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 양파 같은 사람

아래에도 썼지만 조국에게 노회찬이나 문재인을 기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국에게 실망한 건 없어요. 맞아요. 조국보다 못한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가진 사람들도 자식 대학 보내고 취직시키기 위해 별짓 다합니다. 무리해서 대치동에 전세로 이사가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교육비에 다 털어넣는 부모도 많아요. 남들도 다해서 나도 했다 하지만 좀 구린 방법은 맞다라고 인정하든가 아니면 장관 후보로 안나왔으면 되죠.
왜 꼭 조국이었어야는지? 진보(통상..)의 매력이 상대적인 도덕적 우위에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차피 민주당이나 자한당이나 콘크리트는 똑같이 있죠. 중도 확보에서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데 총선에서 중도층은 그냥 버리고 가겠다는 건지.. 

자한당 지지자이지만 티내는건 부끄러워 하는 보수인 상사님이랑 밥 먹는데.. 식당 TV 에서 조국 뉴스가 나오자 대뜸 '저건 질투야..' 라고 하더군요.

'네?'

'불법도 아니고 있는 제도를 이용한게 뭐가 문제야. 저런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이 질투하는거지' 

'아..네... ㅎㅎ..' 

그러고 보니 상사님이 몇년전에 중학생 아들 대입 컨설팅 몇시간 받는데 몇백 썼다며 아들 장래가 걸린 일인데 몇백을 아까와 하면 안된다 어쩐다 하는게 기억 났어요. 그 아드님은 지금 자사고 3학년이고요.

'그런데, 조국은 장관은 하겠지만 그걸로 끝이다. 헌법위에 있다는 국민정서법을 건드렸거든.'

'황교안도 난리였는데, 지금 야당 대표하고 유력 대선후보 취급 받는데, 조국도 장관 되서 잘 하면 다다음 총선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이랑 민주당에게 갖는 기대치가 다르잖아. 임명직은 어떻게 해도 선출직은 끝났어.'

혹시, 상사님 아들도 수시로 대학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정서"가 20대 이하에선 생각보다 세서,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지 못하면 안될 거 같긴해요.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건 "모두가 맨손으로 싸워서 살아남는 자들이 승리하는 공정한 전쟁터"라서 진보 진영과는 거리가 있으니 잘 될리가 없어 보여요. 진보진영이 추구하는 건 이기지 않아도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행복하게 사는 세상인데, 조국의 "모두가 용 될 필요 없는 세상" 발언은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었고. 바른미래당이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ㅎㅎ

현 상황과 별개로 조국 교수에 대한 개인적 인상을 조금 얘기해보자면.. 대선 후보 지지 연설이었나, 정확한 워딩까지 외울 순 없지만 대략 이런 첨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어찌보면 이런 자리에 나서지 않아도 교수로 편안하게 살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본인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때 느꼈던건 1.자의식이 강한 것 같다, 2.관료는 해도 대중 정치인은 안되겠다 였어요.

조국 교수가 대권후보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많은 분들도 있는걸로 아는데, 처음부터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도 따져보면 여러 모로 잘난 남자이지만,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조차 공감할 수 있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스토리가 있었기에 대중 정치인으로서 정점에 설 수 있었지요. 하지만 조국 교수의 엘리트 외길 인생에 대중이 공감할만한 스토리는 무엇인지.. 대중들이 잘났고 공감 안되는 인물에게 대체로 어떤 정서를 가지는지를 생각해보면,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가능성은 답 나온 얘기입니다. 당사자 주변에서도 엄한 사람에게 자꾸 위험한 파도타기를 부추기지 않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