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24 13:14
1. 야경 : 죽음의 택시(2017. 71분.)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는 왜 그랬을까요...)
- 야간에 손님을 태운 후에 '너님 직장인이에요 학생이에요?'라고 물어본 후 학생이면 보내주고 직장인이면 낫으로 찹찹 죽여버리는 (아니 왜... ㅠ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네요. 범인은 잡혔는데, 우리 주인공 최기자님은 그게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홀로 남몰래 탐사 보도를(어떻게?) 계속하다가 실종이 되었대요. 도입부에는 그 최기자님의 여동생이 나와서 이런 설명을 한참 하다가 취재 영상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들이밀어요. 그럼 이제 푸티지 영상으로 넘어가면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호러 영화가 시작되겠죠.
(이 분이 주인공 말고 오프닝과 엔딩 액자를 장식하는 주인공 동생님.)
-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 무료로 풀려 있는 영화였는데. 한국 호러라서 좀 찾아보다가 매우 못 만든 영화라는 평 몇 개 읽어보고 잠재워뒀는데. 왓챠에서 또 보이길래 클릭해봤더니 유저 평가가 딱 하나. 근데 '되게 못 만들었는데 그래도 무서울 땐 무섭다'고 적혀 있길래 아... 그래 뭐! 어차피 70분인데!! 하고 눌러봤어요. 누른 김에 끝까지 봤구요. 지금 드는 생각은 왓챠에는 왜 나쁜 리뷰 신고 버튼이 없을까... (쿨럭;)
(진짜 주인공 최기자님 되시겠습니다. 이 영화의 거의 유일하게 좋은(혹은 안 나쁜) 부분이랄까요.)
- 길게 설명할 의지가 안 생기는 총체적 난국 무비입니다. 시작부터 '파운드 푸티지' 느낌 정말 1도 안 들구요. 촬영도, 연기도, 편집도, 각본도 모두 구려요. 아주 좋게 말해도 옛날 옛적 공중파 납량 특집 괴담 에피소드 하나... 정도 퀄인데 이야기도 재미가 없는 거죠. 사실 뭔 이야기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저것 긴 설정이 있는데 다 주인공들 대사로 설명되구요. 이야기는 걍 소문 듣고, 발견해서, 따라갔다가 다 봉변당한다. 이게 전부이고 액션 장면이나 연출에 아무 아이디어도 없어요. 걍 하회탈 쓴 남자가 녹슬어서 잡초도 못 베게 생긴 낫 들고 뛰어옵니다. 끝.
거기에다 덧붙여 등장 인물들이 너무 짜증이 납니다. 특종에 목이 말라 윤리성 집어 던지는 기자... 라는 설정을 통해 무슨 드라마나 교훈이라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보다보면 말투나 행동이나 다 그냥 짜증짜증만.
그리고 무섭기는 정말 개뿔... ㅋㅋㅋㅋ 그래도 이거 감독님이 계속해서 호러/스릴러 외길 가는 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다른 작품들은 아직 본 게 없지만 이것만 놓고 봐선 음... 뭐 그렇습니다. 다른 걸 확인하기가 두려워지네요. ㅠㅜ
(저런 낫으로 맞으면 뭐 매우 아프긴 하겠지만 뭐... 걍 주방에서 아무 칼이나 꺼내 오는 편이.)
- 너무 험한 말만 해서 죄송하니 그나마 장점을 뭐 하나라도 억지로 끄집어내 보자면... 주인공 최기자역을 맡은 주민하 배우는 그래도 무난하게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 또 예쁩니다. (쿨럭;) 근데 어떻게 활동하고 지내시나... 검색해보니 인생 대표작이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라는 종편 프로그램에서 대역 재연 역할 맡고 있는 거군요. 음. 뭐 어쨌든 저보단 잘 살고 계시겠죠!!!
(하지만 파운드 푸티지를 만들면서 이런 장면을 굳이 집어 넣는 건 오마주일까요 개그일까요 아님 그냥 센스 없음일까요.)
- 암튼 그렇습니다. 보지 마시구요. 음... 안 보시면 됩니다. 끝.
놀랍게도 이미 속편이 나와 있고... 또 검색을 해보면 속편도, 이 본편도 호평 기사들이 꽤 보입니다. 허허. 솔직히 기사 쓴 사람들을 차단(?)하고 싶어집니다(...)
