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대하여

2010.06.10 09:43

DH 조회 수:2960

어릴때 복권이 뭔지도 모르면서 많이 사러 다녔습니다. 88올림픽 기념 주택복권을 집에서 사모으셨거든요. 매주 복권 가게를 들락거렸습니다만, 소액이라도 당첨된 복권을 바꾸러 갔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복권이란 역시 그런 것인가봐요.

 

그 후에는 복권을 거의 사지 않았습니다. 학생때 몇 번 재미로 즉석복권을 긁은 적이 있는데, 천원 이상 되기가 힘들더군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짬뽕되면서 복권을 끊었습니다. 그러다 로또라는 물건이 나오면서 복권에 대한 로망이 달아올랐습니다. 매주 사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복권은 안한다"는 원칙은 무너졌어요. 회사 다니다가 아 정말 관두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사곤 합니다. 물론 다섯 게임을 샀는데 그 안에 쓰인 30개 약간 안되는 숫자에서 그 주의 당첨번호 6개가 단 하나도(!) 안나오는 사태를 겪기도 하다보니 저같은 인간은 복권에 당첨되서 팔자를 고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어제 미드 넘버스를 다시 봤습니다. 복권 강도 에피소드였는데, 수학자인 찰스 앱스 교수가 열변을 토하더군요. 어제 봤는데도 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는군요. ㅠㅠ

 

찰스 : 재미있지 않아요? 복권으로 만든 돈이 다른 아닌 수학교육에도 쓰인다는게. 확률을 공부할수록 복권을 안사게 될텐데.

 

찰스 : 사람들은 실제 확률보다 훨씬 당첨확률이 높다고 느껴지게 만든 게임을 하고 있어요. 47개 숫자중에 6개를 맞추라고 하지요? (맞나 모르겠네요) 그게 사실은 1400만개 숫자를 늘어놓고 하나를 맞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찰스 : (그러니까 사람들이 의미있는 숫자들을 쓰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생일이나 뭐 그런거요? 누구누구가 실제 구입된 복권을 놓고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제일 많이 쓰인 숫자 조합이 뭔지 아세요? 1, 2, 3, 4, 5, 6 이었다고요. 문제는 그렇게 대강 마킹한 조합의 당첨확률이 다른 조합들과 마찬가지로 1400만분의 1이라는 거에요!

 

찰스 : (그날 저녁 퇴근해보니 아버지가 즉석복권 긁고있음) 제가 의사 전달에 실패한 모양이군요.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 복권을 사게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814만분의 1이라는 말도 안되는 확률에도 불구하고, 한 주에 많게는 근 10명씩 당첨자가 나온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희박한 확률탓에 아무도 돈을 못타가고 그게 다 국고로 귀속되어 4대강 사업이나 국회의원 월급 지급에 쓰이는 꼬라지를 봐야 한다면 안사게 되지 않을까요? 매주 그렇게 당첨자가 쏟아지니 "나라고 안되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과 "번개를 몇 번 맞을 확률밖에 안된다더니 뭔 번개를 이리 많이 맞아? 순 뻥이구만!" 하는 생각이 조합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뭐 별 내용 없는 글이니 마지막은 설문조사로ㅋ. 로또가 되어서 세후에 약 10억 정도의 돈을 받아들었다면, 뭘 하실 건가요? 지금 하고 있는 생업은 관두실 건가요? 주변에 보면 당장 회사를 관두겠다는 의견과 수틀리면 관두겠다는 마인드로 즐겁게 다니겠다는 의견이 반반이더군요. 전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정도의 집을 사고, 직장 관두고, 나머지는 저축해놓고 이자 받으며 취미생활이나 즐기면서 평범한 월급쟁이 수준의 삶을 살고싶어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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