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사와 감독의 영화가 미친 영향 관계에 대해서는 세르지오 레오네와 조지 루카스를 필두로 해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가능하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최근에 일본에서 나온 쿠로사와 영화의 리메이크들은 참 보고 있으면 하늘에 계신 선생님께 대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민망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직 아래 링크한 예고편만을 보고 말씀드리는 것이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딱 보는 순간 이번에 방한하신 나카다이 타츠야, 노가미 테루요 두 분 선생님께서 왜 GV 시간 틈틈이 현대 일본 영화에 대한 대단히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치곤 하셨는지가 확 와닿았습니다. 꼭 쿠로사와 감독 작품이 아니더라도, 5~70년대의 일본 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던 불가사의할 정도로 근사한 매무새에 비하면 이 리메이크들은 외양부터가 보는 이를 좀 울적하게 하는 데가 있네요.



 먼저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 리메이크판. 이것은 작년에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지요.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별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같은 이들의 영화 말고) 현대 일본 장르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얄팍하기까지 한 CG 활용, 척 보는 순간 싼 티가 나는 화면의 질감과 미술/의상/분장, 일단 얼굴은 예쁜 배우들을 중심에 내세우고 보자는 식의 태도 등등이 어우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판 예고편과 일본판 예고편인 듯.





 그리고 〈쓰바키 산주로〉의 리메이크. 원작을 보신 분들은 쉽게 아시겠지만 이 경우는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처럼 원작을 거의 쇼트 바이 쇼트로 베껴보자는 기획인 듯합니다. 화면의 구도나 배우의 연기 방식까지 원작을 흉내내고 있네요. DJUNA 님께서 반 산트의 〈싸이코〉 리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이런 걸 보고 나면 새삼 원작의 훌륭함을 더 잘 깨달을 수 있을 듯.



 화질이 더 좋고 길이도 긴 최종 예고편은 embed는 지원하지 않아서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whICak-WSHI&hd=1



 끝으로, 젊은이들이 이제 와서 뭘 하든 말든 나는 걸작에 직접 출연했으니 아무려면 어떻냐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본인의 스태츄 진열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나카다이 타츠야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79
123987 프레임드 #520 [2] Lunagazer 2023.08.13 102
123986 마이트 앤 매직 3,4,5 [2] 돌도끼 2023.08.13 196
123985 [넷플릭스바낭] 본격 Z세대 풍자 호러, '공포의 파티'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08.13 569
123984 주시자의 눈 [6] 돌도끼 2023.08.12 371
123983 김지운 연출,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출연 거미집 티저예고편 [1] 상수 2023.08.12 461
123982 의식의 흐름대로 써보는 수원역 마실(사진없) [7] 메피스토 2023.08.12 341
123981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1879) [2] thoma 2023.08.12 150
123980 한국인은 여전히 양반 쌍놈 놀이를 하고 싶은 것 [1] catgotmy 2023.08.12 383
123979 프레임드 #519 [6] Lunagazer 2023.08.12 97
123978 바이언의 새 9번 [1] daviddain 2023.08.12 124
123977 [왓챠바낭] 본격 웨스턴 여성 호러, '더 윈드: 악마의 속삭임'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8.12 444
123976 미임파 7 12회 차 [3] daviddain 2023.08.11 181
123975 '콘크리트 유토피아' 짧은 잡담 [13] thoma 2023.08.11 817
123974 다들 (애증의) 잼보리 콘서트 보시나요, 보세요 [4] 스누피커피 2023.08.11 596
123973 프레임드 #518 [4] Lunagazer 2023.08.11 88
123972 사람은 잠자는 상태가 기본이다란 말 무심하고 철학적이단 생각이 가끔영화 2023.08.11 250
123971 취화선 (2002) catgotmy 2023.08.11 146
123970 결론은 역시 게임만한게 없지! [4] skelington 2023.08.11 336
123969 던전 마스터 [2] 돌도끼 2023.08.11 137
12396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8.11 5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