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31 01:54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뭔가 살짝 금자씨 생각이 나는 포스터와 카피네요.)
- 어두컴컴한 밤에 적막한 시골길을 흐느적 걷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정인'이구요.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가 자고 있던 할매 품에 안기는데, 얼굴에 남은 흔적을 보니 폭행을 당했나 봐요. 할매 품에 위로를 받으며 잠이 들지만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이런. 그새 할머니는 돌아가셨네요.
그러니까 이 시골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와 둘이 자란 사람입니다. 그러다 이 갑갑한 시골 마을 떠나 보려고 마을 총각 하나랑 결혼해서 상경했는데, 의지했던 그 마을 총각은 파렴치 가정폭력범으로 진화했구요. 결국 이혼하고 혼자 돌아온 거죠. 그래서 마을 사람들 밭일 품앗이 해주면서 울적하게 사는데... 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은 세간의 속설로 도는 '시골 커뮤니티의 나쁜 점'을 몽땅 모아 놓은 종합 선물 셋트입니다. 사생활 따윈 존재하지 않죠. 아무 때나 아무나 집에 쑥 들어와서는 당당하게 냉장고 뒤지고 찬장 뒤지고, 무슨 쓴소리라도 할 것 같으면 썩을 놈 취급하구요. 남자들은 다들 성범죄자거나 예비 성범죄자입니다. 최소한 24시간 언제나 연사로 쏘아댈 성희롱 멘트 정도는 준비된 상태구요. 하지만 '이미 내 인생은 망했어'라는 생각에 사로 잡힌 정인은 그냥 시들시들 거기에 얹혀 삽니다.
그런데 정인의 집 바로 뒤 언덕에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갑자기 세련되고 강단 있는 도시 녀성 '혜정'이 이사를 와요. 마을 사람들은 누구 첩이네 물장사 했네 하며 흉을 보고, 또 으레 하듯이 당당하게 성희롱 스킬을 시전하지만 그 때마다 칼 같이 잘라서 반격을 하는 혜정의 모습에 정인은 동경의 감정을 느끼는데...
(듀나님 리뷰의 언급대로 피부가 너무... 그렇긴 하지만 그냥 영화적 허용인 걸로. ㅋㅋ)
- 보면서 딱 떠오른 영화가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입니다. 정인이 사는 시골 마을은 더도 덜도 아니고 그냥 딱 그 마을의 산골 버전이에요. 다만 13년의 세월 차이가 있다 보니 약간 요즘식 기준에 맞춰진 차이점이 있긴 한데... 뭐 그냥 같은 동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마 그 영화를 보면서 복남이의 박복한 삶에 치를 떠셨던 분들은 그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 예상하시면 대략 비슷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분 덕택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 다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바로 도시 여자 혜정의 캐릭터죠. 김복남에서 도시 살다 온 해원이가 복남에게 배신감을 주고 막판의 학살극에 연료를 들이 붓는 역할이라면 혜정은 그야말로 정인의 이상향이자 구원자, 환상의 메시아입니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의 부당한 행동들을 자잘한 것 하나까지 다 따박따박 짚어가며 공격할 뿐더러 처음부터 정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친절해요. 물론 그 친절이 이끄는 방향과 결론이 매우 환타스틱(?)하긴 합니다만. 뭐 그래서 좋은 거죠. 허허.
그래서 마지막에 정인이 울분을 참아내길 거부하고 폭발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 전개의 분위기는 김복남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많이 다릅니다. 복남의 복수가 처절하고 애잔한 느낌이었다면 정인의 폭발은 아이고 시원하다~ 내가 이거 보려고 한 시간 넘게 버텼지... 좀 더 해 봐! 더 하라고!!! 이런 느낌이랄까요. ㅋㅋㅋ
(치가 떨리던 마을 사람들 짤을 올리고 싶었지만 흥행도 비평도 대박과는 좀 거리가 먼 인디 영화이다 보니 사진이 없습니다... ㅠㅜ)
- 그래서 뭐가 더 좋니? 라는 좀 유치한 생각을 해본다면. 흠. 그게 좀 애매하네요.
