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8 00:02
- 1986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59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이런 이미지 참 좋아하고 이것도 멋지다고 생각은 하는데, 당최 무슨 영화인지는 1도 짐작이 안 가네요. ㅋㅋㅋ)
- 컴컴한 밤에 어떤 집에 침입하는 사람의 1인칭 시점으로 시작합니다. 장난감들 잔뜩 굴러다니는 걸 보면 어린 애들도 사는 집인 듯 하고, 계단을 다 올라가서 침실에 들어가 잠든 부부를 바라보는데 아내가 눈을 뜨고는...
장면이 바뀌면 윌 그래험이라는 은퇴 FBI 요원을 옛 상관이 찾아가 컴백하라고 졸라대는 상황이 보입니다. 이 분은 무려 한니발 렉터 박사를 잡아 넣은 유능한 정보 분석가인데, 그때 정신적, 육체적 데미지를 심하게 입고 은퇴했어요. 그리고 졸라대는 옛 상관은 '양들의 침묵' 시리즈로 익숙한 그 분, 잭 크로포드죠. 물론 배우는 다릅니다만. 암튼 우리 길반장 윌 그래험씨는 가족들이 신경 쓰여서 한사코 마다하지만 뭐 결국 일을 수락하구요. 맡게 된 일이란 도입부에 살짝 보여준 저 사건, 일가족을 잔인하게 몰살 시키고 시체를 갖고 괴상한 짓거리를 해 놓고 사라진 속칭 '이빨 요정' 사건입니다. 지금껏 두 건을 저질렀는데 매번 보름달이 뜰 때였고, 이제 다음 보름달까지 남은 시간은 보름!! 과연 우리 그래험씨는 능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 렉터찡은 얼마나 출연해 줄 것인가!!!!?
(주인공은 우리 상남자 길반장님!!!)
- 그러니까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죠. 영화화 된 것도 '양들의 침묵'보다 먼저인데 이 영화가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잊혀지는 바람에 그만... ㅋㅋㅋ 그래도 세월이 흘러 '숨겨진 수작'으로 꾸준히 언급되며 이제는 나름 인정 받는 듯한 분위기입니다만. 어쨌든 인기가 없는 건 마찬가지여서 ott에는 없고 네이버에서 유료 대여만 가능했는데, 왓챠 이번 업데이트에 이게 올라와 있지 뭡니까!!! 어찌나 기쁘던지. 아니 진짜로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와서 걍 네이버에서 빌려야겠다! 라고 결심한 게 엊그제였거든요. ㅋㅋ 고마워요 왓챠.
(한니발에겐 큰 기대하지 마시구요. ㅋㅋ 캐릭터에도 배우에도 별 문제는 없지만 그냥 비중이 많이 작습니다.)
- 나아중에 어른들의 사정으로 '한니발 라이징'이 나오면서 두 번째로 밀렸지만 사실은 이게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지요. 하지만 한니발 렉터는 이미 잡혀서 감옥 신세이고, 그 한니발을 잡아 넣은 유능한 FBI 요원이 주인공인 이야깁니다. 클라리스 스탈링도 못 한 일을 해냈으니 정말정말 짱 유능한 요원임이 분명한 요 캐릭터는 우리 길반장님이 수고해 주시고요. 제가 얼마 전에 봤던 '늑대의 거리'가 1985년작이니 고작 1년 전. 알고 보니 이 분 젊었을 때 이미 뜰만한 찬스는 다 잡으셨었군요. ㅋㅋ 두 영화의 감독이 다 강한 남자 좋아하는 윌리엄 프리들킨, 마이클 만이라는 것도 괜히 재밌어요. 알고 보니 상남자였던 길반장님... ㅠㅜ
아 근데 이게, 결국 이야기 구조는 후속작인 '양들의 침묵'과 거의 같습니다.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잭 크로포드가 FBI요원 하나를 간택해서 사건에 밀어 넣고, 간택된 요원이 옥중의 한니발 렉터를 만나서 사건 진행에 대한 조언을 듣고요. 렉터는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요원을 갖고 놀면서 딴 꿍꿍이를 전개하고... 뭐 이런 식이에요. 알고 보니 '양들의 침묵'은 재활용 이야기였던 것... ㅋㅋㅋ
(이 양반 우아한 척 하던 건 다 젊은 조디 포스터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던 게 아닌지... 저 깜찍한 양말 좀 보시구요. ㅋㅋㅋ)
- 다만 영화의 분위기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감독 차이도 있지만 어차피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들이니 그냥 원작의 차이가 크다고 봐야겠죠.
