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가난한 동네의 도서관

2019.08.10 04:04

applegreent 조회 수:1234

집에 있으면 자꾸 강아지들이랑 놀게 되서 오늘은 동네의 도서관에 왔습니다. 

올해 초에 이 동네로 이사왔는데, 지난 5년 사이에 집 값이 두배 정도로 뛴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아직도 집 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예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게토 거든요. 

몇년 전만해도 이 동네의 대로에는 저녁이 되면 손님을 찾아 서성이는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고 해요.

제가 사는 미국의 도시는 1960년대만 해도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유색 인종이 살 수 없었던 도시라, 리버럴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종 간의 경계가 좀 확연히 드러나는 그런 도시입니다. 멕시코에 가깝다보니 멕시코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고속도로의 동쪽이나, 아주 남쪽에 살고 있어요. 흑인들은 역시 고속도로의 동쪽이나 북쪽에 살고 있고요. 

이 동네는 고속도로의 서쪽이지만 고속도로에 아주 가깝고, 북쪽에 좀 더 가까워요. 그래서 그런지, 그 전 동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도서관 입구에는 안전 요원이 앉아 있습니다. 도서관에 총을 찬 안전 요원이 있는 것은 이 도시의 도서관들 중에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요즘 날씨가 너무나 더워서 40도를 오르내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에어콘 바람을 쐬러 온 것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네요.

저는 전원을 꽂을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좀 더러운 옷차림에 냄새가 심하게 나는 중년의 백인 남성이 들어와서 맞은 편에 앉았어요. 한 30분간 앉아서 전화기를 충전하고 나가셨어요. 아마도 홈리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뒤로는 관리가 잘 된 가발을 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흑인 여성이 들어와서 앉았어요. 역시 전화기를 충전하면서 인터넷을 보는 듯 하더니 지금은 고개를 내려뜨리고 졸고 있어요. 

12시 정도에 왔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2시, 더위가 한참이라 그런지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맞은편 옆자리에도 젊은 흑인 남성이 들어왔는데, 역시 전화기 충전과 더위 피함이 목적인 듯 합니다. 머리를 책상에 묻고 자고 있어요. 그런데 마리화나 냄새가 이 남자랑 1미터 정도 떨어진 저한테도 심하게 나네요. 


전에 살던 동네는 전통적으로 백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는데, 최근에 인도와 중국계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났고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도 사람인 것 같아보였어요. 학군이 좋은 동네는 다 그렇듯이. 그래서 주말이 되면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크리켓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동네 공원에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중국 할머니들이 모여서 태극권을 하고요. 


지금 도서관 옆에 큰 길이 있는데, 예전에는 매춘부들이 서있던 이 길에 이제는  밤이 되면 음식 트럭들이 알록달록한 전구 불을 달고 영업을 시작합니다. 타코 트럭들인데 영어는 하나도 안 써있는, 메뉴가 전부 스페인어예요. 

전에 친구랑 갔다가 뭔가 뭔지 몰라서 메뉴에 있는 걸 한 개씩 다 시켰는데, 곱창과 위? 간으로 만든 타코가 나와서 특이했었어요.

곱창을 좋아하는 친구 말에 따르면 매우 맛있었다고 해요. 


글을 쓰고 있는데 안전 요원이 와서 자고 있는 맞은 편의 젊은 남자에게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경고를 주고 가네요. 

그럼에도 아랑곳 없이 이 남자는 자고 있지만요 ㅎㅎㅎ


저도 이제 미루기는 그만두고, 제 글로 다시 돌아가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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