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 보고 잡담입니다.

2022.12.31 15:35

thoma 조회 수:371

Pig, 2021

f9d9c803d6c0a53b927b548d60446caeb1bc55cf

이상한 영화였어요. (스포일러 주의해 주세요.)

처음엔 '나는 자연인이다'가 떠올랐어요. 다음엔 개를 잃은 '존 윅'이 떠올랐는데 내용이 전개되면서 구체적인 결과를 보면 그런 연상에서 예상이 되는 그림을 배반하는 식입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함께 사는 돼지는 트러플을 찾아내는 돼지입니다. 트러플은 저는 외국 소설에 가끔 등장해서 이름만 들어본 '송로버섯'인데 이게 우리로 치면 자연산 송이 같이 고급 식재료로 매우 비싼 모양입니다. 미국에선 산지 인근에서 수거하는 농장은 총들고 지킬 정도라고 하네요.(그놈의 총 사랑) 이 영화에서도 돼지 찾으려고 처음 방문한 버섯 농장 분위기가 마약 취급하는 곳 같아요. 


케이지가 오두막에서 돼지와 나누어 먹으려고 처음 선보이는 음식이 버섯타르트입니다. 밀가루 반죽하고 그걸 팬에 두루는 손이 예사롭지 않아요. 이분 사실 전설적인 셰프입니다. 은둔 고수였던 것인데 다만 그 분야가 폭력 조직의 무술로, 총질로 고수가 아니라 요리계의 고수였던 겁니다. 

그리하여 이분이 사랑하는 돼지를 찾으려고 십수 년을 떠나 있던 속세에(포틀랜드입니다) 다시 내려가고 전설로 구전되던 실력자의 실물이 등장하는 곳마다 속된 삶을 살던 도시인들은 추풍낙엽처럼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쓰다 보니 맞나? 싶은데 맞습니다. 다만 여타 범죄영화나 폭력물과는 방향은 반대이고 수단도 당연히 다릅니다. 주인공이 사람들을 평정하는 방법은 때리기가 아니고 맞아주기, 진심을 되살리기, 요리의 힘으로 행복했던 기억을 되살리기,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복수를 위해 과거의 조직을 방문한 듯한 분위기의 외피를 입고 있어요. 긴장감도 있고요. 이런 전개가 좀 특이한 점이었어요. 여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인공 자신도 애초에 산으로 들어가게 된 이유였던 상실의 아픔을 제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가 원래 이랬었나 싶을 정도로 제가 아는 연기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사실 오래 전 영화 몇 편만 보았고 별로 본 영화가 없네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나 심지어 비디오로 본 '광란의 사랑', '문 스트럭' 같은 고래적 영화만 생각이 납니다. 그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니 연기 스타일이 참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은 과도한 제스츄어를 취하지 않는데도 매우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요리사라는 걸 알면서도 뭔일 벌일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는 배우라 영화 보는 동안 긴장감이 있었어요. 

저 돼지 배우는 연기도 잘 해서 귀염을 받고 상도 받은 모양인데 촬영 이후 병이 생겨 세상을 떠났다는 후문이 있네요.   

배경이 오리건 주, 포틀랜드인데 좋아하는 영화 '퍼스트 카우'와 같은 곳이네요. 숲의 분위기가 비슷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시리즈온에서 30프로 할인쿠폰 이용해서 봤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7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5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47
122042 장르소설이 피해야 할 3대 조건을 아세요? [19] 태엽시계고양이 2010.08.06 4383
122041 메리 루이즈 파커, 로라 리니 - [위즈] [The Big C] 쇼타임 인터뷰 [2] 프레데릭 2010.08.06 2305
122040 하우스텐보스 가볼만 한가요? [17] S.S.S. 2010.08.06 3413
122039 여진이 [7] 가끔영화 2010.08.06 2885
122038 예전에 극장에서 떠드는 관객에게 [12] purpledrugs 2010.08.06 2672
122037 내일이 토익이라닛! [4] 톰티트토트 2010.08.06 2150
122036 OCN에서 프레스티지 하네요 [32] 폴라포 2010.08.06 2600
122035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라는 소설 아시나요? [13] Paul_ 2010.08.06 4407
122034 박지성이 하는 면도기 광고 [9] 교집합 2010.08.06 2687
122033 만화이야기 [10] 야옹씨슈라 2010.08.06 3175
122032 당일치기 교토 관광 질문입니다-쓰루패스로 후시미이나리 - 아라시야마 - 니조성 청수사 기요미즈데라... [12] 몰락하는 우유 2010.08.06 4200
122031 전기밥솥으로 수육! 성공 [13] 톰티트토트 2010.08.06 5128
122030 [퍼옴] 용산 개발사업 좌초위기 [2] Apfel 2010.08.06 2438
122029 [고사 2]랑 [아저씨]에서 짜증났던 장면 각각 하나씩 (당연히 스포일러 만땅) [6] DJUNA 2010.08.06 3473
122028 당신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28] 교집합 2010.08.06 3238
122027 유키와 니나 봤어요. (스포일러 없습니다) [8] 브로콜리 2010.08.06 1677
122026 심심하신 분 음악 들으세요~ [1] 무치 2010.08.06 1665
122025 무한도전 질문이요. [10] 아.도.나이 2010.08.06 3095
122024 오늘 청춘불패... [81] DJUNA 2010.08.06 2412
122023 에바 그린이 원래는 금발이군요.; [13] 빠삐용 2010.08.06 61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