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6 00:15
스필버그의 [링컨] 이야기를 하면서 링컨의 신화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시작하면 존 포드의
[젊은 날의 링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헨리 폰다가 아직 수염을 기르기 전의 젊은 변호사
에이브러햄 링컨을 연기하는 영화지요. 한마디로 [링컨] 프리퀄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링컨의 젊은 시절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식료품상 가게
직원이었던 링컨은 독학으로 법률 공부를 하다가 첫 사랑인 앤 러틀리지가 죽자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스프링필드로 갑니다. 그곳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사무실을 연 그는 미래의 아내인 메리 토드와
정적인 스티븐 더글러스를 만납니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건은 링컨의 실제 전기적 사실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페리 메이슨과 같은 법정물에 속해 있어요. 독립기념일 축제 때 싸움이 벌어져 한 사람이 죽고 맙니다.
살인범으로 몰린 두 형제는 린치에 처해질 뻔하지만 링컨의 개입으로 무사히 법정에 서게 됩니다.
링컨은 그들의 변호를 맡지만, 형제는 누가 범인인지 말을 하지 않고, 그 사건을 목격한 엄마도
증언을 거부합니다.
실화냐고요? 일부분만요. 링컨은 1858년에 살인죄로 체포된 윌리엄 '더프' 암스트롱이라는 사람을
변호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린 것과 비교적 비슷한 방법으로 이겼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
사건을 링컨 최초의 사건으로 만들었고 이야기를 보다 장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거의
존 딕슨 카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나올 정도죠. 실제로 크리스티는 이와 아주 유사한 트릭의
단편소설을 쓴 적 있습니다.
전 이런 식의 유명인사 프리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젊은 날의 링컨]이 무척 아름다운
영화이고, 이 간촐한 이야기 안에서 링컨이라는 인물을 신화화하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드가 그리는 링컨은 민주주의 국가의 영웅입니다. 타고난 정치가이고 연설가이며
앞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을 운명이지만 평범한 출신에 평범한 욕망을 가진 평범한 젊은이지요.
영화가 전형적인 포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프링필드에 그를 집어넣고 이 두 가지 상반된 면을
무심한 듯 조율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노련하고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는
거의 완벽하게 캐스팅된 헨리 폰다의 덕을 보았지요.
[젊은 날의 링컨]에서 링컨의 전기적 사실을 찾는 것은 [마이 달링 클레멘타임]에서 와이어트
어프의 전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입니다. 전 이 영화가 교묘하게 만들어낸
신화적 허구에 무조건 끌려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전 포드가 그린 링컨의 초상을 믿고 싶어집니다. 사실이기 때문에 아니라 그만큼이나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13/02/26)
★★★☆
기타등등
포드는 링컨이 어린 존 윌크스 부스와 만나는 장면도 찍었다가 없앴다는데, 그
장면이 들어갔다면 진짜 프리퀄 만화 같았을 겁니다.
감독: John Ford, 배우: Henry Fonda, Marjorie Weaver, Alice Brady, Arleen Whelan, Eddie Collins, Pauline Moore, Richard Cromwell, Donald Meek, Eddie Quillan, Spencer Charters, Ward Bond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215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9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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