근데 재밌게도 그게 각 감독들 성향이랑 잘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마이클 만의 영화이고, 그래서 칙칙한 쏴나이들이 나와서 유난히 야경 색감에 신경을 쓴 도시를 누비고 다니며 각자의 '전문성'을 뽐내며 대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요원은 물론 렉터도, 이빨 요정 살인마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구요. 특히 이 영화의 경우엔 FBI가 참 성실하고 유능하게 나와요. 사실 '양들의 침묵'만 해도 뭔가 FBI가 일을 잘 한다기 보단 걍 클라리스&렉터 둘이 큰 일 해냈네.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원탑으로 유능하긴 하지만 나머지 FBI 사람들이 굉장히 잘 서포트를 해주고요. 그 과정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뽐내는 장면들도 많이 나와요. 덕택에 다 보고 나면 상당히 멀쩡한 수사물을 보고 난 기분이 듭니다.
(유능하고 성실한 FBI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 비슷한 거죠.)
- 듣던 대로 한니발 렉터는 많이 안 나와요. 그리고 브라이언 콕스는 안소니 홉킨스처럼 그렇게 막 임팩트 있는 연기를 하진 않는데... 그냥 이 영화에는 이 톤이 맞았어요.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가 그냥 건조한 톤이기도 하고, 또 분량이 적은 데다가 후반 들어가면 아예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주인공 vs 살인마 구도로 흘러가구요. 특히 주인공의 비중이 큰데... 나름 재밌는 캐릭터였어요. 그러니까 계속 말했듯이 유능한 요원인데, 설정이 좀 특이합니다. 이 분의 그 '유능함'이란 게 뭐냐면, 아주 열심히 노력하면 살인마의 입장이 되고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라는 거거든요. 바로 전에 '멀쩡한 수사물 느낌'이라고 적어 놓은 게 좀 걸리지만... ㅋㅋ
다행히도 환타지 영역까진 안 갑니다. 장면 연출만 보면 그냥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과 범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머릿속에 때려 박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정도... 의 느낌입니다만. 문제는 이런 식으로 살인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직장도 때려 치웠는데 이 망할 잭 크로포드가 소환을 하고, 또 렉터가 이 틈을 파고 들고. 불쌍한 길반장! 좀 이런 느낌입니다.
(디용디용 살인마 빙의 프로파일링 중이십니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중반을 넘어 후반 근처까지 가면 갑자기 살인마의 모습을 짠~ 하고 공개하면서 이 녀석의 입장을 나름 공들여서 보여준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이 나아쁜 놈에게 살짝 연민을 느낄만한 사연을 연출해 줘요.
하지만 제가 21세기에 이걸 보고 있다 보니 정말로 연민을 느낀다기 보단 '아니 감독 & 작가님 이거 진심입니까?' 이런 기분으로 보고 있었는데요. ㅋㅋ 천만 다행히도 쫌 그러다가 결국 천하의 싸이코 맞는 걸로 마무리 되니 부담 가지실 필욘 없습니다. 길반장님 대사로 확실하게 정리까지 해줘요. "그 녀석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성인인 지금은 그냥 살인마일 뿐이니 잡아 죽여야죠." ㅋㅋㅋㅋㅋ
근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건 좀 아구가 안 맞는달까. 그런 느낌도 드네요. 클라이막스에서 이 빌런 양반이 하는 짓들이 워낙 험악하고 꼴 보기 싫어서요. 뭘 굳이 그 직전에 그런 걸 보여줬나 싶더라구요.
