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5 15:14
올해 제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처음 본 영화는 코디 캘러핸의 [사악한 쾌락]이었습니다. 1980년대 슬래셔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캐나다 영화예요.
시대배경은 1983년. 주인공 조엘은 호러 영화 전문 잡지에 리뷰를 쓰는 영화광입니다. 다들 하찮게 여기고 실제로도 그렇죠. 짝사랑하는
룸메이트인 사라에게 남자취급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요. 사라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고 화가 난 조엘은 그 남자의 뒤를
미행하는데, 그만 그 앞에서 감당할 수 없을만큼 술을 마시다가 식당 벽장 속에서 잠에 들고 맙니다. 중간에 깨어나 나가려고 했는데, 문은
잠겨 있고 안에서는 연쇄살인마들이 모임을 갖고 있네요. 조엘은 동료 연쇄살인자인 척하지만 당연히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이 설정으로 엄청 세게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악한 쾌락]은 그런 영화가 아니에요. 고어 장면이 없는 건 아니고 죽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인데, 그래도 영화는 비교적 순합니다. 선을 넘는 설정이나 장면도 별로 없고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비장르 관객들이
얼굴을 심하게 찌푸리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전 지나치게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영화가 남자 주인공 조엘에게 지나치게 잘 대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무지 시시한 놈으로 나오고 나올 때마다 놀림감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 보면 이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고 나름 남성성과 영화광으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선은 많이 안 넘는단 말이죠. 조엘보다 선을 많이 넘는 사람은 여자 주인공 캐리인데요. 이 영화에서는 여전사 겸 누나 겸 엄마 정도
됩니다. 이 정도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30분 미만의 단편영화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 영화의 상당부분은 필러에요. 호러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대화만 나누고
있다고 불평하는 건 아니에요. 대사가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대사가 그렇게까지 재미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특히 농담은 재치가 떨어지고
반복이 잦으면서 지나치게 많이 나옵니다. 살육의 슬랩스틱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21/07/25)
★★☆
기타등등
영화제 예매에 완전히 실패하고 절망했는데, 그래도 꽤 많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긴 했습니다. 단편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온라인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이긴 했지만요.
감독: Cody Calahan,
배우:
Evan Marsh,
Amber Goldfarb ,
Ari Millen,
Julian Richings,
Robert Maillet,
Sean Baek,
David Koechner ,
Alexa Rose Steele,
Kristopher Bowman,
Mark Gibson,
John Fray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77811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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