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국가부도의 날'을 봤습니다.
보게된 계기가 좀 엉뚱한데요.

오늘 점심에 유아인한테 지폐 여러장이 뿌려지는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생긴 사람이기도 하고, 돈이 뿌려지는 상황이 사진에 담기니까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1500129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해서 웃겼어요.

아무튼 그러고나서 저녁에 넷플릭스로 뭘 볼지를 찾는데 전에 찜해놓은 '국가부도의 날'이 눈에 띄는 거예요. 낮에 본 사진도 생각나고, 러닝타임도 2시간을 안 넘길래 바로 재생했습니다.

집에서 영화 뭐 볼지 고를때는 러닝타임이 참 결정적인 이유가 되더라구요. 2시간 이상하는 영화들이 참 많다보니..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흑



그렇게 영화를 보게 됐는데 영화가 저한텐 좀 별로였어요. 관객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려고 참 노력하는 거 같은데, 그 노림수가 너무 보여서 반감이 들더라구요. '빅 쇼트' 비교까지 갈 것도 없어보였습니다.

유아인 연기도... 왜 그리 쓸데없이 소리를 자주 지르고 힘이 들어가있는지.. 명연기, 명장면을 만들고 싶었을까요? 그게 극중 상황과 어울리거나, 배우의 연기가 설득력 있다면 인상적이겠지만 그냥 거북하기만 했어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레퍼런스로 삼지 않았을까 싶었던 그의 연기..
투자자들 상대로 피티할때는 역할로 안 보이고, 그냥 연설 장면 찍는 배우 같아서...


그리고 이 글의 제목과 관련한 얘기를 하자면요. '고증'이라는 단어까지 쓰기엔 사소한 부분일수도 있습니다만. ㅎㅎ
저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 시대에 안 쓰던 말투(특정 시기에 유행하다가 그 후로 자리잡은)가 나오면 집중이 너무 너무 확 깨져서 싫어합니다.

이 영화에선 '대박이다', '개멋있어' 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대박이라는 단어는 원래 있었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감탄사로 쓰이기 시작한건 분명히 2000년대 이후로 기억하구요. '대박'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해서 활발하게 쓰였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유행어였던 시절을 지나서 지금은 아예 일반적인 표현으로 자리잡았구요.

뭔가를 강조하는 표현으로 '개'를 붙이는 것도 2000년대 중후반 이후이죠.
제가 고등학생 때 얼짱 스타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 출연자가 mc한테 '개'라는 표현의 뜻과 쓰는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했거든요. (그 전엔 안 쓰이던 표현이라 어른들은 처음 보는 말이었기 때문에)
진짜 멋있을때 '개멋있어', 음식이 너무 맛있을때 '개맛있어'라고 표현한다는 말에 mc가 그럼 효녀한텐 뭐라고 하냐고 묻자, 출연자가 '개효녀'라고 답해서 사람들이 포복절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이런 표현들을 촬영 당시 30대였지만 24살 역할을 맡은 류덕환이 많이 했는데, 어려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요즘 애들'스러운 표현들을 애드립으로 많이 했겠구나 싶었어요.

얼핏 보면 시대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2000년대 이후로 유행하는 말들이었던 것을 촬영장의 사람들은 몰랐을 수 있으니 너무 예민하게 지적하긴 미안하지만, 시대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러면 집중이 심하게 깨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전에 '응답하라 1994'에서도 어떤 배우가 '대~~박'이라고 하길래 귀에 탁 걸렸던 기억이.. ㅎㅎ


근현대 배경의 시대극에서 언어 고증이 은근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겐 문제가 없어 보여도 그때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겐 '엥? 그땐 그런 말 안 썼어!' 옥에 티로 남게 될 수 있으니까요.


영화는 그냥 그랬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니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늘 생각했던 작품이라 오늘 보게된 것에 만족합니다.
유아인의 저 사진이 아니었다면 보는 것을 또 언제까지 미뤘을지 모르겠네요. ㅋㅋ


안 좋은 소리만 한게 마음에 걸려서 덧붙이자면, 이 영화 감독님의 다른 작품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래도 재밌게 잘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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