(영화로 볼 땐 되게 기분 나쁜 장면이었는데 짤로 보니 예능 벌칙 게임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분명히 배우가 잘 했어요. ㅋㅋ)
(하지만 굳이 짠내나는 장면들을 넣어줄만한 캐릭터였나... 싶기도 하구요.)
- 다 좋은데 음악은 살짝 별로였습니다. 이 감독님 영화들이 음악도 되게 좋을 때가 많았는데. 이 영화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전형적인 헐리웃 스릴러 음악이라는 느낌이면서 선곡들도 '최선입니까?' 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특히 막판 몇 장면이 좀 갸우뚱스러웠는데... 뭐 이건 그냥 제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
(주인공 아내 역할은 킴 그리스트. 이 분 이름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아마 열 중 아홉은 저처럼 '브라질' 빠돌이겠죠.)
- 배우들은 뭐, 막 화려한 건 아니지만 영화 톤에 어울리게 잘 했습니다.
길반장님의 우울 심각 상남자 연기도 괜찮았고. 살인마 역할 톰 누난도 연민 갈 때나 그냥 죽일 놈일 때나 잘 어울렸구요. 얼마 전 '겟 쇼티'에서 뵈었던, 그리고 최근에 돌아가신 데니스 파리나의 잭 크로포드도 뭐. '양들의 침묵'에서 그 분과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는 것만 빼면 괜찮았어요. ㅋㅋㅋ 그리고 이 살인마와 엮이는 시각 장애인 여성 역으로 조운 앨런이 나옵니다. 제가 본 이 분 모습들 중에 가장 젊은 모습이었는데, 게다가 또 역할이 좀 섹시한 역이라 신선하기도 했네요. 그런 것도 잘 어울리시더라구요. 하지만 제가 반평생 동안 기억하는 이 분의 첫 등장은 이미 다 큰 딸래미 키우는 존 트라볼타 아내 역이었어서... ㅋㅋ '페이스 오프'요.
(당시 한국식 나이로 31세의 영한 조운 앨런님이십니다. 생각난 김에 더 따져 보니 '페이스 오프' 때 고작 42세였네요. 아... ㅠㅜ)
- 암튼 그래서 재밌게 봤어요.
'양들의 침묵'과 중복 캐릭터들이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질감이 전혀 다르니 오히려 더 재밌더라구요.
마이클 만이 본인 스타일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구경한다... 는 생각으로 봐도 나름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구요.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양들의 침묵' 대비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 렉터가 덜 강조되고 메인 빌런이 딱히 천재 같은 건 아니어서 드라마틱한 맛은 약하지만, 대신에 좀 더 멀쩡하고 디테일한 수사 과정이 나오니 취향에 따라선 오히려 이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모로 평작 이상은 되는 작품이니 이런 스릴러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챙겨 보시구요, 저처럼 한참 전부터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계시던 분들은 왓챠를 찬양하며 얼른 달리시길. ㅋㅋㅋ
(다시 한 번 명복을 빌구요.)
+ 한 가지 특이한 점. 여기서 '이빨 요정'이 저지르는 짓들은 나중에 한니발 렉터가 하는 짓들과 비교해서도 꿀릴 게 없을 정도로 끔찍한 걸로 나옵니다만. 그걸 전혀 안 보여줍니다!!! ㅋㅋㅋ 그래서 잔혹한 장면들 못 견디시는 분들도 편하게 볼 수 있어요. 정말 거의 하나도 안 보여주는 수준인데, 왜 그랬는지는 알 것도 같구요. 이 나쁜 놈이 어른은 물론 어린 애들까지 다 잔혹하게 살해하거든요. 당시에 차마 그런 장면을 넣을 수 없으니 걍 패키지로 다 안 보여줘 버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원작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사실 좀 헐겁다 싶은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주인공의 특기가 '범인 심정 이입하기'라고 했잖아요? 근데 정작 범인을 잡을 결정적인 힌트는 그냥 성실하고 집요한 증거 검토를 통해 평범하게 얻어요. 굳이 감정 이입 이런 거 안 해도 됐겠네? 라는 생각에 피식 웃었구요. 렉터 박사님도 '양들의 침묵' 때에 비해서 주인공에게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괜히 진상질만 잔뜩.