제가 농담처럼 제목에 '백합'이란 표현을 적어놨는데. 이게 그냥 농담은 아닙니다. 정말로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ㅋㅋㅋ 혜정은 정말로 옛날 옛적 순정 만화들에서 주인공의 정신적 지주이자 야릇한 감정의 대상이 되곤 하던 그런 환타지 카리스마 캐릭터이구요. 정인과 혜정은 정말로 말만 연애라고 안 했지 연인들 같은 일들을 다 합니다. 그리고 그 연인 놀이 장면들을 보면 진짜로 옛날 순정 만화 삘이... ㅋㅋㅋ 그러니까 정말로 그런 수요층(?)을 노린 부분들이 상당히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샤방샤방하고 예쁘고 20세기식으로 살짝 닭살도 돋는 장면들이 불쑥 튀어나와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좀 가볍고. 또 쉽게 가는 면이 있어요. 같은 피칠갑이어도 이 영화의 피칠갑은 김복남의 피칠갑처럼 그렇게 무겁고 바라보기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름의 장점도 분명히 있어요. 일단 관람이 김복남만큼 고통스럽진 않다는 거...? ㅋㅋㅋ 그리고 우리 요술 공주 혜정님이 당당하게 마을 사람들의 진상질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며 속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구요. 그리고 뭣보다... 주인공 커플(?)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비주얼 면에서도 그렇지만 그 관계가 말이죠. 어디서 부당한 일 당하며 우울하게 살고 있을 때 저런 선배 하나 나타나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또 그런 혜정조차도 결국 마을에선 약자 '취급'이기 때문에 약자들간의 연대의 필요성 같은 걸 생각해볼 수도 있겠고... 뭐 그렇습니다만. 역시나 가장 큰 장점은 덜 부담스럽고 다 보고 나서 기분이 비교적 상쾌하다는 거겠네요. 허허.
(부자 된 비결을 물어보니 전남편 둘이 다 죽어서 부자가 되었다는 혜정씨. 왜 죽었을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대충 아무 한국 시골 배경 느낌이지만 소품들 보세요. 순정 만화삘 아닙니까. 하하.)
- 배우들이 참 좋은데요.
일단 이 지옥 같은 시골 마을의 악마 같은 어르신, 노인네들 맡으신 분들 연기가 끝내줍니다(...) 앞서서 김복남보다 보기 편하다곤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혈압 오를 테니 보실 분들은 각오하시구요. 진짜 누가 됐든 어떻게든 저 놈들 싹 다 정리해줬으면... 이란 맘으로 보게 됩니다. ㅋㅋ
주인공 커플을 맡은 김혜나와 정이서의 연기들도 좋은데요. 특히 정이서의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사실 김혜나의 혜정 캐릭터는 너무 환타지라서 배우가 연기력을 뽐낼만한 장면은 많지 않아요. 반면에 정이서의 정인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을 붙이고서 울분을 키워가다 마지막에 좀 격하게(?) 그걸 뿜어내야 하는 캐릭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되게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잘 하더라구요. 또 이 둘의 관계에 있어서도 역시 김혜나는 걍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사랑을 뿜어내는 캐릭터인데 반해 정이서는 거기에 조금씩 반응하며 변해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표현해야할 게 많거든요. 근데 그걸 설득력도 있고 참 매력적으로 잘 해냈네요. 이 분을 분명 어디서 봤는데? 하고 확인해 보니 '기생충'에서 피자집 사장, '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 후배로 나왔던 배우였네요. 비록 작은 역할들이었지만 봉준호, 박찬욱을 섭렵하다니. 훌륭하세요. ㅋㅋ
(캐릭터가 전형적이었다는 거지 연기를 못 하셨다는 게 아닙니다 김혜나 배우님!)
(이 분은 그냥 앞으로 뭘 하든 잘 되셨음 좋겠습니다. ㅋㅋ 연기도 잘 하셨고 매력도 쩔어요.)
- 암튼 뭐 그렇습니다(?)
이미 말 했듯이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서 복남이가 믿고 의지할만한 멋진 친구가 있었다면... 이라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구요. 대략 한 시간 이십여분 동안 혈압을 높여 놓고서 마지막에 시원하게 풀어주는 식의 구성이라 앞부분의 강력한 스트레스를 견뎌내실 수 있다면 결국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복수극 좋아하시고, 여성 서사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최적화된 영화랄까요.
다만 뭐랄까... 딱 하나 아쉬웠던 게 마무리였네요. 확실하게 할 일 다 하긴 하는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좀 많은 부분을 샥샥 생략 비슷하게 결과만 보여줘서... ㅋㅋ 하지만 지나친 유혈 장면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겐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 글 읽어보시고 대충 취향에 맞겠다... 싶은 분들은 한 번 보셔도 크게 실망하진 않으실 거에요.
+ 그래서 이 김혜나 배우가 그 '꽃섬'의 김혜나 배우란 말이죠. 그게 벌써 23년 묵은 영화이고 그 영화가 나올 때 정이서 배우는 아홉 살이었네요. 허허. 허허허허.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일단 이 마을의 몇 안 되는 남자들은 다 정인을 성추행, 성폭행하려는 맘으로 주위를 맴돌며 추근거리구요. 마을 여자들은 뻔뻔하게 정인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스트레스를 줘요. 저 성범죄자들을 도리어 편들면서 정인을 압박하는 건 기본이구요.
