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를 보고 가장 실망한 관객들은 비틀즈 초창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음악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일 겁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건 거의 없습니다. 존 레논의 이부동생 줄리아 바이드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의 어린시절을 엿볼 수 있습니다만, 그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물론 이들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관객들은 영화의 의도를 보다 섬세하게 잡아낼 수 있겠지만요.


여기서 우린 유명인사 전기물의 목적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특정 전기물에서 중요한 건 그 인물의 무게입니까, 아니면 이야기 자체의 재미입니까. 대부분 전자이기 때문에 후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유명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평범하더라도 재미있다는 거죠. 하긴 내용만 보면 고루하기 짝이 없는 연예가 가십에 사람들이 그렇게 몰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영화만 본다면 정말 그렇지는 않죠. 재미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누구라도 재미있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노웨어 보이]는 나중에 전설적인 음악 스타가 된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에게 버림받고 이모네 집에서 자라면서 로큰롤 스타의 꿈을 키우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그 소년이 전설적인 스타가 된 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기적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이 소년의 이야기는 독자적으로 움직입니다. 그가 꼭 존 레논일 필요도 없고 그가 영화 말미에 함부르크에 끌고 가는 밴드가 비틀즈일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비틀즈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요. 언급해도 되는데 일부러 안 하죠.


영화는 음악 대신 주인공 소년과 두 여자의 관계에 몰두합니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이모와,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지만 부모로서의 책임감 따위는 거의 갖추고 있지 않은 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아이 이야기인 거죠. 소년은 이모부의 장례식 이후 처음 만난 어머니에게 매료되고 그 만남이 그의 음악적 재능에 불을 당기지만 그녀의 대책없는 성격과 무책임함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근친상간적인 러브스토리처럼 보이며, 사실 그렇게 봐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음악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긴 하지만, 영화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여전히 예술가의 성장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음악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음악 자체를 들려주는 것보다 그 음악에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요. 영화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주는 예술적 영감만큼이나 음악을 이해하고 테크닉을 익히는 과정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 다룹니다. 그런 면에서 [노웨어 보이]의 균형은 잘 잡혀 있는 편입니다. 과격한 멜로드라마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로맨틱하게 과장하지는 않죠.


존 레논의 팬들이 아론 존슨의 연기와 외모에 만족했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전 그를 실존인물로 보는 대신 50년대 영국에 살았던 한 명의 반항적인 십대소년으로 보았고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들은 이모 역의 크리스틴 스코트 토머스와 엄마 역의 앤-마리 더프입니다. (10/12/27)


★★★


기타등등

번역제가 싫습니다. [배트맨] 영화 아류작처럼 보이잖습니까.


감독: Sam Taylor-Wood, 출연: Aaron Johnson, Kristin Scott Thomas, Anne-Marie Duff, David Morrissey, David Threlfall, Thomas Brodie-Sangs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26602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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