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다녀왔어요.

2011.05.27 21:16

Silencio 조회 수:3722



오늘 아침 성추행글을 썼었습니다. 


그냥 듀게에 글 쓰고 마음 추스리고 넘겨버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러운 기분은 떨쳐낼 수 없더라구요. 


내 몸에 대한 권리와 나의 감정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이 멋대로 휘두르는 듯한, 무력한 기분이었죠. 


오늘 종일 심장이 미친 듯 쿵쾅쿵쾅 뛰고(사랑을 해도 그렇게 뛰지 않는데 말입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저리면서 덜덜 떨리더군요 참나. 수능날에도 안 겪어본 긴장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좀 일찍 일을 마치고 회사 근처의 경찰서로 가서 조서를 썼지요. 


진정서를 쓰고 그걸 서류로 옮기고, 그걸 토대로 조서를 작성하면서 같은 얘기를 다섯번쯤 했습니다. 


(어린이 성추행 사건이 이런 것때문에 힘들다죠. 같은 말을 계속 반복시키는데 어린이 특성상 일관된 진술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별일 아닌데 유난떤다는 반응일까봐 걱정했는데, 그와는 달리 형사분들 모두 무척 친절하셨어요. 


상대방의 신원을 정확히 모르기때문에 고소나 신고등은 지금 힘들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지하철 내 씨씨티비를 확인함으로써 


그 사람의 번복된 말에 대한 의문을 풀고 싶은 것이다...라는 제 의도를 잘 이해해주셨구요. 그 후 지하철 역무실로 가서 영상도 확인했습니다. 


아까 글을 읽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성추행 장면을 정확히 목격한 것이 아니고 심증이 가는 사람을 잡았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목한 것이었죠. 


영상을 확인한 결과 지목당한 사람이 저와 같은 칸에서 급히 몸을 빠져나온 것은 맞았지만 여러 정황상, 그리고 직감상 처음 사람이 아직 의심스럽습니다.  


이제 그 사람을 찾는 일이 남아있는데 앞 글의 덧글에 남겼듯, 사실 저는 이미 찾았었습니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그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가 경유하는 층에 있는 계열사의 직원 목록을 전부 열람했죠. (이건 불법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맞다는 확신이 없어 조서 쓸 때는 얘기를 안했지만 CCTV영상으로 다시보니 맞더군요. 


제가 직접 면담하며 추궁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형사분께서 맡아 처리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그 분이 정말로 무고하며 다만 남의 일에 엮이기 싫어 모른척했을 뿐이라면, 오히려 귀찮은 일이 생긴 셈이 되겠지요. 


그 분이 혐의를 벗는다면 그 분이 지목한 사람을 찾는 것이 그 다음 일일테고요. 


아직 결론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오늘 하루종일 나빴던 기분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주 좋아졌어요. 


나는 내 몸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닙니다. 전 적극적으로 그에 대응했고, 곧 범인이 누군지 찾게 될거예요. 


지난 글에 덧글로 위로해주신 분들, 그리고 경찰서에 같이 가주고 싶다며 격려해주신 듀란듀란박사님 감사드려요. 진심으로...:)


앞으로의 진행사항을 또 쓰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57
109471 Valerie Harper 1939-2019 R.I.P. 조성용 2019.09.01 384
109470 뒤늦게 본 영화-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차이나타운 [5] 노리 2019.08.31 893
109469 왓차에 ‘체르노빌’ 이 올라왔어요. [4] ssoboo 2019.08.31 1134
109468 감자 떨이하는걸 샀는데 파란 감자가 1/3 [2] 가끔영화 2019.08.31 2031
109467 니 실력에 잠이 오냐? [17] 어디로갈까 2019.08.30 2526
109466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새 예고편 [6] 부기우기 2019.08.30 997
109465 심장마비로 쓰러진 노인 [7] ssoboo 2019.08.30 1654
109464 [드라마바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보슈' 시즌 2도 다 봤네요 [5] 로이배티 2019.08.30 1091
109463 '엑시트' 재밌어요. [1] 왜냐하면 2019.08.30 666
109462 오늘의 편지 봉투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8.30 355
109461 이런저런 일기...(카페와 펜션, 장래, 빙수) [1] 안유미 2019.08.30 627
109460 이런저런 일기...(시도와 노력) [1] 안유미 2019.08.30 565
109459 심상정이 검찰에게 한마디 했네요 [4] ssoboo 2019.08.29 1758
109458 젊음의 행진에서 채시라가 [2] 가끔영화 2019.08.29 774
109457 박근혜 국정농단이 파기환송 된거 같은데..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나요? [3] 라면한그릇 2019.08.29 1458
109456 조커 최종 예고편 [4] 부기우기 2019.08.29 851
109455 오늘의 편지 봉투 [2]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8.29 307
109454 비도 오고 심심해서 써보는 검찰의 수사 착수 소감 [34] underground 2019.08.29 1685
109453 [회사바낭] 인사발령 [2] 가라 2019.08.29 772
109452 검찰총장, 피의사실 공표죄로 답하다 [27] Isolde 2019.08.29 14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