그러다 정인이 살고 있는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가 생전에 모아 둔 현찰 2억 5천이 발견되면서 압박은 더 강해집니다. 마을 사람들이 불쑥불쑥 찾아와서 돈 빌려달라 그러고, 거절하면 면전에서 욕을 하고... 하면서 호시탐탐 그 돈을 노립니다. 분위기만 봐선 대낮에 쳐들어와서 그냥 빼앗아가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그 와중에 정인은 점점 혜나와 친해지는데. 그 과정에서 혜나가 마을의 넘버 원 성범죄자(...)를 죽여서 숨겨뒀다는 걸 눈치 채게 되는 정인입니다만. 그냥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으면 더 좋았지 그것 때문에 혜나를 멀리하기엔 마을 사람들 상태가... ㅋㅋㅋ
그래도 어떻게든 울분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살던 정인의 멘탈을 완전히 날려 버린 건 '전남편의 컴백'이라는 사건입니다. 이 놈이 이혼하고도 계속 전화질을 해대서 안 받고 버티고 있었는데 아예 마을로 내려와버려요. 그러고 마을 사람들을 먼저 만나 술 퍼마시며 다들 자기 편임을 확인합니다. 그 와중에 몇몇은 '도와줄테니 다시 잘 되면 나 돈 좀 빌려줘~' 라며 정인에게 큰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네요. 전남편 입장에선 정인을 붙들어야 할 더 큰 이유가 생긴 셈이구요. 그러고 줄기차게 정인을 찾아가던 그 남편은 당연히 본인 버릇대로 정인을 한 번 두들겨 패겠죠. 그리고 이제 정인의 복수가 시작됩니다.
일단 제일 목소리 크고 정인을 괴롭게 하던 마을 남자 어른이 제초기를 돌릴 자리에 전지 가위를 던져놔서 이 양반이 자기 발목을 날리게 만듭니다. 그러고서 입원한 병실에 찾아가 "이게 억울해요? 힘들어요?? 당신이 내가 16살 때 나에게 했던 짓은 잊었어요?? 난 그렇게 인생을 망쳤는데 지금 너님은 발목 하나가 그렇게 억울해요!!!?" 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구요. 그 다음엔 마을 어르신들 마시는 술에다가 농약도 타고... 등등을 하면서 자잘하게(?) 여럿을 골로 보냅니다. 그러고선 마지막으로 전남편 처리를 위한 트랩을 짜는데. 그걸 마치고나니 혜나가 하얀 가운 같은 걸 선물해주며 '넌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걱정할 것 없어' 라는 말을 하는데... 그러고 자고 일어나보니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죽어서 사방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남은 건 전남편 뿐이죠. 정인의 집에서 훔쳐서 튄 통장과 카드를 갖고 현금 인출기에 들어가 보니 실제 잔고는 18원. ㅋㅋㅋ 당연히 버럭버럭 화를 내며 돌아오겠죠. 하지만 정인은 미리 집을 비운 상태였고. 딱 마시기 좋게 준비된 와인과 잔 하나... 를 보고 당연히 아무 긴장감 없이 따라 마시는 전남편입니다. 거기 독 들어 있는데요.
그때 혜나가 준비한 엽총(...)을 하나씩 들고 정인 집에 출동하는 2인조입니다만. 약빨이 안 듣는지 전남편은 안 보이고, 나중에 보니 혜나의 집에서 정인에게 손짓하며 비웃고 있네요. 다짜고짜 총알부터 한 방 날린 혜나에게 쫄아서 "아이 씨 여기가 미국이야???" 라며 당황해서 숨는 전남편. 주인공 둘이 그 집에 들어가 수색을 하고, 뒷편에서 소리 없이 다가가 습격을 하려던 전남편은 타이밍 좋게 돌아 버린 약빨에 비틀거리다 혜나의 총을 맞고 계단을 굴러 쓰러지구요. 마무리는 정인이 합니다. 사망. 아디오스.
그리고 다음날 둘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혜나의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정하게 손 잡고 마을을 떠나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끝이에요.
2024.01.31 11:52
2024.01.31 20:45
맞아요. 이 영화에서도 살짝 광기스런 연기를 보여주는데 좋더라구요. ㅋㅋ 마스크가 양쪽 캐릭터에 다 어울리는 느낌.
그렇죠. 시원한 그 맛으로 보는 영화인데 개인적으론 좀 더 구체적으로 시원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하핫.
