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죠. 혹시 이게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하시다면 예전에 제가 썼던 글 링크라도.

http://www.djuna.kr/xe/board/13624622



 - 다른 시즌과 마찬가지로 40여분의 런닝타임으로된 에피소드 여섯개가 한 시즌입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느낌이 불길했어요. 갑자기 새 캐릭터들이 우루루 튀어나왔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떡밥 같은 게 처음 두 에피소드 동안 파파팍 추가됩니다. 그러면서 정작 1, 2시즌 동안 이어져온 주역 캐릭터들의 비중이 작아지니 '이거 또 네버엔딩으로 흘러가는 거 아닌가...' 하고 겁이 날 수밖에요.

 결론은 정 반대였습니다. 시즌3은 여섯개 밖에 안 되는 에피소드 갯수에도 불구하고 그 런닝타임을 다 채울만한 이야기가 없어요. 새 캐릭터들과 새 떡밥의 등장은 그래서 필요했던 겁니다. 시간 때우기요. 정말 놀랍습니다. 환생자들 둘이 추가되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기존 캐릭터들과 완벽하게 따로 놀아요. 결국 주인공들네와 합류해서 인사도 하고 함께 생활하기도 하지만 이야기 흐름상의 접점은 사실상 없거든요. 

 결국 새 캐릭터들은 주인공들과 내내 따로놀다가 얼떨결에 함께 해결(?)을 맞이하고, 새 떡밥들은 정말 깜찍할 정도로 쉽게 다 처리됩니다. 하하하.



 - 스포일러 없이 결말에 대해 이야기 해 보죠. 좀 거칠게 말해 한국 막장드라마 1세대(?)식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6화 초반까지 계속해서 반전에 반전, 꼬임에 꼬임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기계장치의 신이 강림하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외치니 그냥 깔끔하게 해결돼 버리는 식입니다. 음. 정말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 착각이 머릿 속에 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런데 솔직히 그 '해결'에 대해 별로 화가 나거나 욕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애초에 깔끔한 해결이 절대 불가능할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봤거든요. 결말은 어차피 황당하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재미있기를, 그리고 결말을 보고 나서 기분이 더러워지지는 않기를. 그저 이런 소박한 바람과 함께 봤던 드라마인데... 뭐 절반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어쨌든 지루하거나 재미없지는 않았고,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도 있었고요. 결말은 결국 맘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 또 다음 시즌으로 이어가며 질질 끌면서 서서히 망가지는 꼴을 보느니 이렇게 짧고 굵은 망가짐을 구경한 후 바로 접을 수 있게 해주는 건 나름 제작진의 따뜻한 배려랄까(...)



 - 드라마상의 '떡밥'들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할 게 없습니다.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거든요. ㅋㅋㅋ 회수가 안 되는 떡밥이 회수 되는 떡밥보다 많다고 체감할 정도에다가 수습이 어려워지는 몇몇 기능성 등장인물들은 쌩뚱맞게 그냥 버려집니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떡밥들은 진짜 뭐랄까... 굳이 비교하자면 '바이오하자드'의 엄브렐러사와 그 세계관급이라 하겠는데 고작 그만큼도 설명을 안 해줘요. 이럴 거면 그냥 깔끔하게 설명을 포기해버리는 게 나았겠지만, 뭐 이야기상의 갈등을 만들어내려면 어쩔 수 없었겠죠.

 끝까지 보고 나면 드는 생각은, 신앙 얘기 전혀 없는 유신론 드라마이자 안티 신앙(...) 드라마 같은 느낌. 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일이 계속 벌어지는데 그 신이란 존재가 하는 짓거리들이 정말 유치하고 사악하며 못 돼 먹었습니다. 이 드라마에 주제 같은 게 있다면 아마 그건 "신은 존재하십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가 되어야 할 겁니다.



 -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붙들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겠죠.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괜찮았어요. 각각 부활자들의 죽기 전 사연들이 다 개성있으면서 나름 이입할만한 것들이었고, 그들이 부활한 후 겪는 고통들도 대략 납득이 갔구요. 또 그러면서 그들끼리 유대감을 느끼고 또 서로 부딪히고 싸우는 이야기들이 꽤 개연성 있게 흘러가서 '이 사람들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위에서 언급한 시즌3의 뉴비 둘도 그렇습니다. 별책부록으로 따로 끼워 넣어도 될만큼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거든요. 특히 둘 중 소녀의 이야기는 나름 심금을 울리는 면도 있었구요.

 그리고 그 외엔 뭐... 넘어가죠. ㅋㅋ



 - 어쨌든 완결을 보고난 후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모자란 제작비로 어떻게든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는 성실한 드라마입니다. 캐릭터 구축과 드라마 구성은 평타 이상 하구요. 특별히 시간 아깝다는 느낌까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청자를 꼬셔보기 위해 초반에 던져 넣은 매력적인 떡밥에 대한 책임을 그냥 화끈하게 포기해버리는 건 양심도 개념도 없다고 욕 먹어도 어쩔 수 없죠. 

 개연성 떨어지고 떡밥 회수 못 해도 걍 주인공들에 감정 이입해서 즐길만한 이야기이기만 하면 된다... 라는 관대한 마음을 갖고 계시다면 시도해 보실만도 합니다.

 그래도 굳이 추천까진 안 해드리는 걸로.



 - 마지막의 에필로그 장면에서 잠깐 나오는 젊은이가 분명히 어디서 본 얼굴이었는데. 검색을 해 보니 '블랙미러'의 '아크엔젤' 에피소드 주인공 역할을 했던 분이더군요. 요즘 드라마를 하도 많이 보다보니 오히려 기억이 안 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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