+++ 그리고 우리 빌런님... 21세기에 등장하셨음 바로 '뭐야 또 인셀이냐!!!' 라고 욕 먹고 조롱 당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빨리 데뷔하길 잘 하셨어요(?) 영화 다 보고 나서 원작 내용을 찾아보니 단순 인셀 범죄자라기엔 나름 뒷배경이 이것저것 있긴 한데, 영화에선 그게 대부분 생략되어 버려서 그냥 인셀 범죄자의 아주 모범적인 샘플로 보입니다. 허허.
++++ 이 영화의 촬영 감독이 단테 스피노티라는 분인데요. 재밌게도 2002년에 나온 똑같은 이야기의 리메이크작에서도 촬영 감독을 맡으셨네요. 그 브랫 래트너 버전 말이죠. 유명한 배우들 우루루 몰려나왔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렉터는 끝까지 1도 보탬이 안 됩니다. 오히려 주인공 돕는 척 하면서 잔머리를 굴려서 살인마에게 주인공 주소를 알려줘요. 주인공이 자기를 잡아 넣은 장본인이기 때문에 앙갚음을 하려는 옹졸한 짓입니다만. 그 후로 등장이 없어서... ㅋㅋㅋ
살인마는 이런저런 촬영 관련 일을 하는 회사 직원이었는데요. 불우한 성장 과정을 거치고, 또 외모로 인해 이래저래 따돌림 당하고 그러면서 생긴 분노, 그리고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 불만을 아주 토마스 해리스스런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었던 겁니다만. 같은 회사 직원 조운 앨런과 데이트를 하고, 심지어 우리 적극적인 앨런님의 리드로 섹스까지 치르고 난 후 잠시 갱생의 기운을 뿜뿜하거든요. 하지만 다음 날 조운 앨런의 집으로 찾아갔다가 직장 상사가 앨런을 챙겨주는 장면을 목격하곤 그걸 지 멋대로 착각하고 분노해서 상사를 죽여 버리고 앨런까지 자기 집으로 끌고 가서 죽이려고 하다가... 아주 좋은 타이밍에 달려들어온 주인공에게 총 맞아 죽습니다. 얼굴에 흉터는 좀 남깁니다만 뭐 그렇구요.
그리고 우리 길반장님은요. 세 번째 살인이 예정된 (보름달!) 시각 직전에서야 결정적인 걸 눈치 챈 거죠. 그 집 홈비디오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보다가 '아, 이 자슥이 범행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다 요 영상 속에 나오는 정보들로만 근거를 삼은 거였네??' 라는 걸 깨닫고 그 회사 직원들 중에 대략적인 프로파일에 맞는 놈을 추려 보니 우리의 진범 뿐이었다. 라는 과정을 거쳐 범인을 확정하구요. 바로 출동해서 교전 끝에 사살에 성공합니다.
찾아보니 원작에선 얼굴에 아주아주 큰 상처를, 사회 생활 불가능할만큼 크게 입은 데다가 렉터의 겐세이(...) 때문에 멘탈도 나가서 이혼하고 혼자 알콜 중독자로 살아간다는 희망리스 엔딩이었나 본데. 여기선 해피엔딩입니다. 얼굴에 상처는 남았지만 크지 않구요. 아내와 아들은 끝까지 주인공을 믿고 기다려줘서 셋이 바닷가에서 행복하게 거니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나요. 요즘 찜찜한 엔딩 못 견디는 체질이 된 제겐 참 다행이었죠. ㅋㅋㅋ
2023.06.18 01:07
2023.06.18 08:38
어차피 유명한 그림에서 따 온 제목이면서 뭐 그런 걸 신경을 썼나... 싶지만 나쁘지 않기도 합니다. ㅋㅋ 윌리엄 블레이크가 참 후대의 그로테스크 스릴러 & 호러 작가들에게 영감 많이 줬고 지금도 그런 것 같아요. 여기저기 자주 튀어나오더라구요.
