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3 01:47
새해가 되고 이틀 동안 듀게에 뻘글을 못 남겼습니다.
바로 전에 적었던 글 내용대로 애들 졸업을 준비 중인데.
다른 건 지난 주에 다 끝냈는데 영상 만드는 데 엄청 시간이 걸려서 삽질의 삽질을 거듭하다가 방금 전에야 간신히 끝냈어요. ㅋㅋ
그렇다고해서 막 훌륭한 편집과 효과를 동원해서 고퀄의 영상을 만든 것도 아니었는데요.
문제는 만들 영상 둘 중의 하나가 얘들 학교 생활 사진들 이어 붙여 만드는 거였는데. 3년간 찍어 놓은 이 놈들 사진이 만 장에 육박해서 그걸 5분짜리 노래에 집어 넣는다고 사진 선별하는 데 시간이 일주일이 통으로 걸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재작년 겨울부터야 뭘 좀 찍기 시작했는데 그게 일년만에 분량이... ㅋㅋㅋㅋ
암튼 뭐 일단 잘 나온 사진이어야겠고.
그런데 이 행사 저 행사 분량 배분도 해야 하고.
이 반 애들 저 반 애들 골고루 나오게도 해야 섭섭할 애들 없을 거고.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정말 토나오게 힘들더라구요.
근데 그렇게 집요하게 사진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어쩌자고 얘들 사진을 이렇게 찍어댄 걸까. ㅋㅋ
행사 있을 때마다 카메라 들고 가서 열심히 찍어대고 원하는 애들한테 전송해주고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한 번 더 이런 짓 해보라고 하면 절대로 못하겠어요.
근데 그동안은 그런 거 전혀 피곤하다고 생각 안 했던 걸 보면 아무래도 제가 얘들이 정말로 맘에 들었나 보죠.
불현듯 그 생각이 드니 갑자기 또 과몰입 모드가 되어 영상 다듬고 또 다듬고 하다가 이젠 gg를 쳤습니다.
그동안 똑같은 노래를 수백번씩 들었던 가족들에게 심심한 사죄를...
영상 마지막에 자막으로 인삿말을 넣으려는데 문득 글 제목에 적어 놓은 저 구절이 떠올라서 머릿 속을 맴돕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상의 글이죠. 그 앞부분까지 옮기자면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사실 진짜 풀버전(?)을 보면 '이런 시는 찢어 버리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 쓴 시인데.
거기에서 딱 그 찢어버리고 싶음의 정수 부분에 꽂힌 제가 좀 웃깁니다만.
하마터면 이 구절을 영상에다 집어 넣어버릴 뻔한 순간에 다행히도 과몰입 모드가 깨지고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휴 큰일날 뻔.
어쨌든 떠나는 그 아이들은 정말로 내내 어여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 얼른 방학해서 집에 처박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늘이라도 영화 한 편 보고 뻘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하던 일의 일단락을 보고 나니 피로가 몰려와서 잠이나 자야겠어요.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 영상 하나는 사람들 작별 인사 모음인데. 아무래도 배경에 뭔가 음악을 까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 곡의 피아노 연주 버전을 유튜브에서 찾아다가 깔아 버렸죠.
얘들아 오해하지 말아다오. 난 오타쿠가 아니야. 절대로 아니라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것도 벌써 16년이나 된 작품이니 아무도 눈치 못 챌지도?
암튼 저는 이 작품보다 이 곡을 더 좋아합니다.
영화는 막판에 주인공이 좀 파렴치한 짓을 하는 데다가 '그래서 미래에 어쩌자는 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그랬지만 노래는 참 좋아요. 특히 2분 55초부터 보컬 없이 흘러가는 부분을 좋아해서 그 부분만 계속 돌려서 다시 듣고 그랬네요. 아아주 옛날에 말이죠. 그 때도 전 오타쿠는 아니었구요... 음......
2023.01.03 02:14
2023.01.03 09:07
애들은 이 삽질은 모르죠. 영상 퀄도 구리고 하니... ㅋㅋㅋ
맞아요. 저도 이 작품 OST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듣는 곡이 올려주신 '가넷'입니다. '여름 하늘'이었나? 도 좋구요.
마지막 주인공의 파렴치는 뭐냐면... 자기 때문에 왕따 사이코 돼서 폭주하고 인생 망쳐 버린 놈(결국 운동장에서 소화기 들고 난리를 치든가 그러죠)을 안 수습해주고 자기 연애질에 전념한다는 거였습니다. ㅋㅋㅋ 각본가가 까먹어 버린 건지 아님 막판 로맨스 감성에 전념하기 위해 일부러 생략한 건지... 암튼 찜찜한 기분이 끝까지 남더라구요.
요즘 iptv에 보면 좀 묵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들(?)이 있던데. 그게 오리지널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2023.01.03 12:36
아 생각났네요. 그 친구 참 재수가 없었죠 ㅠㅠ 여주가 바쁜 와중에 그 후배랑 공부 잘하는 친구 엮어주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그냥 까먹었을 확률도 있을 것 같아요.
83년작은 지금 찾아보니 VOD도 없고 제가 아는 한에선 공식 서비스가 없는 것 같네요. 분위기 괜찮았어요. 당대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하라다 토모요가 주연을 맡아서 더 화제성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이 캐릭터의 딸 이야기를 다룬 시간상으로 애니의 속편격인 2010년작 실사영화도 있는데 이건 국내개봉도 했었습니다만 역시나 지금은 어디서 볼 수가 없는 것 같네요;; 요건 그냥 그랬습니다만 여주를 맡은 나카 리이사 배우가 참 매력적이라 끝까지 봤어요. 참고로 애니에서 여주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했더군요.
