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6 14:20
중국 넘버투의 도시이자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해는 역사가 그리 오래된 도시가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청나라말 미국과 유럽제국 열강이 중국을 털어 먹으려고 들어오면서
그 교두보로 삼으며 발전하기 시작한 도시지요.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등 방귀 좀 뀐다는 나라들이 저마다 상해의 주요지역을 차지하고 군사, 무역, 금융의 전진기지를 배치합니다.
가장 유명한 지역이 와이탄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와이탄은 당시 서구열강의 은행건물들이 들어섰고
현재까지도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조계지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사용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을 하나 예로 들면...
서울로 치면 충무로 정도에 해당되는 常熟路에는 스페니쉬 거주지가 타운하우스 단지 형태로 아직 남아 있는데 보통 3~4층 규모이고
1900년대초 아직 르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풍이 유행하기 직전의 근대건축의 맹아를 엿볼 수 있는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이 보입니다.
조그만 마당을 제외하고 실내공간만 30m2 정도의 공간을 studio로 쓰려 입주할때 한국돈으로 월 70만원 정도였는데 2년 뒤 나올때는
140만원정도로 올랐더군요. 5년전에 이야기니 아마 지금은 180만원이 넘을듯 하군요.
2층~3층에는 아직 거주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1층에는 광고기획사, 디자인 스튜디오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타운하우스 단지지만 8개동 정도는 꽤 럭셔리한 별장식도 있는데 500m2 에 매매가가 50억이 넘더군요....;
단순 사용가치면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화적 희소성’입니다.
제가 예로 든곳은 단지 전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실내에 한해) 부분적인 리모델링만 가능하고 외관과 규모는 조금도 건드릴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재개발을 통한 투자가치는 전혀 없는 곳입니다.
상해에는 이런 근대문화유산이 블록별로 지정되어 보존 보호 관리되고 있는데 대부분 비어 있거나 방치되지 않고 적절하게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이 살았던 건물이면 통으로 박물관으로 만들어 개방해서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특별한 역사적 스토리가 없는 건물일 경우 상업용도로 개방해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샵으로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이고 사용에 매우 불편하긴 하지만 ‘문화적 희소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고 선호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맞물려
관련 전공자들이 이구동성 ‘매우 모범적인 케이스’라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라고 비어 있는 상태로 단지 구경의 대상만 되거나 방치되면 금방 망가지게 됩니다.
계속 생활의 떼가 뭍혀지고 다듬어져야 보존도 잘되고 수명이 연장되거든요.
제가 상해에 온 후 저와 비슷한 전공자들 (건축학,도시공학, 조경학 등등)이 꼭 한번 오고 싶은 도시라고 많이들 부러워하곤 했었습니다.
그 당시 (15년전) 한국에서는 아직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에 대한 공적 합의와 정책이 명쾌하게 자리 잡히지 않았고 일반적인
대중의 이해도 상당히 낮았거든요.
격세지감이라고 수년전부터 한국에서도 근대문화유산을 ‘식민잔재’라는 프레임과 별개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군산은 물론이고 거창읍 같은 뜬금 없는 곳까지 사소한 역사적 흔적도 찾아내고 재생시켜 문화와 상업적 성공까지
만들어 내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들은 그냥 (민간)자본에만 맡겨두면 절대 불가능한 시도들입니다. 자본이란 괴물은 그냥 헐어내고 용적률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넓은 면적의 건물을 올리기만 하려하니까요.
상해 역시 도시계획에서부터 공적 규제가 따르고 해당지역의 건물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활용계획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역할 역시 공공기관이 주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실제 그 공간으로 들어가 적절히 사용하려는 ‘사람’의 창조적 투자행위가 매우 중요해요.
얼마전 알쓸신잡에서 소개된 공장을 개조한 카페 & 복합문화공간은 좋은 안목으로 선제적 투자를 한 사람이 없었다면 방치되거나 헐려버렸을 건물이
멋지게 재창조된 케이스입니다.
‘1933’ 이라는 mall이 상해에 있습니다. 1933년에 세워진 ‘도살장’입니다. 엄청난 면적의 도살장인데 건물의 구조 대부분을 그대로 존치 시키고
복합문화쇼핑몰로 리모델링되었어요. 도살장이라 현재에도 시중심에서는 조금 떨어진곳, 서울로 치면 외대 근처? 그런데 이 프로젝트로 이 건물 일대가
활성화됩니다. 근대문화유산을 재활용하고 낙후된 지역을 재생한다는건 이런거죠.
물론 이런 프로젝트의 성공은 그 결과로 지가 상승과 젠트리피캐이션을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시중심이 아닌 주변지역, 아니면 지방의 경우에는 ‘성공’이 다 보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방치’에 따른 ‘슬럼화’를 막는다는 최소가치를 보고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혜원 의원에 관한 투기의혹보도가 처음 나왔을때, 그 의혹의 대상이 목포 근대문화유산지역에 관한 것이라는 것만 듣고도
저는 sbs 가 또 양아치 짓을 하는거라는거라 바로 알겠더군요. 손의원의 해명 없이도 말이죠.