브랫 래트너 버전이 우려에 비해 말끔하게 잘 나왔지만 말씀대로 헐리웃 공산품 느낌이 강하다고들 하더군요. 전 아직도 안 봐서 모릅니다. '양들의 침묵'만 몇 번 봤고 그 외의 후속작들은 아직도 안봤어요. 이참에 한 번 볼까 싶기도 하구요.
알렌 할머니는 저도 본 시리즈에서 가장 폼나고 멋졌던 것 같아요. 되게 옛날 배우스러운 우아함 같은 게 있죠. 이 영화에서 (의외의) 섹시한 캐릭터도 잘 어울려서 신기했구요. 길반장님은 참... ㅋㅋㅋ 기억력 좋으시네요. 딱 그 대사 맞습니다.
'내가 먼저 했거든!!' 귀여우시네요 콕스옹. ㅋㅋㅋㅋ 그렇게 특별하게 사악한 인상은 아니신데 희한하게 악역 전문에 그걸 또 잘 하시는 게 재밌습니다.
2023.06.18 17:02
이 영상인데 그냥 시간나시면 보세요 ㅋㅋ 귀여우십니다.
레드 드래곤은 브랫 래트너 미투 폭로 때문에 비호감이라 좀 박하게 말하게 되는데 분명히 일급 배우들이 나와서 만든 웰메이드 영화이긴 합니다. 이빨 요정이 무려 레이프 파인즈니까요 ㅋㅋ 양들의 침묵 히트 후에 나왔으니 당연히 한니발 비중이 확 늘어서 아예 윌이 한니발을 체포하는 과정이 오프닝 씬으로 나오고 중간 중간에 더 자주 등장합니다.
2023.06.18 21:01
'레드 드래곤'은 정말 과도할 정도로 캐스팅이 좋더라구요. ㅋㅋㅋ 에드워드 노튼에 에밀리 왓슨에 필립 시무어 호프먼, 하비 케이텔... 에다가 메리 루이즈 파커까지!
2023.06.18 02:00
2023.06.18 08:43
마이클 만은 저엉말 하고 싶은 것만 아주 천천히 준비해서 뚝딱 해치우고 또 장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것 같죠. 그래도 완전 은퇴는 안 하시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히트2를 만드는 건 좋은데... 알 파치노가 또 나오진 못할 거고 아마 아예 다른 얘기가 되겠군요. 그래도 나온다면 챙겨볼 것 같아요. ㅋㅋ
네 '도둑'에는 그런 대사가 자주 나왔고 주인공 마이클 칸도 딱 그런 가부장 히어로였죠. 심지어 배우도 이미지가 그렇네요. '대부'에서 맡았던 역할 때문에... 그래도 '미저리' 같은 데 나와서 봉변 당하는 연기도 되게 재밌고 좋았습니다만. '히트'에서 발 킬머 캐릭터를 다루는 태도도 그랬고 '콜래트럴'에서 주인공을 보여주는 방식도 그랬고 분명히 멘탈이 되게 옛날 사람인 양반인데 영화를 잘 만드니 그게 또 큰 거부감 없이 '옛날 스타일'이라는 느낌으로 납득이 되는 게 능력 같아요. 영화가 별로라면 그냥 구질구질한 옛날 사고방식 할배라는 생각만 들었겠죠. ㅋㅋㅋ
저는 저 짤을 보고 그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디테일이었군요! 역시 만 영감님다우십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가 우아하게 폼 잡는 걸 보면서 뭐라고 투덜거리셨을지 궁금해요. ㅋㅋㅋㅋㅋ
2023.06.18 10:12
2023.06.18 12:51
배우는 그냥 싹 다 바꿔야겠죠. 30년이 흘러 버려서 어떻게 해도 커버가 안 될 것 같습니다. ㅋㅋ
2023.06.18 07:44
한니발 렉터는 이제 괴담스러운 설화 속 존재같이 느껴집니다.
