옷을 가져올 때 냉장고에 넣어 왔을까,
핏물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옆사람한테 냄새가 나지는 않았을까 등등…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것: 저거 1등급 고기였을까?)


(사진 출처: mtv.com)


(사진 출처: mtv.com)



시상식장에서 생고기 지갑(!)을 대신 들어줘야 했던 셰어는 
자신의 트위터에 재미있는 예술 행위였다고 칭찬을 남긴 방면,
PETA에서는 지난번 보그 재팬 커버때무터 비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비난하는 행위 자체는 이해가 갑니다. 다만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군요.


어쨌든 대중문화 스타가 현대예술을 끌어오는 행위 자체는 반갑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고기 드레스라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가 지나친 비주얼이었을지도 모르죠.
과연 다음엔 뭐가 나올지.
나중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처럼 벌거벗고 벽에 매달려 노래를 부른다거나,
갑자기 물감통을 들고 나와서 액션 페인팅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거나...
아니, 역시 현대예술 코스프레라면, 작품 자체보다 의미 부여에 중점을 두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흰색 나시티를 입고 나와서,
그 나시티가 현대 사회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는
200페이지짜리 팜플렛을 공연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건 어떨까요?
물론 표지는 레이디 가가의 수수한 척 하면서 은근히 화려한 최신 화보로 장식해야겠지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78
126726 이강인과 나폴리 daviddain 2024.07.17 109
126725 [핵바낭] 말머리 그대로입니다. [14] 로이배티 2024.07.17 434
126724 [왓챠바낭] 어쩌다 일본 B급 액션 3연타, '블랙폭스: 폭렬닌자시대'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7.16 159
126723 24 황금종려상 션 베이커(플로리다 프로젝트) 신작 아노라 예고편 [2] 상수 2024.07.16 234
126722 프레임드 #858 [4] Lunagazer 2024.07.16 52
126721 일생의 라이벌 변희재 vs 진중권 [5] catgotmy 2024.07.16 527
126720 (그냥 아주 짧은 잡담) 엄마 손 잡고 가는 외갓집 김전일 2024.07.15 195
126719 “닭을 죽이지 않는 복날을…” 동물권단체, 복날추모행동 열어 [3] ND 2024.07.15 497
126718 에피소드 #98 [4] Lunagazer 2024.07.15 64
126717 프레임드 #857 [4] Lunagazer 2024.07.15 55
126716 [왓챠바낭] 하찮지만 즐겁습니다. '하이킥 엔젤스' 잡담 [8] 로이배티 2024.07.15 234
126715 티셔츠 샀어요. [10] Lunagazer 2024.07.15 350
126714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미래의 범죄Crimes of the Future’ 이번주 개봉 [6] ally 2024.07.15 283
126713 일본 스님의 노킬(0kill) 마리오 클리어 챌린지 [1] 상수 2024.07.15 156
126712 프로이트에 대해 catgotmy 2024.07.15 99
126711 음침한 관찰자 [2] Sonny 2024.07.15 365
126710 샤넌 도허티 사망,EZ UP광고 [10] daviddain 2024.07.15 452
126709 빔프로젝터, 4K UHD 블루레이플레이어, OTT 근황. ND 2024.07.15 131
126708 알카라스가 앞서가네요 [5] daviddain 2024.07.14 120
126707 [왓챠바낭] ...걍 궁금해서 봤습니다. '사무라이 vs 좀비' 잡담 [2] 로이배티 2024.07.14 1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