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열명 정도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회의를 하는 곳을 따라가 구경했습니다. 한 명씩 자기가 만든 디자인을 보여주고 설명을 하면, 나머지 인원들이 이런 저런 코멘트를 합니다. 그런데 오고 가는 얘기들이 아주 재미있어요.


A: "이건 로마에서 그레꼬로망 모티브를 얻어서 멜랑꼴리하게 오마쥬를 해보았어요 (실제로 나온 애기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대충 지어냈습니다)."


B: "어, 이거 아주 좋은데."

C: "그런데 왼쪽 위에 있는 저 부분 말야. 저부분은 좀 거시기 하지 않아? 좀 거시기하게 해보지?" (애기하면서 무언가  손짓)


일동 고개를 끄덕끄덕.


A: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들고 있던 패드에 뭔가를 메모. )


B: "오른쪽 아래에 있는 저것도 좀 조금만 거시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끄덕. A는 다시 메모.


C: "응. 아주 좋아. 다음걸 보자."


가만히 보다보니 고칠 점에 대한 코멘트는 주로 B와 C가 하는데,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치라는 말이 전혀 없었거든요. 일단 칭찬. 그 다음에 어느 부분이 거시기하다는 표현. 그 다음에는 좀 거시기하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코멘트. 그러면 디자이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 그럼 답변은 "응, 거시기해봐".


제가 좀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거시기"라는 표현 하나와 손짓만으로 의사 소통이 된다는게 정말 신기했어요. 회의가 끝난 후에 친구인 C에게 물어보았지요. 정말 제대로 회의를 하고, 고칠점에 대한 피드백을 준게맞느냐고. 멀쩡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하는군요.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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