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23:21
[노인의 전쟁]을 쓴 존 스칼지의 책입니다.
이 시리즈는 [노인의 전쟁] 밖에 기억이 안 나요. 재미있게 읽었고 이어진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도 분명 읽은 것 같아 확인해 보니 구매이력이 있어요. 그런데 뒤의 두 권 내용은 생각나질 않네요. 재미가 없어서 잊었는지 대충 읽었는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지. 십 년 전인데 이렇게 내용이 기억 안 나니 좀 걱정됩니다.
[슬기로운 작가 생활]은 2001-2006년 초까지 자신의 블로그(Whatever)에 올렸던 글을 엮어 낸 책입니다. 미국에선 2007년에 나왔고 SF 전문 출판사 구픽에서 작년 8월에 나왔네요.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주는 실용적인 조언들이 반 이상의 분량을 차지합니다.
뒤로 가며 내용은 출판 관련 이런저런 트러블 포함한 현안과 SF와 SF작가에 대한 생각을 주로 블로그에 올라온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쓴 글로 되어 있고요.
그래서 삼분의 이 정도를 지나며 나오기 시작하는, 이 글을 쓰던 이십여 년 전의 미국의 SF 업계와 관련된 내용은 건성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SF 모르거든요. 미국의 대중문화에도 어둡죠. 그런가 보다...에도 못 미치는 겉핥기 수준으로 후딱후딱 지나갔습니다.
그럼에도 소개하게 된 것은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총 4장 구성 중 반 넘는 분량의 앞 두 장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그 두 장의 제목은 아래와 같고요.
1장 : 글쓰기에 관한 조언, 또는 진짜 일에서 도피하기
2장 : 야호,야호 내 작가 생활 이야기
인상적이었던 점을 두 가지 정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책의 성격과 관련한 것입니다. 제가 읽은 작가가 쓴 글쓰기 관련 책 중에 가장 '돈' 문제에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책이었어요. 제목을 '돈과 작가'로 해도 괜찮겠습니다. 어떤 꼭지에서는 본인의 연간 수입액을 소개하고 그 수입이 어디서 온 것인지 내역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글 몇 편 팔았다고 현 직장을 그만 두려는 초보 작가에게 딱밤을 치며 정신을 차리게 합니다.
'내 제안은 이렇다. 지금 여러분의 직업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가 아닌 한, 여러분은 글쓰기로는 지금 직업보다 돈을 못 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직업을 계속한다는 생각만 해도 죽고 싶어서 좁은 곳에만 들어가면 손목을 긋고 싶은 경우가 아닌 한, 일을 그만두면 안 된다....절대로 본업을 때려치우면 안 된다....존 그리샴과 스티븐 킹도 본업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요.
자신의 첫 책도 소개합니다. [온라인 금융 기본 안내서]. 지금도 기업과 계약한 마케팅 관련 글이 가장 주요한 고정 수입원이라고 하네요. 전공은 철학이라고 합니다. 청구서를 해결하게 해 주는 한 어떤 글도 마다하지 않고 공부해서 썼다고 합니다. 다만 본인의 정치적, 개인적 윤리관에 반하지만 않으면요.
짐작하시겠지만 매우 구체적으로 피부에 팍팍 와닿게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알려 주고 있어요. 글쓰기와 책을 쓰고 출판하는 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나 환상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귀기울여 들을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첫째와 통하는데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는 태도와 관련한 것입니다. 이분 글이 매우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그늘이 안 느껴지고 자신과 가족과 일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감이 가득하네요. 스스로 자신의 오만함을 인정하기도 하고요. 싫증도 지루함도 허무도 모르는 사람 같습니다. [노인의 전쟁]이 책으로 나와 호평 받고 다음 책 계약을 하던 시기라서 파이팅이 넘치는가? 그럴 수도 있겠죠. 하여튼 글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며 한 선택을 이야기하는데, 주저나 우울의 흔적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째서 모두가 가지고 있는 회한의 기미가 없지? 흠... 잘난 척이야, 또 나온다, 잘 산다는 자랑... 초보 작가에게 충고하는 실용서 성격의 책이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왜 두드러지게 보이는가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이 책이 본인 블러그 글이라 그런 특징이 더 두드러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뻗었습니다. 작가 정체성을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하는 본인 블러그 글은 유머와 단호함과 긍정왕적 밝음이 필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울하고 부정적인 내용으로 자칫 지루하게라도 한다면 온라인 상에서 방문자들을 확장, 유지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작가의 성격 자체가 환상이 별로 없는 명쾌한 분인데다가 매체의 특징이 상호상승 작용을 한 것 아닐까. 참 능력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반박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다른 방향의 접근도 떠오르기도 했지만 저와 같은 멍한 이에게는 유익했던 독서였습니다. 더 생각해 볼 점도 있었으니 생각해 보기로 하고, 급 마무리합니다.
2024.03.02 00:10
2024.03.02 10:32
장기적으로 버텨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
작가도 본인이 좋아하는 같은 분야 일이니 무슨 글이든 글을 쓴다는 것은 즐겁고 배움도 따르고 가장 중요한 생계를 해결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최종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설 책만으로 그런 게 가능해지는 것이지만 쓰고 싶은 글도 쓰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한다고.
이 글 쓰던 때로부터 20년 세월이 흘러 일부러 시간 내 쓴 것도 아닌(틈틈이 시간 낸 것이긴 해도) 이 책이 한국에까지 번역되었고, [노인의 전쟁]은 넷플에 팔렸다는 말도 들었으니 지금은 훨씬 행복해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ㅎ
2024.03.02 11:02
2024.03.02 11:16
아 좋아하는 작가입니까. 그럼 이 책 아주 재밌게 읽으실 겁니다. 전자책도 있으니 시도를!
그러게요. 넷플릭스 갈수록 왜 그러냐...
음악 관련 일을 하는 선배가 있는데. 지금은 폼나는 일 하면서 돈도 매우 잘 벌며 잘 살지만, 초창기부터 오랫 동안 생계를 감당하게 해줬던 건 세기말, 세기초에 유행했던 컴필레이션 앨범 두 개를 기획했던 거라는 얘길 하더라구요. 그 앨범들 없었으면 자긴 이 일에 정착 못 했을 거라고. 본문의 '온라인 기본 금융 안내서' 얘길 읽으니 생각나서 그냥 얘기해 봤습니다. ㅋㅋ
요즘엔 그래도 한국에서 장르 문학 하는 분들은 초기작 한 두 편만이라도 대박 나면 본업 때려치워도 될 정도로 잘 벌긴 하더라구요. 여러가지로 미디어 믹스도 되고 그걸 또 여러 군데 + 해외에다 판권도 팔고... 물론 '대박' 났을 때 얘기이고 그나마도 (속칭) 순수 문학 하는 분들에겐 해당이 안 되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