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1 17:29
인터뷰 가져왔어요, 어제 마지막 연기에서 느꼈지만 멘탈이 정말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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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하자."
소치 올림픽에서 판정 논란 끝에 은메달을 손에 넣은 김연아(24)는 국내에서 들끓는 여론과 달리 "아무 미련이 없다. 너무 홀가분하다"는 말을 수 차례 강조했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치 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자신의 19년 선수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는 "내가 (은메달을)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너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며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소치 올림픽 은메달보다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경기를 마친 소감은.
끝이 나서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둘 다 실수없이 성공적으로 마쳐서 기분 좋고 홀가분한 것 같다.
-어제 끝나고 어머니는 만났는가.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아서 선수촌에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점수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만 끝났으니 너무 열받지 말고 후련하게 자유를 즐기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잠은 잘 잤는가.
어제 경기 끝나고 인터뷰와 도핑이 있어 늦게 잤다. 완전히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너무나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하다.
-점수에선 졌는데 실력에서도 밀렸다고 보는가.
아직 제대로 다른 선수들 경기를 보지 않았다. 내가 (판정을)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다. 아무 생각 없다.
-한국은 판정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예전에도 편파 판정이란 얘기가 나왔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냈다. 이번에도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라는 게 감안되다보니 논란이 큰 것 같다. 난 일단 그 거에 대한 아무 미련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말하지만 끝났다는 게 만족스럽다. 내가 잘했기 때문에 그 걸로 만족스럽다.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무슨 생각이 들었나.
다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긴장한 탓도 있고 너무 힘들었다. '아 힘들어!'란 이런 생각이 들었고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점수 발표되는 순간,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 점수가 잘 안 나올 거라는 생각을 했는가.
좋은 점수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쇼트프로그램 때 분위기를 보고 그런 거는 예상이 가능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더 실망한다.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예상한 만큼 안 나온 경우가 많이 있었다. 경기 전에도 많은 생각을 한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고 2등 했을 때의 생각도 한다. 그래서 점수가 발표됐을 때 놀랍지 않았다. 난 오로지 금메달을 위해 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덤덤했던 것 같다.
-소트니코바나 코스트너랑 대화한 게 있나.
얘기한 것은 없다. 끝나고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만 했다.
-홀가분한 이유는 부담에서 해방되어서인가.
밴쿠버 올림픽 끝났을 때 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또 왔다. 홀가분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다.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훈련 과정에서도, 밴쿠버 올림픽 이후 경기를 준비할 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목표 의식도 없어서 동기부여도 잘 안되어 힘들었다. 선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은데 이제 벗어날 수 있어 홀가분한 마음이 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가장 하고 싶은 것보다는 이제 끝이 나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놓았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것 같다.
-다른 선수들 점수는 보고 경기했나.
대충은 알고 있었다. 다들 조금씩 실수했다고 얘기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끝이니까, 마지막이니까 마음이 가벼웠던 것 같다. 연습 때 잘 했다. 쇼트프로그램 땐 긴장해서 '경기 때 못하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은 들었는데 프리스케이팅 땐 '연습한 거 100% 나오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강심장 비결은.
비결은 없는 것 같고, 성격도 타고 난 것 같다. 주변 선수들 보면 성격도 다 제각각이다. 실력이 좋아도 긴장해서 실전에서 다 못 보여준 선수들이 많다. 나도 긴장을 항상 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는 덜 한 것 같다. 비결이라기 보단 타고난 성격이어서 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 기자회견 도중 먼저 나갔는데.
1~3위 함께 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보통 다 끝나면 같이 일어나서 가는데, 마지막 질문이 내게 온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트니코바가) 먼저 나가더라. 소트니코바는 기자회견을 (나보다)먼저 와서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의상도 안 벗고 회견장에 왔더라. 내가 대답하고 있는 데 자리를 떠나서 '뭐지?'라고 반응했다. 그런 것은 선수의 자유다.
-경기 뒤에도 굉장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는데.
금메달을 신경쓰지 않아 무덤덤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은메달을 땄다고 울상지을 수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끝났으니까 휴식도 취해야할 것 같다. 마냥 놀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할 지 여유있게 고민도 해야할 것 같다.
-선수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제 마지막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하겠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너무 오랜 세월 운동을 했다.
-그럼 3개를 꼽는다면.
어제랑, 밴쿠버랑. 안 꼽겠다.
-하고 싶었는데 그 동안 못해서 이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선수 생활하면서 제한적인 것이 있었다면…. 먹는 것도 있다. 예전엔 살이 찔까봐 걱정했는데. 이젠 살이 안 찌고 근육도 만들어지지 않아서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많았다. 그런 것도 좀 있었다. 쉬는 날이나 훈련할 때 불편하다 싶으면 확 예민해진다. 몸 아픈 거에 대해 예민하고 하나 하나 신경쓰는 것들이 있었는다. 특별한 게 아닌데 사소한 것에 신경쓸 게 많아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피겨는 어떤 의미이고 뭘 배웠는가.