- 그리고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요약하기도 귀찮게 무매력 스토리입니다만. 대충 말하자면 기자, 카메라맨, 음향전문가 3인조가 수상한 택시를 발견하고 쫒아요. 음향이 경찰에 신고하자고 71분 동안 50회 이상 얘기합니다만 주인공 최기자님은 다 필요 없고 자긴 특종 잡겠대요. 그러다 미행이 들통나고, 택시에 탄 희생자가 죽는 걸 보고는 죽어라 내뺍니다. 근데 최기자님이 핸드폰을 흘렸다네요. 다시 가요. 핸드폰 찾았는데 이제 돌아가자는 걸 최기자가 '저 쪽에서 이상한 소리 나지 않아?'라며 고집부리다가 결국 음향, 최기자는 죽고 카메라맨은 실종된 후 DMZ에서 정신나간 누드 상태로 발견됩니다. (왜...;)
그리고 도입부에 나왔던 최기자 여동생은 사실 언니 죽음엔 별 관심도 없고 이걸로 어떻게든 떠 보려는 거였는데요. 암튼 됐고 그냥 살해당합니다. 왜인지 묻지 마세요. 영화 만든 사람들도 잘 모를 겁니다. 그러고나선 그 여동생을 인터뷰하던 사람들이 미쿡으로 날아가는 걸로 끝... (왜;;;)
2. 죽음의 집(2014, 92분)
('Death is below' 라서 포스터 하단에 악령 사진이라니. 정직하신 분들...)
- 몽골 영화입니다. 그래서 봤어요. 몽골 호러는 과연 어떤 느낌!!?
암튼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면 한 가족이 좀 황량한 동네의 말끔한 새 집에 도착합니다. 남편이 지인에게서 아주 싸게 산 집인데 가격 대비 아주 좋다고 모두 행복해하네요. 다만 거실 바닥에 꼭 이블 데드 오두막 같은 문짝이 하나 달려 있고, 그게 못으로 박혀 있고, 밤만 되면 이상한 소리가 나고... 그럴 뿐입니다. 하지만 내 집 장만의 로망 앞에서 이쯤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딸이 학교에서 이상한 친구를 데려 온 다음 날 실종이 됩니다. 죽어라 찾아다니지만 어디에서도 안 나오구요. 도와달라고 처제 부부를 부르는데 제부가 저 문짝을 뜯어보자며...
(의도적인 건지 제작 여건 때문인진 몰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광각입니다. 가끔 음식이 가장자리로 가면 먹방 유튜버들 화면 보는 기분이.)
- 최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정리해보고자 노력했습니다만. 아. 안타깝게도 몽골 호러는 이걸로 끝내려구요. ㅋㅋ 뭐 어차피 이거 말고 다른 몽골 영화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처음부터 완성도는 기대하지 않았고, 그냥 제가 잘 모르는 몽골이라는 나라의 특색 같은 게 궁금해서 봤습니다만. 일상 장면에서 그런 게 소소하게 보이긴 해요. 하지만 중심이 되어야할 호러 파트에선 그런 특색은 모르겠고 그냥 허술하구나... 라는 생각만 들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그냥 영화적 완성도를 놓고 얘기하자면, 아마도 한국의 호러 거장 양병간의 마스터피스 '무서운 집' 정도가 경쟁 상대이자 비교 대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서운 집'에서 느꼈던 재미와 비슷한 종류의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슬쩍 시도해보셔도 나쁘지 않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무서운 집'이 훨씬 재밌다는 거. 그러니 '무서운 집'을 안 보신 분들은 그것부터 보세요. 명작이니까요. 왓챠에 있습니다!!!
(어쨌든 완전 넓습니다!! 그것이 몽골이니까!!!!!)
- 스포일러는 대략 이래요.
딸이 데리고 왔던 이상한 친구는 당연히 악령이었습니다. 딸이 사라진 후로도 계속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머리통 360도 회전 같은 개인기를 선보이지만 특별히 뭘 본격적으로 하진 않고 계속 나타나기만 해요. 남편은 제부와 거실 바닥 문을 열고 들어가 보는데, 아래엔 무슨 지하 땅굴 같은 게 있지만 어차피 따라가 보지도 않으니 상관 없습니다.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제부가 혼자 자빠져서 다리에 철근을 박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제부를 병원에 실어 보내고 나니 이제 처제가 혼자 허공을 보며 헛소리를 하고, 생고기를 뜯어 먹고 난리를 치다가 급기야는 자기 언니(=아내)를 칼로 찔러 죽이고요. 그러고 나서야 이유 없이 정신 차렸다가 화를 내는 남편에 쫄아서 도망치다가 2층에서 백스탭으로 호쾌하게 떨어져 사망. 홀로 남은 남편은 혼자 멘탈 나가 여기저기 배회하다 이 집을 불태워 버리기로 작정하는데, 기름 다 끼얹고 불 붙이려는 찰나에 경찰이(왜;;;) 출동해서 연행해갑니다만. 끌려가는 차 안에서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해 버린 듯 합니다. 그러고 끝... 인데.
마지막에 보면 딸이 살아 있어요. 처음 이사왔을 때 자꾸만 와서 '아 여기 살지 말고 얼른 이사가~' 라고 몇 번씩 오지랖을 떨면서도 끝까지 이유는 설명 안 해준 얄미운 동네 할매가 악령들 피하라고 자기 집에 데려다 놨네요. 가만 보면 이 할매랑 딸이 가장 나쁩니다. 처음부터 이유를 설명을 해주든가. 모르는 할매가 데려와서 며칠씩 붙잡아두고 있는데 집에 가지도, 연락 해 볼 생각도 안 하는 딸도 참...
