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논란과 남초 커뮤니티

2024.05.28 22:19

Sonny 조회 수:975

딸기와플님의 글을 읽고 남초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풀어봅니다.


저도 예전에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라고 남초 커뮤니티에 대해 정말 많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꽤 오래전에 열심히 활동하던 남초 커뮤니티들에서 대판 싸우다가 엇비슷한 시기에 다 쫓겨났었네요.

이러면 안되지 않느냐,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조롱하는 톤으로도 써보고 최대한 건조하게 사실만 써보기도 하고 호소하는 톤으로도 써보고 그랬는데요. 싹 안먹혔습니다.

별 생각을 다했는데 제 능력과는 무관한 문제더군요.


일단 메갈리아 시점부터 글발 좀 날린다는 사람들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많이 떠났습니다.

그 때부터 너도 메갈이냐, 남자가 왜 메갈 편 드냐 하면서 진영론으로 구분하고 따돌리는 게 엄청 심해졌거든요.

그러니까 어떤 사회현상의 이면이나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냥 다 떠납니다. 몇 안되던 여자들도 다 떠납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말을 못알아먹거든요. 

이 때부터 모든 남초 커뮤니티가 정치적 집단으로 그 성질이 바뀝니다.

그 전에는 취향을 공유하는 무료 잡지의 형식이었다면, 이제 안티페미니즘이라는 정치적 성향을 다같이 추구하는 일종의 정당 같은 집단이 된 것이죠.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초 커뮤니티의 정치적 집단화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훨씬 더 가속화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숨어서 남자는 보내고 여자가 들어오자 골라서 죽였다"는 사건을 그냥 정신병 환자의 행위로만 보는 것에 어떤 사람들은 완전히 질려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 비현실적인 소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남초 커뮤니티라는 게 훨씬 더 편향적이고 사상적인 집단으로 변질됩니다.

그 전까지는 그래도 진지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래도 나름 균형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도 몇 안되는데다가 그렇게 남아있어도 글을 안씁니다. 쓰기 싫거든요. 뭐하러 씁니까? 욕만 먹는데.

안티페미니즘은 누군가를 몰이해하는 사고구조입니다. 

저항하는 것 자체를 꼴보기 싫어하고 메이저리티의 권력을 도발하는 것으로만 보죠.

이러니까 외국인, 장애인, 성소수자, 다른 약자들의 목소리가 다 묻힙니다. 

여자는 미워하면서 다른 약자나 그 약자의 투쟁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요.

남초 커뮤니티에 하나의 흐름이 생깁니다. 남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것은 굉장한 감정적 사치가 됩니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여자한테 뒤통수맞은 남자"만 남게 됩니다. 

휴머니즘이 아니라, 우리 편인 남성의 분노와 억울함을 태울 땔감만 찾는거죠.

이러면서 엄청 안좋은 버릇이 전체적으로 들게 됩니다.

남을 설득하려고 하고 공감을 요하는 글 자체를 "자기의 권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기 약점이나 공감했으면 하는 사회적 상처 같은 것에 대해서 글을 쓰고 읽기를 꺼려합니다.

남자가 여자한테 배신당하고 뭔가 피해를 입었다, 는 글이 아니면 다 번잡스러운 것들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커뮤니티는 점점 가십 모음집과 개똥철학 쓰레기통으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글은 안올라오는데 댓글들만 활발해집니다.  

이렇게 되어서 망한 곳이 바로 포탈 게시판들의 댓글 창이죠. 그냥 아무 말이나 갈겨댑니다. 

구조적으로도 남초 커뮤니티는 누가 글을 쓰는 곳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가십을 올리고 우르르 댓글을 다는 댓글집합체에 가깝죠.

여러 사람의 반응만 수집되고 그렇게 수렴하는 결론은 결국 집단의 정치적 권력 행사입니다.


정치적 집단에게는 팩트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편의 승리가 중요하죠.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적을 더 증오하고 더 자극적이고 여론전에서 이길 수 있는 소재들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선동이 팩트보다 중요해집니다. 

이게 10년째 이어졌습니다. 메갈리아가 2015년 8월에 생겼으니까요. 

남초 커뮤니티가 10년째 이 정치적 집단화의 현상을 계속 겪으면서 극렬분자들만 남기게 됩니다.

10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가요. 이 동안 계속 그나마 맞말을 하던 남자들을 쳐내고 쳐내고 쳐내고 하면서 무책임한 가십러들만 들여보냅니다.

이런 집단에서 자정은 커녕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불가능합니다. 


이 10년의 시간동안 거의 모든 남초 커뮤니티에 습성이 하나 생깁니다.

다들 이야기하죠. 뉴스의 진정한 권력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안하는 것에 있다고. 

남자한테 불리하면 바로 아무 사건도 말을 안해버립니다.

