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퀸'

2024.03.22 11:22

돌도끼 조회 수:123

poster-780.jpg

1987년 공개된 척 빈센트 감독 작품. 미국과 이탈리아 합작 영화라고 합니다.

'전사 여왕'이란 제목과 보리스 발레호가 그린 저 포스터 그림을 보면 아마존 계열의 여전사가 남자들을 시원하게 도륙하고 다니는 그림이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포스터의 느낌이 (역시 발레호가 그린) 로저 코만제 바바리안 환타지물들과 거의 비슷해보이기도 하고...([바바리안 퀸]이라든가 [데스스토커]라든가)
하지만 그런 기대를 품고 봤다가는 크게 데일 영화입니다. 제목도 포스터도... 사기ㅂ니다.


'폼페이 서기 79년....' 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폼페이가 영화 배경으로 나올 이유야 하나밖에 없죠. 결말이 정해진 영화ㅂ니다
(포스터에도 화산이 있긴 하네요 그래도 나름 정직했던 발레호 선생님ㅎㅎ)

영화에 뚜렷한 내용전개가 없습니다. 폼페이에 찾아온 한 여성(시빌 다닝)이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아마도 제목에서 말하는 여왕인것 같은데 진짜 여왕은 아니고 고위층의 인척인가 봅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전부 굽신거립니다.
이 여자가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니면 그때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의 사연이 짤막하게 소개되는 정도... 영화 끝날때까지도 이 여자가 왜 온건지 뭘 하고싶었던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여자가 찾아 다니는 곳들이 (성)노예 경매장, 사창가, 고위공직자(도널드 플레전스)가 주최하는 난잡한 파티 등등, 별다른 맥락은 없지만 공통점은 환락의 공간들이라는 거죠. 그니까 환락의 도시 폼페이의 모습을 보여주자는게 목적인가 봅니다. 어딜 가든 남녀 불문하고 벌거벗은 신체들이 화면 여기저기서 뒹굴고 있습니다.
그니까 겉포장만 보면 마치 바바리안 환타지물 같았던 이 영화의 실체는 로마 배경의 소프트코어물이었습니다. 대략 [칼리굴라] 같은 영화를 지향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은 감독이 포르노쪽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그분야에서야 날렸을지 모르지만 일반 영화에서도 먹힐 연출력은 아닙니다. 연출도 별로지만 돈도 얼마 안들이고 만들어서 의상, 소품, 건물 세트등에서 빈티가 좔좔 흐릅니다. 고증도 딱히 신경쓴 건 아니라 그냥 대충 로마같아 보인다는 정도... 이태리에서 찍었다는데도 거기서 찍은 티도 안나고...

중반까지 활극적인 요소는 거의 없던 영화가 후반에서는 검투사들 싸움도 나오고 하면서 조금 액티브해지게 되는데 이 싸움 장면은 (허접한 건 여전한데) 또 쓸데없이 잔혹하게 찍었습니다. [칼리굴라]도 잔혹한 걸로 유명하니까 그것까지 흉내내고 싶었던 건지도...

글구선, 드디어 화산이 폭발하게 되는데...
검투장 장면 일부와 화산폭발 재난 장면등 스케일 좀 커보인다 싶은 건 전부 다른 영화에서 쌔벼다가 복붙한 거예요. 그것도 복붙한 소스가 바로... 세르조 레오네가 만든 [폼페이 최후의 날]입니다. 87년에 나온 영화가 50년대 이태리 영화만큼의 제작능력도 없었다는 거죠. [폼페이...]에서 빌려온 검투장면과 재난 장면에 새로찍은 장면들을 붙여넣어서 수시로 장면이 오락가락 하는데, 30년 전 영화를 붙여놓은 거니까 장면 바뀔때마다 눈에 띄게 화면 질감이 확 변해서 벙찌게 만듭니다.
[폼페이...]의 주인공인 스티브 리브스가 싸우는 장면은 뒤통수만 나오도록 편집해 붙였지만 가끔씩 얼굴이 나오기도 해요. 아마도 화질이 나빠서 사람들이 못알아 볼거라 생각했을지도...ㅎㅎ


간단히 요약하면 허접싸구려에로고어물입니다. 그중에서 특히 '허접'쪽에 끌리는 취향인 분들이 아니라면 제목과 포스터와 도널드 플레전스 같은 이름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것 같습니다.
플레전스는 정말 안가리고 아무영화나 막 나왔네요.





울나라에는 88년에 비됴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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