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5 04:47
잘 오셨어요. 자, 여기 뜨거운 보리차가 있어요. 두 손으로 보듬어 쥐면 마음까지 따뜻해 집니다. 여기 구석 의자, 나무로 만들어서 궁둥이가 조금 아플 수도 있지만 대신 눈치 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자세로 앉아 계셔도 되요.
뭘 주문 하신다고요? 모스 버거? 아, 이 시간에 드시면 살찌니까 그냥 먹었다 생각하고 보리차를 조금씩 조금씩 흘려 넣으며 마셔보세요.
그래, 이 시간까지 잠 못 이루는 사연은 무엇인가요? 일이 많아서 야근 중인가요. 연말을 앞 둔 분위기에 취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나요. 혹은 떠나간 사랑때문에 잠이 안 와요? 사연이야 어떻든 뜨거운 보리차 한 잔 드시고, 주무셔도 좋고 아니면 기운내서 일을 다시 하셔도 좋겠네요.
밥도 안 주고, 보리차 한 잔 달랑 내오면서 왜 이름은 심야 식당이냐고요? 아, 전 맛있고 기쁘게 먹어주는 건 잘하는데 요리는 잘 못해요. 제가 직접 한 요리를 기대하시면 안되죠. 실은 몇 번 해보긴 했는데, 그거 다 제가 먹었어요. 때깔부터 무섭다고 아무도 손을 안 대더라구요. 그래도 심야 보리찻집보다 심야 식당이 왠지 요즘 유행스러워서 그냥 붙였어요. 억울하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시덩가.
주인장은 이 시간에 뭐하냐고요? 사연은 커녕 시차때문에 일찌감치 잠들었다 일찍 일어난 것 뿐이랍니다. 새벽 다섯시에 보통 일어나는데, 오늘은 일어나니 새벽 세시네요. 어제 저녁 8시에 기절하듯 쓰러져 잠이 들었기에 사실 잠을 푹 자고 일어난 셈이죠.
지금도 깨어있는 손님은 왜 깨어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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