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그냥 꿀꿀한 이야기..

2010.10.03 00:09

Apfel 조회 수:1607

오늘 동생이 조카 데리고 싱가포르에 갔습니다. 기어이 저희 집에도 조기 유학 바람이 분거죠.


동생은 이제 믿을껀 자식 하나라면서 공부에 각별히 신경써왔거든요. 영어에 중국어까지 했고 심지어 동네 조선족집에 친척이 한국에 들르니까 집에 불러서 밥도 해주면서


놀라고도 했을 정도로요. 동생이 작년에 강남에 집을 샀어요 재건축인데 조만간 재건축 해서 그리로 이사해 나가려는데 그때 자식이 바보 취급 받는게 싫어서 지금 공부 시


킨다고 하는게 명분입니다. 저야 뭐 조카 키울때 양육비에 한 푼도 내지 않았으니 '이 유학 반댈세'라고 말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저희 집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일제 시대에 시골에서 소작짓던 증조할아버지께서 도저히 수가 안나니까 그 당시 맏아들 '저희 할아버지시죠'을 서울 친척집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가버리셨던 사건입니다. 할아버지 어린 시절 이야기 들으면 무척 영리하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증조할머니는 일을 야무지게 하니까 어떤땐 무서울 정도였다고


하셨다고 하고 그래서 증조할아버지도 당신의 맏아들로 '도박'을 거신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도박은 대성공을 했죠. 시골에 논도 밭도 없는 집에서 맏아들이 서울에 가회동에 기와집 + 논, 밭을 몰고 왔으니 '대박'이긴 했습니다만.. 모든 일엔 빛과 어두움이


있는법. 할아버지에겐 12살때 당신을 버려두고 도망간 그 시절의 상처가 온전히 남아있으셨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상처도 아문다지만 70이 넘은 노인이 되셔서 그 이야기가


나오면 며느리 손자 사위 앞에서 우시는 모습 참 가슴 아픈 과거사였습니다. 


이번에 동생이 자기 아들 싱가포르에 유학을 보낸다고 할때 제가 반대한건 그거였죠. 그 때야 먹고 살기 힘들어 자식 보낸다지만 지금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였습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부시키는게 더 현명하지 않나 싶지만 제 염원이 동생의 불안감보다 약했던 탓에 결국 오늘 홈스테이 할 집과 유학원 사람을


만나러 부자가 같이 싱가폴로 갔습니다.



이렇게 가는 조카를 보니 마음이 참 안좋아요. 갓난애기였을 때부터 어쩌다 보니 내가 많이 봐주고 그러다 보니 저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간다고 하니까 아쉽습니다.


그냥 바라기는 이왕 가는거 거기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더 바란다면 차라리 거기서 자리 잡으면 좋겠단 생각합니다. 



11살 짜리를 외국에 보내 공부시키는 세상이 미친건지... 그런 현실에서 아직도 허황한 이야기를 주장하는 내가 미친건지....



오늘 따라 밤이 어둡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7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38
1147 이런적 있었나요 [3] 가끔영화 2011.06.25 1226
1146 오늘 시네바캉스 천국의 문 GV [7] 죄송합니다. 2011.08.05 1230
1145 ask) 도약선생 제작자가 누군지? [1] 오키미키 2012.04.26 1230
1144 곧 컴백할 걸스데이를 기다리며 한번만 안아줘 유라 직캠 [5] 루아™ 2012.04.16 1231
1143 트루 그릿(스포 없음)/떠나는 사람들/토요일 아침의 바낭 [1] 양자고양이 2011.02.05 1233
1142 직장 고민(...) [2] august 2011.08.12 1237
1141 [듀나 IN ] 듀게의 스크랩기능. [2] 고인돌 2011.02.02 1240
1140 [유튜브] 나카모리 아키나가 땡기는 새벽 [2] espiritu 2011.09.28 1247
1139 (기사) 대전서 80대 메르스 3차 감염 의심자 사망 [1] chobo 2015.06.04 1252
1138 [콘솔게임잡담] 기어즈 오브 워3, 다크니스2, 포탈2, 이코 HD [4] 로이배티 2012.03.22 1257
1137 2012년 결혼식에서 벌어진 실수 동영상 모음 chobo 2013.01.02 1257
1136 (기사링크) 법원, MBC 노조 집행부 구속영장 또 기각 chobo 2012.06.08 1258
1135 (D-3) 뉴데일리 소설사, 문재인 십알단 의혹 제기. [1] chobo 2012.12.16 1262
1134 (링크) 개발팀과 함께하는 디아블로 III Q&A [6] chobo 2012.03.26 1266
1133 <퍼스트 어벤져> 괜찮네요 [5] 비밀목욕형사 2011.07.29 1268
1132 [듀나인] 미국으로 책을 보내고 싶은데요. [5] 옥이 2011.09.01 1273
1131 [듀나인]한메일로 한글파일 보낼때 파일이름이 깨지는 현상?? 마루코 2011.06.20 1276
1130 마이피플 쓰시는 분들께 질문 좀요.. [4] 바다속사막 2013.06.03 1276
1129 [듀나님] 애플 제품 iOS5에서 사파리 이용시 듀게 로그인 안되는 현상 [10] no way 2011.10.28 1279
1128 잘못 알고 있었던 사사로운 것... [1] 닥호 2013.05.10 12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