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무서웠던 일들 잡담.

2010.08.09 15:21

이울진달 조회 수:3472

1.

 

저는 어지간해서는 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라,

작년에도 선풍기를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여름을 났는데 올해는 몇 일 전부터 좀 덥네요.

그래도 여전히 긴팔 가디건을 꼭꼭 입고 다니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저도, 무서운 이야기 해보려고요.

읽는 분들에 따라서 하나도 안 무서울 수도 있지만..

 

예전 게시판에선 무서운 꿈 이야기를 썼었는데..

이번엔 그냥 겪은 일들을 써보려고요.

당연히 귀신얘기보다는 일상적인 그냥 조금만 무서운 얘기가 되겠네요.

 

2.

 

야근하고 퇴근하는 택시 안이었는데

지나가다가 어두운 가운데 길가에 검은 우비 같은걸 입은 사람이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걸 봤어요.

 

저는 당연히 이 택시엔 제가 타고 있으니까,

'시간도 늦었는데 저 사람 택시 잡기도 힘들겠어요'라고 했죠.

 

그런데 아저씨가 '다시봐요 없을걸요'하시는 거예요.

이상하다, 분명히 봤는데 아무도 없어요-하니까

'택시기사 하다보면 그런 자리가 몇 군데 정해져 있어요'하시더군요.

얼마 전에도 다른 손님이 그 자리에서 누구 있다고 했다면서. 

 

3.

 

과거에, 직업상의 이유로 암매장된 시체 발굴 현장에 있었어요.

살인사건으로 검거된 범인이 여죄를 자백. 실종처리된 여자의 시체 위치를 찾은거죠.

시간이 많이 지나서 뼈를 조금 찾았기 때문에

경찰들이 차에 뼈를 싣고 가는데 저도 어찌하다 그 차를 타게돼서...

억울하게 살해된 고인께 죄송하지만.. 무서웠어요.

 

4.

 

버스타고 가다가 그만 잠이 들어서 내릴 곳을 못 찾았는데

아저씨가 다음이 바로 종점이라며 깨우더군요.

종점까지 가면, 막차라 돌아나오는 차도 없을테니 그냥 여기서 내려서

택시타고 가라고 큰 사거리에 세워주셨어요.

 

그런데 그 사거리역시 종점 바로 앞인 까닭에 시와 시 경계 부분이었고, 일단 내리긴 했는데

북쪽길은 터널이고 동쪽길은 요양원인가가 하나 있고 논밭 비슷한..종점가는길이고

서쪽길은 주유소가 하나 있기는 한데 사람은 없었고 뒤로는 불빛없는 논밭

남쪽길은 좌우로 공단인가 물류창고인가..그런..

12시 넘어서 택시를 잡기엔-솔직히 그냥 서있기에도-대책없는 사거리였어요.

 

아무튼 밤새 거기 혼자 서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터널에서 나오는 빈 택시가 그렇게 많은데 한 대도 안 서는 거예요.

 

30분 넘게 그러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나던 차에

택시 한대를 간신히 잡아타서, '택시들이 안서줘서 힘들었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여기서 택시 탄 거 운 좋은줄 아세요' 하시더라고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3번하고는 다른 사건입니다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사건이 있은 후에

그 때는 토막살인이었나 그랬는데 암매장한 장소가 그 사거리 근처였더군요.

 

아저씨 말씀은 그 사거리가 그런걸로 좀 유명해서

12시 넘으면 그 사거리에서 혼자 택시타려는 사람은

남자는 인간일 경우를 대비해 여자는 인간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안 태우고 그냥 가는 운전기사들이 많다고....

 

5.

 

이건 현재 진행형입니다만.

저희 집이 1층이고, 화장실이 복도쪽으로 창문이 있고, 그 복도를 지나야 옆집이예요.

작은 창문 외에 습기를 빼거나 환기시킬 수 있는 장치가 없어서 처음엔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살았어요.

 

비록 옆집 앞이긴 하나 창문 위치가 천장에 닿도록 높게 되어 있어서

사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조금 열어둔 정도로는

안쪽에서도 가장자리만 보이기 때문에...

 

샤워할땐 그 창문을 등지고 씻는데

어느 날 샤워하면서, 갑자기 등골이 서늘한 기분이 드는거예요.

황급히 일어나 창문을 닫았죠. 

 

그 뒤로 창문을 열지 않았는데 또 문득 화장실 갔을 때 보니까 창문이 빼꼼 열려있더라고요.

그래서 또 닫았죠. 그런데 몇 일 뒤에 보니까 또 빼꼼 열려있...반복입니다.

일단 제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바로 창문부터 닫는게 습관이 되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은데

창문이 왜 자꾸 열리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뭔가 설치된 게 있는지 한번 살펴본 적 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끔, 샤워하기 전에 분명 창문을 확인하고, 닫았는데도

샤워도중에 오싹할 때가 있는데 그 땐 솔직히 못 돌아보겠어요.

2m높이 창문 가득히 눈이 번들거리는 사람 얼굴이 들어있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6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32
122099 태양+지민->Vibe 뮤비 라인하르트012 2023.01.14 239
122098 [시상식덕후] 골든글로브 시상식(ocn) [3] 쏘맥 2023.01.13 368
122097 프레임드 #308 [2] Lunagazer 2023.01.13 112
122096 통 크신 분 [2] 왜냐하면 2023.01.13 392
122095 (스포) [더 퍼스트 슬램덩크] 2회차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1.13 536
122094 [왓챠] 디 오퍼 [2] daviddain 2023.01.13 355
122093 알파세대 [4] 왜냐하면 2023.01.13 403
122092 3D 이질감에 대해서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포) [4] skelington 2023.01.13 990
122091 역대 최고의 영화 중의 한 편이자 역대 최고의 기독교 영화인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 초강추! (1월 13일, 1월 26일 서울아트시네마 상영) [5] crumley 2023.01.13 465
122090 (스포) [성적표의 김민영]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1.13 348
122089 [넷플릭스바낭] 세상에서 가장 천진난만한 루프물, '루프'를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23.01.13 541
122088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포함 잡담 [7] thoma 2023.01.12 517
122087 아바타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보면 좋은 <최재천의 아마존> soboo 2023.01.12 370
122086 프레임드 #307 [4] Lunagazer 2023.01.12 115
122085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1] catgotmy 2023.01.12 231
122084 [넷플신작추천] 옳게 된 멕시코 선동영화 '노이즈' [4] LadyBird 2023.01.12 449
122083 아리 애스터 신작 포스터, 예고편 [6] LadyBird 2023.01.12 488
122082 ‘아바타: 물의 길’, 1000만 문턱, ‘더 퍼스트 슬램덩크’ 도전장 [4] 왜냐하면 2023.01.12 473
122081 [근조] 기타리스트 제프 벡 [5] 영화처럼 2023.01.12 310
122080 드디어 로이배티님의 추천작 벡키를 봤습니다. [2] woxn3 2023.01.12 2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