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원래 매주 금요일마다 교회에서 하는 철야예배를 나가셨어요. 그 덕분에(?) 초등학생이었던 저와 오빠가 이런 심야 프로를 볼 수 있었죠.

 

제 오빠랑 안방에 있는 티비로 SBS에서 금요일마다 방영하던 외화를 같이 볼 때도 있었고, 베스트 극장을 볼 때도 있었습니다.

 

 

1. 푸른 유혹

 

 제가 초등학생 때 우연히 본, 제가 본 베스트극장 에피소드 중에서는 이게 처음이었어요.

 

 사실 이걸 보기 전까진 이런 프로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1996년에 방영되었군요.

 

 그 때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던 제게는 정말이지 충격과 경악의 장면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스토커가 나중에는 집까지

 

쫓아와서 덮치려고 하자, 저항의 끝에 실수로 죽이고 맙니다. 할 수 없이 그의 시체를 밤에 몰래 밖에 버리는데, 문제는 그런 범행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던 거죠.

 

 그건 또다른 그녀의 스토커인 이웃집 남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시체유기현장을 빌미로 그녀를 협박하고 그녀는 괴로워합니다.

 

 한편 그녀가 죽인 남자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형사는 그녀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며 늘 주시하는데, 끝에 가서는 여주인공이 협박범마저 죽이고 그 형사와

 

이어졌던 걸로 기억나네요.

 

 처음 보는 강간 장면과 자극적인 내용때문에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ㅠ.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예뻐도 문제라는 교훈이 남는 스토리였군요.

 

여주인공으로 나온 배우가 누군지 참 궁금해요. 그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고 강제로 자기와 같은 문신을 새겨주던 스토커도 무서웠고요.;;;

 

 

2. 황금빛 정원

 

 푸른 유혹 바로 다음 주에 방영된 에피소드였어요.

 

 일찍 아내를 떠나보낸 한 건축가에겐 그림같은 집, 초등학생 딸, 장모님이 있습니다. 먼저 간 당신의 딸을 대신해서 장모님은 사위를 세세하게 챙겨주는데, 그게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끼는 것에 건축가는 죄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장모님은 이야기의 중심적인 인물이고요.

 

 이웃집에도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가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 할머니에게 신득신득 농담을 건네면서도 관심을 보이지만 그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늘 차갑게 대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 할머니가 집안에서 점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손녀가 생리를 시작해서 할머니에게 상담을 하려고 해도 딴데 정신이 팔려서

 

무시하고, 학교 발표회에서 주책스러운 행동으로 손녀를 망신주기도 하죠.

 

 사위가 아침마다 세수할 때마다 어깨에 수건까지 둘러줬었건만 이젠 사위도 그런 관심을 노골적으로 부담스러워합니다. 반면에 그가 이번에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다른 여자는

 

그의 딸에게 생리수첩까지 챙겨줄 정도로 자상하고, 그런 그녀의 영향은 점점 이 가족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할머니는 빼고요!

 

 먼저 떠난 딸의 자리를 그녀가 빼앗는 것만 같은 느낌에 할머니는 화도 내보고 여러 가지 갈등을 겪지만, 결국은 현실을 직시하고 그 가족을 떠납니다.

 

 떠나는 날 아침, 할머니에게 심심할 때 드시라며 손녀는 막대사탕을 드리고, 버스에 탄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 그 사탕을 먹으며 흐느끼면서 끝납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떠나는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이웃집 할아버지의 슬픈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3. 악연

 

 고두심, 김영옥, 송채환의 열연이 인상적인 이야기였죠.

 

 이미 남편을 일찍 잃고, 결혼한 아들까지 먼저 떠나버린 김영옥은 자신처럼 과부인 며느리를 손녀와 함께 매몰차게 쫓아냅니다.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가진 돈 한푼 없이 딸과 거리로 내몰린 고두심은 갖은 고생 끝에 딸을 대학교수로 키워내고, 부유한 집안의 사위까지 맞게 됩니다.

 

 그렇게까지 성공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는 뭔가 응어리진게 남았는지 가슴이 답답해서 한의원을 드나드는 고두심은, 우연히 시어머니가 양손자도 결혼시켜 내보낸 뒤 

 

혼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들게 산다는 소식을 듣게 되죠.

 

 복수심에서라도 혼자 죽게 내버려두고 싶었건만, 신경이 너무 쓰여서 찾아온 늙은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여전히 빳빳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이젠 당하고만 있을 며느리도 아니죠. 시어머니도 나이를 드셨지만 며느리도 이젠 백발의 할머니입니다. 수제비는 밀가루 음식이라며 시어머니가

 

배부른 소리를 하자 눈앞에서 그 수제비를 땅에 부어버리기도 하는 등 그 둘의사이는 이젠 팽팽한 신경전으로 변합니다.

 

 그런 날카로운 싸움의 끝에서 시어머니는 또 며느리와 목청을 높이다가 쓰러집니다. 건강이 점점 안 좋아져서 이젠 정말로 위독해진거죠.

 

 좁고 어두운 골방에서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사죄의 눈물을 흘립니다.

 

" 나도 시집왔을 때 우리 시어머니한테 아들 하나 못 낳는다고 온갖 설움을 받아서......난 내 며느리한테는 절대로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그랬는데....미안해. 우리 다시는 이런

 

악연으로 만나지 말자구......."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죽은 시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녀의 집을 정리하고 떠나던 고두심이 마지막으로 그 집을 돌아보며 독백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잘 가셨어요. 이제 그곳에서 편히 계세요. 언젠간 저도 따라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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