2024.01.31 14:47
지역 여성영화제에서 봤던 영화인지라 많이 반갑네요. GV로 감독 분도 만났는데요. 나왔던 이야기를 몇 개 적어봅니다. 일단 이 영화에는 동일 명의 원작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 분과 함께 GV를 하셨는데 책은 아직 안 읽어봤어요. 로케이션을 원작에서는 진천으로 잡고 있어서 가봤는데 상상했던 그런 느낌이 안 나서 다른 곳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경기도권의 여러 구석구석이 짜깁기된 공간이고, 서로 위 아래로 있는 것 같은 두 집은 당연히(?) 따로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정인의 집은 파주에, 혜정의 집은 양평에, 샛길은 CG로.
다른 것보다 영화제에서 틀었을 때 사람들이 할머니의 비자금 숫자를 알고 다들 굉장히 놀랐는데요. (허어억- 하는 소리 들을 수 있었음.) 감독님이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은 돈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실제 그런 신문기사도 있지만 거기 금액은 너무 작아서, '인생을 어느 정도 바꿀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현실적이지는 않은' 금액으로 결정하셨다고. (참고로 소설에는 금액은 안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영화를 찍을 때 지원받은 독립영화지원금이랑 일치해서 무의식 중에 그 금액을 선택한걸까? 한게 재미있었습니다.
동명의 단편소설을 쓰신 서미애 작가 님은, 여성 작가들을 모아 미스테리 소설가 모임 '미스 마플 클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모임에서 낸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안 빌리고 있군요. 결말부를 보면서 '이게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싶었는데 '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로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인만 나가서 제주도에서 새로운 혜정이 되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안 맞았군요.
2024.01.31 20:49
여성영화제에서 틀만한 이야기지요. 듀나님께서 리뷰에서 말씀하신대로 결국 이 시골 사람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들은 여성 혐오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라... 경기도권의 여러 구석이라니 경기도민으로서 자랑스럽군요? ㅋㅋㅋ
저도 생각보다 많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화면에 잡히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였는데 소품비 절감 차원이었을까요. ㅋㅋ
맞아요. 역시 듀나님께서 리뷰에서 지적하셨듯이 결말이 해피엔딩이긴 한데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많이 위태로운 결말이었죠. 전 그냥 이야기 자체가 환타지니까 저래도 아무 일 없을 거야... 하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좀 더 빠져 나갈 구멍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담 좋았겠죠. (솔직히 그걸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끝낸 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2024.02.02 00:19
전혀 몰랐던 작품인데 포스터랑 배티님 리뷰 마지막에 대충 정리해주신 부분이랑 듀나님 리뷰 별 3개를 확인하고 바로 감상하기로 결심해서 감상했습니다. ㅋㅋ 덕분에 선택의 고민이 하나 줄어들어서 감사해요.
확실히 표현하신대로 백합물을 한큰술 넣어준 순한맛 김복남이네요. 정인이도 꽤나 박복한 인물이지만 김복남은 정말 슈퍼 익스트림 하드코어 수난을 당하는 주인공이었잖아요. 오죽했으면 막판에 그 화끈한 복수행각을 보고나서도 뭔가 찝찝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정도...
이 작품도 나름 흥미진진한 한국 폐쇄형 농촌 스릴러물이 될만한 배경, 상황, 캐릭터 설정 등은 잘 갖춘 것 같은데 아쉽게도 저는 그렇게 재미있게 보진 못했어요. 실제 완성된 모양새가 재료에 비해 많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처음부터 혜정 캐릭터가 공기총 소유중인 걸 바로 보여주면서 딱 봐도 어딘가 심상치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게되고 너무 눈치가 빨라서 정인이의 사정을 바로 파악했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위기상황마다 적시적소에 나타나서 수호천사 역할을 해주니 초반부터 긴장감이 많이 풀렸어요.
마을사람들도 캐릭터 설정이나 디테일은 좋았는데 복수하는 과정이나 말로 응징하는 대사 등이 개인적으로는 투박한 느낌이었습니다. 정이서 배우의 감정연기로 하드캐리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나마 전남편 나타나서 이제 뭔가 진짜 똥줄타면서 보게 되려나 싶다가도 말씀대로 마지막 마무리도 영... 그랬죠.
그냥 두 주연배우의 매력과 케미를 보는 것에 의의가 있었던 작품이었네요. 정이서 배우는 포스터 대표작에 '기생충'이라고 써있길래 그 부잣집 딸 역할 소녀가 볼살이 쏙 빠지고 이렇게 컸나 싶었는데 피자집 사장님이셨군요? ㅋㅋ 헤어질 결심에서 그 여형사는 대사도 별로 없는데 나름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혜나는 2010년대 초쯤이었나 국내 독립영화에서 꽤 눈에 익었던 배우네요. 연기력도 탄탄하고 은근히 섹시한 매력이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오랜만에 봤어요. 존재감은 여전하시더군요. '꽃섬'이라는 출연작이 유명한지는 몰랐는데 궁금하네요.
2024.02.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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