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전 교통사고로 다리를 분질러 먹었고 현재 목발을 짚고 다닙니다.

워낙 겁이 많고 몸 다루는 센스가 없는 편이어서 목발 적응하느라 힘들었어요. 새벽에 화장실가다 꽈당꽈당한다든지.

지금도 그리 능숙한 건 아닙니다만 누가 부축해주면 계단 오르내리기 시도할 정도. 많이 돌아다님 힘들긴 해요.

 

근데, 미용실에 가려고 해요.

머리 한 지 반년 내지는 칠개월이 돼 가니 시꺼멓게 자란 머리는 마치 백수광부 헤어란 말입니다. 백수광부가

농담이 아니라,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흰머리가 한두 개씩 발견되기도 했어요!!! 이게 므야!!!!!

해서, 미용실에 가볼까...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제는 이곳이 경기도 양주라는거. 양주는 의정부보다 좀 더 북쪽에

있는 동네입니다. 제가 몇 년째 단골삼은 미용실은 압구정에...꿀꺽. 혼자 갔다가 비명횡사하는 일이 생길까봐

벱후님을 소환합니다.

 

-나 묭실가고 싶은데 강남까지 같이가줄래, 도전! 첫외출!!

-미친놈아 강남은 무슨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갈라그랰ㅋㅋㅋㅋㅋㅋ 너 목발짚고 아파트 앞이나 걸어봤냨ㅋㅋㅋ

-엘리베이터 타면 됨!!

-아 그냥 양주 미용실 가라곸ㅋㅋㅋㅋ

-안돼ㅠㅠㅠ내 머리는 반드시 그녀-맨날 예약하는 선생님-가 잘라야 한단 말이야ㅠㅠㅠ 알잖아 머리채 귀신 습격 받은거, 아무한테나 자르면 안됨ㅠㅠㅠㅠ

-그건...그런데-_-

(※ 머리채 귀신의 습격: 경추를 다쳐 두달간 목 기브스를 하고 일자로 누워만 있었던 저. 파마머리가 베개에 뭉개져 짚신처럼 엉킵니다. 결국

애인님이 싹뚝 잘라줬는데, 몇 달이고 엉켜서 두피를 쥐어뜯는 형상이었던지라 자른 다음에도 누가 머리를 쥐어뜯는듯 지끈지끈. 벱후와

저는 이 현상을 '머리채 귀신'이라 명명하였죠. 두피가 지끈거리는 밤이면 누워서 이렇게 우는 겁니다. '놔, 놔 이냔아 흑흑...' )

-도전!!!!

-첫도전이 왜 앞산이 아니라 안나푸르나냐고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니가 셀파햌ㅋㅋㅋㅋ

 

대충 '첫 등정에 안나푸르나 초이스' 컨셉 되겠슴미다. 전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환승에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벱후님 말이,

엘리베이터 설치 안 돼 있는 역도 있으니 조사해 두라는거예요. 잉? 그럼 장애인들은 환승 어떻게 해! 뭐 그래!!! 부르짖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종로 3가 이런 데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고민에 빠집니다. 대체 내가 뭐 먹자고, 머리를 하겠다고 엄마찾아 삼만리 돋게

강남까지 절뚝절뚝 기어가야 하는가.........쟤 말마따나 내가 정말 미친걸까.........

갸우뚱하기 시작한 저를 벱후는 무한공략합니다. 학교 앞에 무슨 미용실에 가봤는데 싸고 좋다느니, 2층이지만 내가 업어서 올라가겠다느니

드립을 치면서요.

 

-..............수유? 노원?

-(밝아지는 목소리)노원 가자 노원. 요즘 롯백 세일임.

-응. 나 화장품도 사야지!!

-..너 돈은 있냐-_-

-보험사에서 줬....(<-그런 데 쓰라고 준 돈 아님..) 야 근데 백화점에 더페이스샵이랑 스킨푸드 있지 않낰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지하철에도 있어 그지얔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금요일 노원으로 낙찰! 양주 집까지 데리러 오겠다는 벱후님을 굳이굳이 만류해서 환승역까지 혼자 가기 도전하기로 했슘미다. 촉흠 떨려요;;;

확정하고 나니 '그래 강남은 무슨 얼어죽을...'이라며 안도의 한숨이 비어져 나오는군요. 압구정 0000묭실 0쌤, 그리워요. 다음에 당신에게 머리하게 될

그날은 과연 언제란 말입니꽈, 목발따위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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