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1 23:01
저번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전학 온 지숙은 같은 반 왕따 소녀 은영과 엉겁결에 친구가 됩니다.
은영과 은영의 엄마는 엄마의 폭력적인 전남편을 피해 지숙의 방에 숨는데, 둘이 다음 날 학교
갔다가 돌아가 보니 방은 엉망이 되어 있고 지숙이 지금까지 모은 5백만원과 함께 은영 엄마가
사라졌습니다.
딱 [한공주] 오프닝이라, 전 박근범의 [여고생]에서 한국 청소년들이 얼마나 끔찍한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실주의 영화를 기대했어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반대였어요. [여고생]은
대실 해밋이 원작을 썼다고 해도 믿을만큼 전형적인 하드보일드물입니다. 터프한 탐정, 살인사건,
누명 쓴 여인, 유산을 둘러싼 음모... 다 나와요. 단지 1940년대 로스앤젤레스여야 할 배경이
21세기 한국 교외로 옮겨졌고, 샘 스페이드 역할의 주인공은 고물 바이크를 돌돌돌 몰고 다니는
긴머부 전학생이 하고 있지요.
어두운 이야기지만 영화는 종종 실없이 웃깁니다. 이런 인공적인 장르물의 이야기를 한국 배경으로 진지하게 읊으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죠. 위험한 악당들은 모두 나사가 하나 정도 빠져 있고 장르 성격상 '사실주의'
영화에서 불가능한 결말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한국 영화 특유의 억울함이 없어서 관객들은 비교적 편안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을 포함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속이 빤히 보이게 귀여워요.
여전히 하드보일드인 건 맞는데 곰인형처럼 동글동글 귀여워진 하드보일드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 패러디나 귀여움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고민은 진짜이고 이들의 연대 역시 진짜예요. 영화가 버디 무비에서 퀴어를 오가는 이 회색 지대를 탐구하는
동안 두 소녀에게 냉소적이기는 힘듭니다.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인 공예지와 박예영의 화학반응이 좋습니다.
공예지의 경우는 장르적 과장과 한국식 사실주의 사이를 적당히 오고가며 그럴싸하게 하드보일드 탐정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면서 참 좋았더랬습니다.
고른 장르를 고려해보면 눈에 뜨이는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고 이야기가 사방팔방 흩어지는 후반부의
편집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했다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여고생]은 챙길 것이
많은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정말 드물게 보는 '소녀탐정물'이에요. 이런 영화가 조금 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15/12/01)
★★★
기타등등
서독제 GV에서 박예영 배우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나왔던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빨리 나으시길.
감독: 박근범, 배우: 공예지, 박예영, 박지아, 박혁권, 다른 제목: Girl on the Edg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Girl_on_the_Edg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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