제가 아는 어떤 커뮤니티는 n번방 사건이 터지고 며칠이나 있다가 자유게시판에 관련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그 사건이 제발 허풍이거나 과장이기를 집단 전체가 빌면서 침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동안 모든 여초커뮤니티가 즉각적으로 난리가 났습니다. 이걸 모를 수가 없습니다. 언론부터 여초 커뮤니티들이 다 떠드니까.

정말로 사람들이 그저 기사의 자극성이나 사실 여부에 몰두한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쇼크를 받은 뉴스를 이렇게 오래 말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눈치를 보면서 침묵을 지켰단 뜻입니다. 


이 침묵을 하나의 습성으로 계속해서 훈련하고 몸에 익혀온 게 현재의 남초 커뮤니티입니다.

그동안 진보언론들이 숱하게 칼럼을 쓰고 통계를 이야기하고 "팩트"를 제시하지만 그거 다 무시해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 "페미가 점령했으니까 저런다" 모든 건 다 진영론으로 이해해버립니다.

이게 되게 무서운게요. 보통 사람은 그냥 모르면 몰랐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편향을 훈련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남초 커뮤니티는 어떤 사건이 있어도 모른 척 하고 무시하고 넘어가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그냥 뉴스를 보고 무감각하게 넘기는 것과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남초 커뮤니티는 메갈리아 시점 이후로 어떻게 해서든 페미니스트들과 여초 커뮤니티를 비도덕적 집단으로 낙인 찍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자기들끼리 모니터링을 합니다. 누가 뭘 했나 어쨌나. 

그러면서 불리한 뉴스는 계속 제끼는 겁니다. 이건 남자한테 불리한 사실이구나 하고.

여자 상대로 남자가 도촬? 무시. 남자가 폭행? 무시. 남자가 성희롱? 무시. 남자가 살인? 무시. 무시무시무시무시... 

팩트 팩트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는 팩트를 무시하는 훈련을 최대 10년간 해왔습니다.

있는 현실을 없는 현실로 여기는 훈련을 계속 해왔다고 생각해보세요. 되게 무서운 일입니다. 


남초에는 팩트 자체가 안통합니다. 팩트를 무시하는 훈련을 몇년이나 했기 때문에.

군대에서 무슨 금속 헬멧 씌워서 거기 달린 선으로 전기 충격 주고 그래서 망가진 게 아닙니다.

순전히 자기들이, 아무도 안시켰는데, 남성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게 싫어서 계속 훈련을 한 겁니다.

맨 처음엔 반발심으로 출발했던 게 이제 메타인지능력 자체를 완전히 망가트립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았던 게 '넥슨 남혐손가락 망상 자해 사건'입니다.

아무리 "페미"가 미워도, 프레임 하나 잘라서 내놓은 다음에 이거 남혐이다! 라고 하니까 갑자기 다들 흥분합니다.

심지어 그 안티페미들 중에서도 애니업계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땀을 흘리며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데 다 무시합니다.

이제 팩트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아무 근건도 없는데 뭘 증명하거나 틀렸을 때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온 남성을 열광시켰으니 얼마나 취해있겠습니까?

현재 남초 커뮤니티는 팩트를 발견하고 증명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직접 제조하는 선동의 권력에 완전히 취해있습니다.

누가 틀렸다고 안하거든요. 그냥 뭉개면 되거든요.

손가락 망상 사건에 대해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팩트가 발견됐을 때? 

다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손가락 프레임을 찾아내면서 이것도 남혐 아님? 이라고 혐의를 씌우고 놀았습니다.

남초 커뮤니티에게는 사실이 상관없어요. 

페미가 있든 없든, 페미가 맞든 아니든, 페미가 했든 안했든, 그냥 무조건 페미라고 낙인찍고 조아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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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훈련병이 가혹행위 때문에 죽은 사건에 대해서 남초 커뮤니티는 또 이렇게 염불을 외우고 있습니다.

뭐가 팩트로 드러난 게 아무 것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 간부가 "여성시대를 하는 여자"이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자기들이 마음껏 비난을 퍼붓고 승리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엄청 종교적인 행위죠. 내가 원하는 어떤 사실을 얻고 싶으니, 제발 그 현상이 벌어져주라고 기도하는거...


강형욱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남초 커뮤니티에 그 팩트는 큰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그건 여태 해왔던 대로 적당히 뭉개면 되거든요. 

지금 남초 커뮤니티의 안티페미니즘은 일반인 수준이 아닙니다. 애초에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비논리적 수준을 진작에 뛰어넘었습니다.

저희가 해야할 일은 일반인에게 품을 기대를 이제 내려놓고, 놀라면서도 귀납적으로 남초 커뮤니티라는 현상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쓰는 저도 매번 갱신되는 남초 커뮤니티들의 안티 페미니즘에 놀라고 있긴 하지만요.


@ 남초 커뮤니티가 여성을 포함한 타인의 몰락을 즐긴다는 점을 더 쓰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길어져서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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