이 영화가 마이클 만 거였다니 급 흥미가 가요. 게다가 로이배티님 호평이라니 더 구미가 당기네요.
살인마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방식은 프로파일러들의 공식 수사기법 중의 하나라는 썰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납니다. 이 설정을 제일 확대해서 보여준 게 드라마 '한니발'이었던 거 같아요. 인셀 캐릭터도 실제 연쇄살인범들이 그런 성격과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하구요. 아무튼 리뷰를 보니 연쇄살인범과 그 수사관 설정은 원형에서 거의 다 만들어 둔 거구먼 하는 생각이 나네요.
2023.06.18 08:46
그렇죠. 그냥 그 자체가 장르이자... 뭔가의 '화신' 같아요. '아이콘'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기도 하구요.
저도 구전되는 호평들 때문에 관심 갖고 있다가 얼마 전에 '양들의 침묵'을 보고 나서 더욱 격하게 보고 싶어하고 있었거든요. 뭐 단돈 천 몇 백원이면 볼 수 있는 영화였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왓챠에 들어왔으니 비교할 수 없이 접근성이 좋아졌죠. 왓챠 계정 있으시다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기대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만든 웰메이드 연쇄살인범 수사극이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네 뭐 토마스 해리스가 문학적으로 되게 평가 받을 작가는 아니지만 자기가 반복해서 다뤄 히트 친 이야기의 원형 하나는 신경 써서 잘 다듬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그만한 히트작이 거저 나오는 건 아니었던 것. ㅋㅋ
2023.06.18 11:35
저도 매우 좋아하는 영화이긴 한데, 원작을 잘 살린 건 아니고, 그냥 마이클 만 범죄 영화지요.
원작은 호러 요소가 강한 스릴러고, 다른 영화판, 드라마판도 호러 요소가 강하고요.
처음 볼 땐 몰랐지만 최근 재감상했을 때, 클라이막스에서 빌런이 샷건을 펑펑 쏴대는 장면에서 참 마이클 만 영화스럽다 느꼈어요.
본문에서 범인의 잔인한 범죄 행각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언급하신 것도 감독님이 호러보단 형사물에 중심을 둔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이 영화 속의 달러하이드는 이해 불가능한 징그러운 사이코패스보단 강력범처럼 느껴지고요. 약간 똘끼있는 마약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후반부에 범인의 이상 심리나 생활상이 좀 나오긴 하지만 원작에 비하면 많이 간략화 되었고요.
원작 소설의 결말도 찝찝한 호러 요소를 잘 보여줍니다. (스포 방지 흰글씨) 주인공 형사님이 결국 범인을 잡긴하지만, 얼굴이 난도질 당해서 은퇴하거든요. 소설판 <양들의 침묵>에서 이후가 잠깐 언급되는데 완전 폐인이 된 걸로 나옵니다.
덧) 영화에서 촐싹대고 싸가지 없는 기자로 나오는 분이 요즘 노년간지로 유명하신 스티븐 랭이시죠ㅋㅋ. 나이들어 더 멋있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잘 나이드셨다 싶습니다.
2023.06.18 12:54
네 이야기 틀은 '양들의 침묵'과 거의 판박이인데 영화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다니! 하면서 봤습니다. ㅋㅋㅋ
다른 사람들이 만든 요 시리즈 영화들 생각하면 달러하이드가 가족을 해체(...)해 놓은 모습을 쿵! 하는 음악과 함께 장엄하게 보여주는 게 정석일 텐데 싹 다 시선 바깥으로 처리해 버리니 신기하더라구요. 말씀대로 비교적 리얼한 형사물, 수사물 분위기를 잡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원작 결말은 뭐, 작품 분위기엔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너무 싫더라구요. 마이클 만 엔딩 지지합니다. ㅋㅋㅋㅋㅋ
+ 아 정말 그렇네요?? '맨 인 더 다크'의 그 간지 할배가 그 분이었다니 너무 달라서 웃음이 나옵니다. ㅋㅋㅋ 말씀대로 잘 나이 드신 것 같고, 또 얼굴이 슬림해진 것도 영향이 큰 것 같구요.