애니를 워낙 재밌고 감명깊게 봐서 83년작도 찾아봤던 거였는데 다 보고나서 든 생각 중 하나가 이모가 마냥 기약없이 기다리다가 노처녀로 쓸쓸히 죽는 건 아닌가 이러다가 애니 주인공도 똑같은 전철을? 이었는데 다행히 2010년작에서는 그래도 일반인(?)하고 결혼해서 딸도 낳고 그런 설정으로 가서 안심했습니다 ㅎㅎ
2023.01.03 06:49
2023.01.03 09:18
요즘엔 법정 수업 일수만 지키면 방학 및 개학 시기는 학교 자율이라서 그냥 다 다릅니다. 제 조카는 이미 보름 전에 졸업해버렸어요.
'잃어버릴 걸 아는 예쁜 것들' 이라니 뭔가 격하게 공감이 가네요. ㅠㅜ
다들 잘 살겠죠. 젊은 것들을 걱정하는 노인이라니! 애들 걱정 전에 제 뼈부터... ㅋㅋㅋㅋ
2023.01.03 08:14
2023.01.03 09:20
아 듣고 보니 그렇군요. 왠지 수평 안 맞는 사진들이 많다 했더니 팔 다쳤을 때 찍은 사진 들이었나 봅니다. ㅋㅋ
애들은 아주 즐거웠어요. 코로나 때문에 못하던 행사들을 올해 한 번씩이나마 다 해보는데, 웃기게도 보통은 3학년쯤 되면 이미 질려서 귀찮아하는데 얘들은 모든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보니 만족도가... 하하. 덕택에 교사들은 편했죠. 애들이 매사 긍정적이니!
2023.01.03 08:22
2023.01.03 09:52
얘들은 원래 그냥 졸업식이면 자동으로 웁니다. ㅋㅋㅋ 매년 그래요. 펑펑 울면서 교사들한테 너는 왜 안 우냐며...
요즘엔 대부분의 학교들이 봄방학을 없애고 겨울 방학을 통으로 쓰거든요. 근데 법정 수업 일수는 정해져 있으니 보통 1월 초에 방학을 많이 합니다. 여름방학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12월 방학도 가능하구요.
네. 안 그래도 방학하면 바로 보건소 가서 골다공증 검사(...)도 받아 보고 그러려구요. 감사합니다! 쏘맥님도 늘 건강하세요!!!
2023.01.03 12:4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슬픔에 달관한 자!!!
2023.01.03 12:49
고생하셨습니다. 귀찮아하시면서도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이렇게 남겨주시니 아이들은 아마 단 한번뿐인 로이배티님과, 동급생들과의 이별을 만끽했을 겁니다. (저도 어릴 때는 롤링페이퍼 같은 게 엄청 소중했어요ㅋ)
2023.01.04 15:16
아직 안 했습니다!!! ㅋㅋㅋ 내일이에요. 부디 만족스러워하길 비네요.
2023.01.03 14:04
2023.01.04 15:17
와 한 반에 50명 넘던 시절에 그런 분이라니 정말 귀한 분을 만나셨군요. 요즘같이 학급당 30명 이하인 시기에도 힘든 일인데요. 애들이 오래 기억해주면 좋죠. 사실 그걸 바라고 이 고생을!!! ㅋㅋㅋㅋ
2023.01.04 07:38
"내내 어여쁘소서" 이 한마디가 제 마음을 아침부터 에이네요. 내 평생에 유일하게 무조건 사랑했던
사람의 생일카드에 적어준 글귀. "내내 어여쁘소서"
2023.01.04 15:19
원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되게 낭만적이고 폼이 나서 후대에 사랑받는다는 게 이상의 비극... 하하.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글귀였군요. 전 그런 로맨틱한 걸 평생 안 해봐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그다지'하면 바로 다음에 ~~하지 않다가 붙는데 저렇게 쓰니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어떤 마음인지 전달은 되는 것도 같고 재밌네요. 왜 찢어버리고 싶었는지도 알 것 같고 그러면서도 또 세상에 공개는 했어요 ㅋㅋ
이번에 맡으신 애들이 정말 유달리 이쁘셨나봐요. 제 학창시절 선생님이 이렇게 정성들여 준비해주신 영상이 있다면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을 것 같아요.
시달소 애니하면 역시 그 곡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죠. 클라이막스 이 세 친구의 친해진 과정을 쭉 보여주면서 가장 감성을 찐하게 건드리는 시퀀스에서 쓰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이 곡이 조금 더 맘에 들더라고요. 막판에 주인공의 파렴치한 짓은 그 남주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마지막 타임리프를 쓰는 것이었던가요? 본지가 하도 오래되서 뭐 갯수가 정해져있는 걸 모르고 막 써댈 때부터 이미 그랬지만요 ㅋㅋ 이게 원작이 일본에선 워낙 다양하게 영상화가 됐다는데 그 중 이 애니에서 이모 캐릭터의 과거 얘기... 그러니까 오리지널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1983년 버전이 유명하다기에 당시에 어떻게 어떻게(...) 구해서 봤었습니다. 의외로 특수효과가 나쁘지 않았고 묘하게 어두운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