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노력)

2022.12.18 03:50

여은성 조회 수:292


 1.요즘은 건강이 회복되면 정말로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곤 해요. 인생이란 게 그렇거든요. 열심히 살아서 뭐가 될 수 있는 시기가 있고, 열심히 살아봤자 큰 상승이나 확장은 바랄 수 없는 시기가 있죠.



 2.그야 노인분들이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는 건 모범적인 모습이긴 해요. 다만 그런 사람들은 그때까지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런 삶을 관성처럼 계속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들이 그 나이까지 열심히 안 살다가 갑자기 나이들어서 그렇게 부지런히 사는 건 아니니까요.


 노인분들의 근면한 삶의 모습은 이전에 달렸던 삶의 레일을 고수하는 것, 그리고 아직 자신이 멈출 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엄청난 확장이나 떡상을 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건 아닐 테니까요.



 3.예전에는 호텔 식당이나 유명한 파인다이닝에 매일 가는 게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나는 특별한 날엔 여기 오지 않아. 너무 붐비거든. 나는 아무 날도 아닌 날에만 이곳에 오지.'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글쎄요.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아무 날도 아닌데 괜히 호텔 레스토랑에 가거나 파인다이닝에 가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그곳에 뻔질나게 가 봐야 그냥 돈이 조금 많고 시간은 아주 많다는 것만 증명이 되니까요. 그런 곳은 무언가 특별한 날에 특별한 식사 한 번을 위해, 1년에 몇번정도 가는 게 좋아요.



 4.휴.



 5.시간은 장작이지만, 문제는 쟁여둘 수 있는 장작이 아니예요. 써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 장작은 더이상 연료로 쓸 수가 없죠. 어쩔 수 없이...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오늘부터 열심히 살거나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사는 거죠. 



 6.이것도 늘 쓰는 말이지만 너무 늦게 열심히 살려고 해도 힘든 일이예요. 그게 누구든, 40살까지 놀면서 살다가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대기업 부장 자리에 꽂아주면 열심히 살 수 있겠죠. 그래도 그 정도의 자리...그 정도의 무대는 되어야 사람은 노력할 맛이 나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혹독하게도...어느날 열심히 살자는 마음을 굳게 먹어도, 그런 마음...그런 나이에 걸맞는 멋있는 무대를 내려주지 않아요. 자신이 주저앉았던 자리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금새 포기해버리곤 하죠.



 7.왜냐면 사람은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살았어도, 돈도 지위도 얻지 못했어도 자의식만큼은 나이를 먹은 만큼 얻게 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지금 주어진 무대가 초라하더라도 노력을 시작해야만 하죠.


 이건 운동과 비슷해요. 운동을 안하던 사람이라도 어느날 운동할 마음을 먹자, 갑자기 70kg의 몸무게에 밸런스 잘 잡힌 근육질의 몸이 주어진다면 그날부터 운동할 맛이 나겠죠. 


 그러나 현실은 아니거든요. 운동을 안했다면, 운동을 안한 시간만큼 허약하고 뚱뚱한 몸으로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물론 그런 몸을 끌고 가서 사람들 틈에서 운동하는 건 재미도 없고 의욕도 안 나는 일이겠죠. 그래서 노력이 참 힘들어요.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노력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생기기 때문에 노력이 재미있고 할만하지만, 정말 안좋은 상황에서 노력에 시동을 거는 것이야말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죠. 결국 매일 포기했다가 매일 아침마다 다시 노력할 마음을 먹으며 살 수밖에 없는거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7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7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994
121995 '피그' 보고 잡담입니다. [8] thoma 2022.12.31 371
121994 Paramore - Ain't it fun catgotmy 2022.12.31 109
121993 송구영신무지개쇼 왜냐하면 2022.12.31 160
121992 (스포) [가가린] 보고 왔습니다 Sonny 2022.12.31 310
121991 호날두 사우디 이적 공식화 [1] daviddain 2022.12.31 172
121990 새해 직전 본 여러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1] 조성용 2022.12.31 467
121989 [왓챠바낭] 올해의 마지막 영화는 세기말 청... 은 됐고 그냥 '트레인스포팅'이요 [9] 로이배티 2022.12.31 352
121988 [KBS1 독립영화관] 고양이를 부탁해 [EBS1 다큐시네마] B급 며느리 [2] underground 2022.12.30 273
121987 헤어질 결심 린쇠핑에서 보고, 파편적 생각들 [4] Kaffesaurus 2022.12.30 617
121986 송년인사는 이르지만 올해도 하루밖에 안남았군요(포켓 속의 듀게) [4] 예상수 2022.12.30 232
121985 다크나이트를 봤는데(뻘글) [1] 첫눈 2022.12.30 253
121984 화력이 좋아도 영점이 안맞는 총은 쓸모가 없네요. [1] ND 2022.12.30 468
121983 프레임드 #294 [4] Lunagazer 2022.12.30 108
121982 섹스돌에 대해 [13] Sonny 2022.12.30 869
121981 꿈에 젊은시절 김대중이 나왔습니다 [2] catgotmy 2022.12.30 252
121980 [왓챠바낭] 또 세기말 청춘... 암튼 '비트'를 봤어요 [28] 로이배티 2022.12.30 500
121979 '해피엔드' 잡담입니다. [4] thoma 2022.12.30 347
121978 [근조] 펠레 [7] 영화처럼 2022.12.30 312
121977 뭐 잘 안먹고 사는 사람 놀라라고 [2] 가끔영화 2022.12.29 256
121976 혼돈, 파괴, 그리고... 망상 [1] 예상수 2022.12.29 27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