2023.06.18 15:08
2023.06.18 21:33
촬영 감독님도 '히트'에서 또 함께 했더라구요. '히트'와 중복이 좀 있군요.
이 감독님 영화들 얘기 하면 거의 자동으로 소환되는 게 멜빌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 그런 생각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촤라랑~ 하고 참으로 그 시절스럽게 울려퍼지는 주제가를 듣고는 그만. ㅋㅋ 마이클 만은 확실히 성장형 감독이었구나, 했습니다.
2023.06.18 15:39
전 이거 좀 별로로 봤던 기억이 나요. 레드드래건을 재밌게 보고나서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브랫래트너판 결말의 윌의 운명을 놓고 말랑한 헐리우드 어쩌구 했던 평이 좀 빈정상해서 삐딱하게 봐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나의 곰상 길반장님이 너무 매끈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에 실망했을지도 모르고요. ㅎㅎ
2023.06.18 23:47
ㅋㅋㅋㅋㅋ 근데 정작 '레드 드래곤'의 결말과 이 영화의 결말은 그리 다르지도 않던데요. 원작 혼자 폭주했을 뿐 두 편의 영화는 다 굉장히 타협적인 결말인 듯 하구요.
길반장님은 뭐 매끈한 (터프가이) 청년 룩도 의외로 괜찮지만 역시 c.s.i.에서의 모습이 가장 좋죠. 성품 좋고 인자하던 모습이 참 잘 어울렸는데 젊을 땐 왜... 안 선생님 비슷한 걸까요. ㅋㅋ
2023.06.18 21:53
2023.06.18 23:54
늘 느끼는 거지만 oldies님은 아시는 것도 압도적으로 많으시면서 설명도 잘 해주시고 예시도 어떻게 이렇게 적절하게 잘 찾아서 넣어주시는지 감탄스럽습니다.
말씀하신 스콜세지 & 타란티노와 마이클 만 음악 비교가 되게 딱 와닿네요. 맞아요 막 공감이 됩니다.
뭐 물론 '그 시절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마이클 만 선곡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스콜세지 & 타란티노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죠.
사족이지만 음악 비평으로 시작해서 계속 그쪽 일로 아주 잘 먹고 잘 사시는 선배님께서 옛날에 '저수지의 개들'이랑 '펄프 픽션'을 보시고서 되게 감탄하시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요. 이 놈은 정말 음악을 많이 알고 센스도 쩌는 놈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던... ㅋㅋ
2023.06.19 11:35
엇, 그런 부끄러운 말씀을... 저야말로 사실상 혈혈단신으로 듀게에 심폐소생술을 해 오신 로이배티 님의 왕성한 필력을 늘 찬탄하고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공개 게시판에서 서로 얼굴에 금칠하는 것만큼 민망한 일도 없으니 생략하겠어요!
네, 뭐, 사실 음악도, 영화도, 세상 모든 것도, 절대 다수가 낡는 게 아니겠어요. 마이클 만 정도면 엄청 잘, 고색창연하게 낡고 있는 거고요. 그냥 낡는 게 느껴진다는 거지 저도 좋아합니다. 특히 탠저린 드림이 맡은 [도둑] 음악은 다른 대목들에서는 마냥 멋지고요. (저 결말 부분의 음악은 탠저린 드림이 음악 작업 마치고 투어 중이었는데 마이클 만이 뒤늦게 '어, 여기도 음악 하나만 더!' 해서 다른 작곡가인 크레이그 사판이 작곡한 거라고 해요. [최후의 스타화이터], [레모] 등을 작곡한, 탠저린 드림보다 훨씬 더 80년대스러운 작곡가니까 저렇게 튈 법도 합니다.)