지방 (그것도 다 쓰러져 가는 낙후된 도시의 대명사 목포) 의 근대문화 공간 재생 프로젝트에 대해 손톱만큼의 관심과 지식이 있었다면
‘투기’라는 말은 꺼낼 수 없습니다. 아니 저 인간들이 수년전 목포를 한번 가본 애들이 있었다면 감히 저런 발상의 주장을 못했을 거에요.
보존, 활용 가치가 있는 구역을 설정하고 기본 가로정비, 공공시설 정비와 개발규범 구축과 관리 시스템 운영은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성공의 보장이나 성공의 기대가치가 높지 않은 투자를 하여 창조적으로 운영하는건 민간의 영역입니다.
연남동도 그랬지만 홍대앞과 합정동, 상수동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아직 부동산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아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프로세스와 다를게 없습니다.
정부에서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건 프로젝트의 필요조건정도이지 성공을 보장하는 필수조건이 아닌데도
sbs는 손의원이 마치 의원 신분으로 특수정보를 몰래 활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것처럼 주장을 했는데
이건 지난번 조폭사건을 이재명에 아무런 근거없이 뭍혀 소설을 쓴 ‘그알’처럼 양아치 짓입니다.
문화구역 지정은 투자를 불러일으키기는 커녕 집주인들이 서둘러 건물을 헐어 버리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게 현실이거든요.
이미 서울에서 그런식으로 허무하게 사라진 근대역사공간들이 있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사라진 경교장?인가 건국준비위원회가 활동한 공간이라든가....
손의원은 앞서 말실수나 오바로 구설수에 올랐던 의원이라 이번 sbs의 양아치짓에 현명하고 깔끔한 대처를 할 수 있을지 사실 좀 걱정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오랫동안 관심과 애정을 갖고 노력을 해온 분야의 일이니 주변의 전문가들과 더불어 이 참에 유사한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더 불러일으키고 자본과 공무원들의 열등한 인식과 감각도 교육 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2019.01.16 14:47
2019.01.16 15:44
아! 다행이군요; 일전에 보존과 관련된 논란의 기사를 본 기억이 나서 당연히? 늘 하던대로 철거된줄 알았어요.... ㅎ 본문은 그대로 두겠습니다(쪽팔림은 나의 몫;)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2019.01.16 15:25
이 문제에 대해선 손혜원 의원의 선의를 믿어의심치 않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은건 사실입니다. 좋은 목표를 가지고 직접(조카 명의지만) 땅 사서 재생도 하고 국회에서 관련된 노력까지 하는 건 멋진 일이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명백한 conflict of interest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부분만 지적해도 됐을 걸, 땅값이 몇배가 올랐느니 사전정보를 통한 투기라느니 하는 건 양아치 짓이 맞지만요. 어디서 나온지도 모르는 호가 가지고 몇배의 이익을 얻었느니 하는 게 통할 리가 없는데, 얼마전 아이유 사건 때 배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손 의원 대응이 걱정되는데, 좀 억울하지만 깔끔하게 가족 명의의 재산도 다 재단으로 넘기겠다고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2019.01.16 15:49
손의원이 의원직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대응을 하겠다더군요.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전 저런 완전 낙후된 깡촌에 문화적 투자가 경제적 이득까지 취하게되는 사례는 비위가 아니라 모범사례가 남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보기에 한걸음도 물러서지 말고 싸우길 응원하고 싶어요.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유도하고 나아가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을거라는 사회적 ‘편익’이 의원직이나 정당에 대한 단기적 여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019.01.16 18:02
사실관계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네요. 보도 이후 하루도 안지나서 드러나는 사실이라는건 sbs측에서 제대로 취재했다면 보도 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사실들을 일부러 외면했다고 보아도 될듯 합니다.
1. 해당지역 땅값이 4배 올랐다 —> 사실무근, 최근 해당 지역내 매매거래된 건물의 경우 약 50%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된 정도에 그쳤다고 (그마저도 원래 가격이 심각하게 낮은 지역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움)
2. 문화재 지정 정보를 미리 빼내어 투기를 한것이다—> 해당 건물 매입시점과 문화재 지정고시 시점이 1년6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데 매입시점은 정권 바뀌기 이전이어서 개연성이 희박함, 도리어 손의원이 선제적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노력을 한 결과가 문화재지정을 이끌어 냈다고 봐도 무방.
해당 지역에 대한 재개발과 고층아파트 건설 등을 통한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있었고 문화재 지정으로 무산되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사실이라면 둘 중 누가 투기세력?
3. 손의원 지인들이 매입한 건물들 리모델링 비용에 공적자금이 쓰여졌다는 주장 —-> 해당 건물들은 모두 문화재 가치가 없는 건물들이어서 시의 보조금 지급 대상도 아님, 단, 전시시설 등 공공 문화시설일 경우 시 예산 보조가 가능하도록 조례가 추진되는 중(즉, 이미 진행된 리모델링 비용에 한 푼도 공적 자금을 받은게 없음)
* 손의원은 국회의원 이번 한번 하고 만다고 하니 눈치 보지 말고 양아치 같은 sbs 이참에 아주 아작 내버렸으면 좋겠어요.