2023.01.24 14:00
2023.01.24 14:15
잉여력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늘 좀 희한한 걸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되는데, 당연히 타율은 매우 낮구요. ㅠㅜ
올레 티비를 켜놓고 딴 짓을 하고 있으면 그놈이 이것저것 영화 vod들 영업을 하거든요. 짤막한 '출발, 스포일러 여행' 비슷한 건데, 며칠 전에 제가 무슨 영활 볼지 고르는 동안 그 '인생은 아름다워'가 흘러 나오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짜증부리는 류승룡 캐릭터 대사만 듣고 있어도 화가 나서 이건 보지 말아야겠다 싶더군요. 듀나님 리뷰를 보면 그게 마지막 반전을 위한 밑밥이라고는 하는데, 류승룡씨 연기가 너무 실감이 나서(?)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아졌어요. ㅋㅋㅋ 그래도 염정아는 넘나 좋고 듣자 하니 제가 좋아하는 곡들도 여럿 나오길래 볼까 말까 했었는데. 상냥한 올레티비...
2023.01.24 16:52
극초반에 아내의 암진단 사실을 먼저 알게 된 류승룡이 "너 폐암이란다! 그러게 맨날 밀가루만 먹지말고 제대로 밥먹으랬지?" 뭐 이런 식의 대사를 치면서 식당에서 염정아 혼자 남겨두고 박차고 나가버리는데 거기서 끌까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 듀나님 리뷰에서도 그렇고 '운수 좋은 날' 김첨지 언급이 여러번 나온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필 류승룡이 연기도 쓸데없이 고퀄로 얄밉게 잘해버리는 바람에 ㅋㅋㅋ 그 마지막 반전도 뭐 딱히 대단한 건 아니구요. 결국 무뚝뚝한 츤데레 K-가장이라서 그랬다. 사실 속마음은 안그랬다 뭐 이런 류로 마지막에 쉴드쳐주는 그런 장치에 불과합니다.
쥬크박스 뮤지컬을 표방했기에 추억의 히트곡들을 듣는 재미는 있습니다만 뮤지컬 시퀀스들이 너무 그냥 무난무난하게 플래시 몹으로 떼워버리는 수준이고 원래부터 딱 그정도 기획이라서 그런 거겠지만.... 염정아의 열연이 오히려 안타까웠습니다.
2023.01.24 18:47
주인공들 연령대도 그렇고 선곡도 그렇고 애초에 나이 든 관객들을 타겟으로 해서 그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요즘 젊은이들도 뮤지컬, 유튜브 등등 덕에 여기 나오는 노래들 많이들 아는데요. 뮤지컬 씬을 좀 더 뮤지컬답게 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올레티비 영업 영상을 보며 해봤습니다. ㅋㅋ
2023.01.24 19:39
감독 필모를 보니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느낌이 왠지 본문의 영화와 같은 류인 것 같아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2023.01.24 19:42
2023.01.24 21:56
첫 번째 영화는 실제 살인 사건에서 소재를 따온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요,
택시 기사로 가장한 범인이 저지른 살인 사건들이 있었는데 학생이라고 하면 돈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보내고
직장인이면 돈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믈어보면서 피해자를 고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빌런이 밑도 끝도 없이 직딩들을 혐오하는 고용주였다 뭐 이랬으면 보는 직딩들이 오들오들 떨었을지도 모르겠네요.
2023.01.25 00:02
맞아요. 이 글 적고 나서 조금 더 찾아봤더니 2005년에 벌어진, 그리고 2016년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사건을 많이 참고했더라구요. 영화가 2017년에 나왔으니 그 프로그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을 듯.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말로 열심히 설명해대는 사건 디테일이 거의 같아요.
근데 왜 학생은 보내주나 했더니 그런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네요. 돈 되는 사람만... ㅠㅜ
2023.01.25 00:06
'야경'의 감독은 초저예산으로 엄청나게 많은 영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것 같던데, 퀄리티가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컬트 무비에 가까운 면도 있어서 어쩌면 매니아가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01.25 01:47
그런 것 같아요. 감독의 필모를 보니 장편만 열 편이 넘는 것 같아서 '대체 비결이 뭘까' 궁금해져서 좀 찾아봤는데, 나름 본인 영화들 내용들을 엮어서 '오인천 유니버스' 비슷하게 세계관 놀이도 하시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이후로 장편 영화가 없는 걸 보니 일단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이 열정과 실행력에 연출 능력도 조금 더 갖춰주셨으면 재밌는 감독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ㅠㅜ
어떻게 이런 물건들도 잘 찾아내서 끝까지 보시고 리뷰까지 올려주시는지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럽고 놀랍습니다. 무려 몽골 호러라니 ㅋㅋ 전 진짜 어지간히 평이 좋지 않으면 평생 건드려보지도 않을 류의 작품들이라 배티님 글로라도 읽어보는 게 더 흥미롭습니다. 명절 연휴에도 역시 호러물을 주로 보시는군요. 저는 뭐 볼까 하다가 염정아, 류승룡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넷플에 있길래 골랐다가 혈압만 올랐습니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