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잡담이나 조금. 며칠 전 듀나 님 리뷰를 보고 영화를 두 편 봤습니다. 

그 중 오토 프레민저 감독의 [살인의 해부](1959)


이 감독님의 영화 중 본 게 뭐 있나 찾아 봤어요.

'돌아오지 않는 강'(1954) '슬픔이여 안녕'(1958) '영광의 탈출'(1960) 세 편이더라고요. 모두 예전에 tv에서 보았네요.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순서로 표시하면,  슬픔이여 안녕 > 영광의 탈출 > 돌아오지 않는 강. 

'돌아오지 않는 강'은 마릴린 먼로의 노래만 기억나요. 

'영광의 탈출'은 아는 게 없던 나이에, 저런 일도 있었나 봄...대단한 유태인...폴 뉴먼 멋있음... 수준의 감상이었고 주제곡이 mbc 주말의 영화 시그널 곡으로 쓰였다는 기억만 있습니다.

'슬픔이여 안녕'은 화제의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과 진 세버그, 데보라 카, 데이빗 니븐 배우들과 주제가를 부른 줄리엣 그레코까지, 충격적인 조합이었죠. 영화를 볼 당시의 감수성 만만한 나이의 저에게 각인될 수 밖에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슬픔이여 안녕'이란 제목이 직역이긴 한데 우리말 느낌과 달리 Bonjour Tristesse 는 '슬픔아 잘 가(꺼져)'의 의미가 아니고 '슬픔아 왔니(어서와)'라는 아침 인사였단 걸 나중에 알았던 생각도 나네요. 젊고 미숙한 것이 고통스럽고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일은 망쳐놓는 일 뿐. 많은 젊은이의 헛발질을 무척 서글프게 그렸던 영화였어요. 극동의 아시안 청소년이 이입하긴 어려운 서양 유한계급 선남선녀들의 이야기인데도 잘도 마음을 두근거리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영화까지 네 편을 보고 제목을 훑으니 오토 프레민저 감독님 영화는 소재나 주제가 다종다양한 것 같습니다. 

'살인의 해부'는 살벌한 제목과 달리 뭔가 아기자기했어요. 제임스 스튜어트가 변호사로 활약하는 법정물입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와 그의 주변 사람에게는 여유만만, 느긋함, 유쾌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살인 사건이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데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요. 느와르, 미스터리라고 씨네21에 소개되어 있던데 코미디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미심쩍은 의뢰인이라는 익숙한 내용이었고 살인 사건이지만 편안한 느낌으로 즐겁게 봤습니다. 


마무리는 '슬픔이여 안녕'에서 줄리엣 그레코의 노래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9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137
125895 국내 출간된 죄와벌 두가지 번역본의 본문 비교( 열린책 vs 박형규 번역) [4] 무비스타 2011.12.07 7967
125894 부유한 집이지만 지원은 받지 않는다는 얘기 [36] 메피스토 2012.08.19 7960
125893 헤어진 남자친구가 추석선물을 보냈어요. [17] 오늘만 2011.09.08 7957
125892 문자 보냈고 답장 왔습니다 . [91] 꼼데 2013.07.01 7951
125891 조국 교수의 이번 일에 대한 진중권의 소개 드립 [16] 푸른새벽 2011.09.14 7951
125890 (바낭) 저는 듀게에 외로워서 들어와요. [102] a.앨리스 2013.01.31 7949
125889 너무나 갑작스럽게 저와 아버지에게 찾아온 기적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37] crumley 2012.11.13 7946
125888 그들이 말하지 않는 남녀 데이트 식사 [80] Isolde 2012.10.13 7943
125887 로리와 쇼타의 차이 [2] catgotmy 2013.03.14 7942
125886 故 우종완 님 괴로움은 모두 놓고 가시길 [19] 토끼토끼 2012.09.16 7942
125885 여자 납치 강간 살인영화는 그만 보고 싶어요. [15] jake 2011.08.13 7940
125884 세스코 이용해 보신 분 있나요 (ㅂㅋ벌레에 관한 장문의 하소연) [27] 말라 2013.07.31 7939
125883 싸이가 엘렌쇼에 나오네요 [16] refrain 2012.09.11 7938
125882 게시판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한 주인장의 입장... [44] DJUNA 2011.01.27 7933
125881 알파고가 이겼네요. [13] 스위트블랙 2016.03.09 7931
125880 강동원에 푹 빠진 일본 만화가 [9] 사과식초 2012.07.16 7931
125879 홍대광 합격 루머 종결.jpg [10] nixon 2012.10.06 7930
125878 미드 길모어 걸스 참아내기 힘든 드라마네요 [14] 24번스프 2016.09.25 7928
125877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요 [5] 사람 2010.07.14 7926
125876 무릎팍도사 김태원편 보다 울었습니다. [18] 눈이내리면 2011.03.31 79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