내겐 뗄래야 뗄 수 없는 의미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보여지는 것은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이나 배울 점을 얻는 것 같았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밴쿠버 금메달, 소치 은메달보다는 나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http://sports.media.daum.net/m/sports/general/newsview/20140221164914364
2014.02.21 17:35
2014.02.21 17:36
진짜 멘트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요. 대체 어느 경지에 올라있는 사람인지 볼 수록 놀라운 김연아.
2014.02.21 17:37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아서 선수촌에 들어와 있었다.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점수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만 끝났으니 너무 열받지 말고 후련하게 자유를 즐기자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하자"고 이야기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좀 가슴이 아팠어요.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고 생각하자." 이것 외에는 이 황당한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하나 없으니까요. 저는 이 경기를 선수 혼자서 싸우기엔 너무 버겁게 힘든 싸움이었다고 생각할랍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반응이 너무 심하다, 애국적인 마인드로 저렇게 김연아 선수를 위해 화를 내나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경기는 관점의 차로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빼박캔트 스캔들 맞습니다. 편파판정과 오심으로 얼룩덜룩한 경기에서 기어이 김연아에게 금메달 안 준 황당한 경기이군요. 웬만한 선수였으면 김연아 선수처럼 아무렇치도 않게(최소 그렇게 보이게- 저딴 일 수도 없이 당해 익숙해져서 그런 감정 잘 보여주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속이 괜찮을리가 없죠.) 행동하거나 말하지 못 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는 제가 봐도 멋지게 보이는 것을 사실이나, 대신 그걸 가지고 사람들에게 쿨함 기준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거 화날 일 맞아요.
2014.02.21 17:43
2014.02.21 17:44
아, 어찌 저런선수가 이나라에서 우리와 같은 국적을 가지고 태어났을까요.
너무나 어른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아름답고 대단합니다.
김연아의 모든경기는 스포츠를 뛰어넘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거기에 예술가의 황홀한 멘탈이 덧붙여지니 그저 동시대에 살아 라이브로 이런 멋진 장면들을 보여주고
들려줬다는것에 한없이 감사할따름입니다.
2014.02.21 18:19
2014.02.21 18:28
김연아 선수가 종교를 가지게 된 이유가, 사람의 노력과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게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인생의 진리를 아는 듯한 연아 선수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합니다.
2014.02.21 18:31
2014.02.21 18:32
2014.02.21 18:34
2014.02.21 18:46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당신은 영원히 회자될 훌륭한 선수입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아디오스 퀸 연아.
2014.02.21 19:08
백만년 만에 로그인합니다.
여왕님은 정말 다른 차원에서 살고있네요. (아마 평범한 나는, 그 차원의 끄트머리도 구경못해보고 죽겠죠)
나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사람인데도,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2014.02.21 19:15
2014.02.21 19:59
저는 김연아가 의연하거나 멘탈이 좋다기 보다 저 기분과 반응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이미 올림픽 정상에 올라 세계신기록까지 내며, 할 거 다 해본 상황이잖아요. 계속 선수생활하며, 세계대회 꾸준히 출전하다 올림픽에 나간 것도 아니고, 은퇴도 하려고 했었고, 부상이나 부침도 겪으면서 올림픽에 나간거구요.
두번째 올림픽에서 대부분이 일등이라 인정할 클린연기를 펼치고, 후련하게 경기를 끝냈는데 메달 연연하게 될까요?
저는 전혀 아닐 것 같네요. 김연아 멘탈이 무슨 위인 멘탈이라 그런게 아니라, 위인스런 업적을 쌓은 사람이 가지는 여유죠. 당연히 남는 건 후련함과 기분 좋음이겠구요. 저도 어제 경기보면서 속상하다기 보단 기분이 참 좋았네요. 김연아의 짐을 털어낸 기분이 연상되서 저까지 기분이 후련했거든요.
2014.02.21 20:16
2014.02.21 20:27
와, 이 말에 너무 동의합니다.
소치는 김연아에게 전혀 수치심을 주지 못했다, 스스로의 얼굴에 똥칠한 것일뿐!
본인이 만족한 경기를 했고,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된게 자랑스러워요.
메달이라는 거, 점수라는 거, 다 무의미 할뿐.
2014.02.21 21:16
그래서 더 대단한거 같아요 사람이라는게 견물생심이라고 다 가지고 잇다고 해도 더 가지고 싶은게 마음인데 심사위원들 발표나고 아마 마음을 놓은거 같아요
그냥 누군가에게 점수를 받고 평가를 받는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마지막 모습을 보이겠다 이게 목표였던것 같고
이루웠고 해냈다는 그 만족감이 더 다가온것 같아요
이제 맘껏 20대를 즐겼으면 해요 연애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행복해지길!
2014.02.22 00:17
동시대를 살며 행적을 쫓을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는 사람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