2019.01.16 20:03
2019.01.16 18:47
그것도 다 쓰러져 가는 낙후된 도시의 대명사 목포 <- 이거 표현이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강원도 경상북도 산골도 아니고 도청 이전도 하고(거긴 무안이긴 하지만 목포 입장에서는 그냥 생활권) 나름 지방 소도시 중에서는 규모 있는 편인데.... ㅜㅜㅜ
손혜원 의원이 집을 사들인 바로 그 동네에서 중학교를 다녔지요. 토요일이면 오전 수업일 시절이라 끝나고 친구들이랑 골목을 구석구석 싸돌아다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만큼 어떤 동네인지 너무 뻔히 알고 그래서 투기 소리에 바로 콧웃음이 나오긴 했습니다. 제가 그 일대의 보존을 통한 관광지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벌써 십몇년 되었는데 이제야 겨우 한두 군데 가게가 생긴 정도죠. 오히려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는 지금 바로 진행형인 현장으로 을지로가 있죠....
2019.01.16 23:35
아... 본의 아니게 목포에 미안합니다; 오래전 목포 후배집에서 몇일 기거하면서 처음 본 목포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 서울 촌놈;
을지로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원순식 개혁의 한계라고 할까요? 공간과 환경에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한 재생만 고려했지 그 안에서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어온 산업 생태계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던- 아닌가 싶어요. 재개발의 전면중지가 아니라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재개발 정책을 결정한 것부터가 비극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거 같아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볼까 해요. 공공성만 고려하기에는 투자비 환수의 어려움이 너무 큰 지역이라 건축, 도시학계의 오래된 난제 중의 난제인 지역이거든요. 전 그래서 일방적으로 비난만 하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2019.01.16 19:44
목포를 한 번이라도 와보신 분이라면 스브스가 구라치는거란걸 다 느끼실걸요. 부동산 투기라는 타오르는 욕망의 대상이 되기엔 거긴 정말 조용한 도십니다.
전 국회의원중에 그래도 지방 문화재에 일고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 그래도 하나는 있었구나 이번참에 감사할 따름이네요.
남도지역의 숱한 소박한 문화재들이 어떤 환경인지 목격하는거 정말 우울합니다. 뭐라고 물어보면 돈 없어서 그렇다고 그러고....
2019.01.16 23:38
“목포에 투기” 이 한마디가 얼마나 어처구니 프레임인지; 그리고 문화재 지역 지정이 투기와 무슨 상관인지? sbs 놈들 목포도 모르고 문화 1도 모르는 양아치들이에요 -_-;
2019.01.16 22:56
2019.01.16 23:43
그거 주도한 전문가 그룹 중 하나가 본문에 언급했던 상해를 모범이라 생각하고 절 부러워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ㅎㅎ
사람들이 역사적 공간에 대한 인식이 잘 안와닿아서 그렇지 막상 체험하게 되면 저절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공간은 공동체의 추억이 담겨 있는 그릇이기 때문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거든요. 유럽애들이 계산이 둔해서 옛공간을 최대한 보존하고 유지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관광자원이리서가 아니라....
2019.01.17 00:4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손의원 사태 보고 '그렇지, 돈은 저렇게 쓰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심지어 '나도 목포에 집 하나 가져봐?' 라는 흑심(?)까지 ㅎㅎ
요즘 영국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와, 배가 아파요. 어찌나 옛 건축물 보존을 잘해놨는지요. 부르주아들이 휴양을 즐기던 바닷가 수십년된 오두막 단지에 노동자들의 거주 타운, 홉을 주로 재배하던 지역의 건축물 등..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들이 오롯이 남아있더군요. 수십년전 양치기들이 다트하던 나무판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에서 사람이 살더라구요. 그에 따른 인테리어 스타일도 다양하고요.
한국에서 지역색이란 무엇일까요? 사투리, 특정 지역에서만 흥하는 프랜차이즈와 지역 별미.. 이 외에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많이 안다녀본 탓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해당 지역만이 갖고 있는 거리나 건축, 도시의 풍광이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네요. 수도권에서는 인천 정도..
전주 한옥마을같은 곳은 사진으로만 봐도 매력이 없고. 무습 읍성이니 이런 곳을 가봐도 박제된 걸 보는 기분이죠.
레플리카같은 싸구려 느낌.
한국의 주된 건축 양식이 목조였던 것도 한몫하겠지만요.
한국에서의 근대화가 과거를 부정하고 다 갈아엎는 방식이었다보니, 그 과실도 있으면 잃은 것도 있겠죠.
아참, 저는 남원이 충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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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청사였던 강북삼성병원 옆 경교장은 사적으로 지정, 보존되어 있습니다. 다른 건물과 헛갈리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