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8 17:03
The Pale Blue Eye
이틀 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입니다.
스콧 쿠퍼 감독, 크리스찬 베일, 해리 멜링, 질리언 앤더슨, 토비 존스 외에도 출연진이 매우 놀랍습니다. 로버트 듀발, 샤를로트 갱스부르, 티모시 스폴 같은 분들이 나옵니다. 분량이 짧긴하지만요.
눈덮인 한겨울의 사관학교에서 생도가 괴이하게 죽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수사를 맡은 수사관 크리스찬 베일과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을 가진 이 학교의 생도로 나오는 해리 멜링이 협력하여 범인을 찾는 내용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데 번역은 안 되었네요. 작가가 포를 많이 읽었고 실제 역사와 픽션을 조화한 쓰기를 잘 하신다고 합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신작이라 모처럼 재빨리 봤는데 베일보다는 해리 멜링의 연기와 대사 처리가 더 훌륭하게 다가왔어요. 해리 멜링은 만화 주인공처럼 생긴 외모에 눈이 정말 초롱초롱하더군요.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키가 180? 저는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리암 니슨에게 착취당하는 순회극단 연기자로 처음 제대로 본 것 같은데 그때 장애인으로 나와선지 실제 키가 저렇게 크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코엔 형제의 그 작품에서도 연기 좋았어요.
스콧 쿠퍼 감독의 예전 영화 '아웃 오브 더 퍼니스'에 출연한 크리스찬 베일도 매력이 잘 살지 않는 캐릭터였던 기억인데 '몬태나'는 못 봐서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에서는 베일의 대사처리가 의도적이기도 하겠으나 너무 웅얼거리는 저음이 많아서 영어권 사람들 자막 없으면 알아들을까 싶을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암스테르담'에선 연기가 신나 보이더군요. 저는 이용하지 않아 예고편만 보았는데 보신 분들 어떠셨는지.
이 작품은 연출이 좀 심심하고 저에게는 이야기 자체가 그리 설득력 있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즐길거리가 없진 않아요. 눈밝은 분이라면 영화가 끌고가는 대로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면서도 일말의 의혹을 갖고 마음 속에 범인을 점찍어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흰 눈으로 덮인 경관이라든가 19세기 초반의 한밤이 자주 등장하는 으스스한 배경이니까요. 출연 배우들 보는 맛으로 또는 이런 분위기 좋아하신다면 볼만 하실 듯해요.
그나저나 크리스찬 베일은 외모와 연기력을 멋지게 살려 줄 영화가 더 안 나오는 것이 아쉽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외모를 일그러뜨린 역할이던데, 예전 팬으로서 몸을 불리고, 말리고, 흉터에, '고르' 등등은 그만 보고 싶네요.
2023.01.08 17:29
2023.01.08 18:04
감독 자신이 꼭 하고 싶어하는 무엇인가가 안 보인달까 그렇죠. 베일과는 혹시 사돈의 팔촌? ㅎㅎ 아마도 작업 해봤던 감독과의 편안함을 중시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이번 영화도 위에 적은 것처럼 추천하기가 애매한 영화였습니다.
베일 배우는 놀란 감독과 '프레스티지' 같은 작품을 함 더 해주면 좋겠으나 그럴 일은 없을 듯...
2023.01.08 18:54
해리 멜링은 어느샌가 완벽한 넷플릭스 정직원이 되어 있군요. '카우보이의 노래', '올드 가드',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다가 '퀸스 갬빗'이랑 이 영화까지! ㅋㅋ 해리 포터 배우들 중에 성인 배우로 알차게 잘 나가는 많지 않은 경우 같기도 하구요.
배우들도 좋고 소재도 제 취향이긴 한데 적어주신 내용을 보니 엄... 뭔가 전 크리스찬 베일 영화들이랑 잘 안 맞거나 인연이 없나 봐요. 배우님이 저랑 취향이 많이 다르신 듯.
2023.01.08 20:02
해리 멜링은 자기 색깔 분명히 살려가며 잘 하는 거 같습니다.
베일과 함께할 엄청난 한 방이 있잖아요. '아메리칸 사이코'ㅎ
생각해 보니 무겁고 진지한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긴 하네요. 최근작 '암스테르담'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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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쿠퍼 감독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더라구요. 비주얼이나 분위기도 잘 잡고 출연진들도 쟁쟁한데 작품 전체적으로 보면 항상 아쉬운 구석이 여기저기 있어요. 특별히 흥행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가도 꾸준히 그냥 그런 편인데 스타배우인 베일이 이 감독을 편애해서 계속 이정도 규모의 작품들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네요 ㅎ 몬태나는 봤는데 그냥 평소의 베일이었어요. 훌륭한 연기지만 그냥 이정도는 기본 상한선인 배우라서 특별히 매력이 잘 사는 역할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해리 멜링은 언급하신 '카우보이의 노래'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 모습으로만 기억하던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죠. 이후로 넷플릭스 작품들에 많이 출연하면서 점점 비중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출연진이 쟁쟁하지만 감독 이름 때문에 망설여졌던 작품인데 리뷰들이랑 thoma님 글도 읽고나니 더 손이 안가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베일은 이제 나이도 있고 건강에 무리가 갈만한 그런 연기는 슬슬 자제했으면 싶은데 본인이 워낙 그런 배역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이 분야의 원조인 드니로 어프로치의 로버트 드니로 본인도 중년쯤 되고나서는 그냥 편안하게 자기 모습으로만 연기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