스콜세지와 타란티노의 경우는 문득 DJUNA 님께서 14년 전에 쓰셨던 잭 스나이더 버전 [왓치맨] 리뷰의 "기타등등"에서 하셨던 말씀도 떠오르네요: "타일러 베이츠의 음악은 옥석이 섞여 있습니다. 그는 시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주로 기성곡을 재사용하는데, 오프닝 시퀀스처럼 아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코미디언의 장례식이나 베트남전 장면처럼 너무 노골적이어서 맥이 풀리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기성곡의 사용은 손쉬워 보이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만, 그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2023.06.19 01:17
정말 그런 느낌이네요. 생각해보니 전 히트에서 마지막 공항 엔딩씬에 쓰였던 모비 노래도 그렇고 마이애미 바이스 영화판 마지막 대결 준비과정에서 In the Air Tonight 흘러나올 때도 몰입하면서 보다가 잉? 했어요. 아무리 원작 TV 시리즈를 대표하는 곡이라지만 이 타이밍에서? 좀 오버센스 같기도 해요.
2023.06.19 11:47
영화 자체도 그렇지만 음악 취향도 조금 한정되어 있고 그 취향의 멋짐을 과신한다는 기분도 듭니다^^; 역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
그건 그렇고 저는 말씀하신 오리지널 TV 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In the Air Tonight" 장면을 최근에야 봤는데 그건 정말 어마어마하게 '쿨'하더라고요! 당연히 그것도 무지하게 80년대 감성이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사용해 버려서 조금도 낡지 않고 그냥 시대를 대표하는 이정표로 남아버린 느낌이랄까?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하게 80년대스러운 [탑건]의 "Danger Zone" 오프닝 앞에 도저히 낡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것과 비슷하겠네요.) 그걸 보면서 결국 마이클 만은 평생에 걸쳐 이런 걸 하고 싶은 사람이고, 실제로 이런 걸로 유명해진 사람이기도 하지만, 정작 따지고 보면 마이클 만조차도 이 정도로 수준에 도달한 순간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제목 레드 드래곤이 무슨 무술영화 느낌이라서 바꿨다고 들었는데 심플하면서도 길반장님, 이빨 요정 모두에게 해당되는 느낌이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개봉당시에는 평도 약간 애매했고 흥행도 안되서 나중에 대박난 양들의 침묵과 홉킨스 옹의 한니발 렉터를 또 써먹기 위해 만들어진 이번엔 제목을 그대로 계승한 '레드 드래곤' 때문에 흑역사 취급도 당하고 브라이언 콕스의 연기도 묻히고 여러모로 안습한 작품입니다 ㅠㅠ
저도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래곤을 다 보고나서 우연히 이런 영화도 있었다는 걸 알게되서 뒤늦게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 마이클 만 필모에서 히트 다음으로 좋아할 정도로 맘에 들었어요. 그냥 너무 멀끔한 전형적인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로 나온 '레드 드래곤'과는 달리 확실한 감독 본인의 개성을 잘 살린 하드보일드 범죄물이라서 차라리 레드 드래곤을 지우고 이걸로 삼부작 취급을 해줬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라이징 뭐시기 그건 모르겠구요 ㅋㅋ
본 시리즈의 팸 연기를 보고 팬이 된 조안 알렌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저도 반가웠고 '리브 앤 다이' 글 때도 썼지만 길반장님은 역시 이런 쪽 전문가가 잘 어울립니다. 특히 그 희생자 여인 집에 전화 걸어서 자동응답기에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서 미안해요.' 그런 말이 나올 때 '나도 미안해요...' 뭐 이런 비슷한 대사를 치는 씬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니발 렉터는 후속작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위협적이지만 그냥 흑막의 배후 정도의 비중이고 브라이언 콕스가 딱 역할에 맞게 잘 소화해주신 것 같아요. 어느 인터뷰에서 한니발 렉터 연기에 대한 썰을 푸는 걸 봤는데 토니(앤쏘니 홉킨스 애칭인듯?)가 진짜 아이코닉하게 잘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했다는 거는 알아주세요 뭐 이렇게 유쾌하게 얘기하시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