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있음] 수라

2023.06.22 13:50

잔인한오후 조회 수:219

듀게에서 나눔을 받게 되어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았습니다.


제목을 듣고는 수라의 길 할 때의 수라인지 알고 마음을 다져서 갔는데, 지역명이더군요. 수라마을의 수라갯벌 이야기입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의 그 다음을 담고 있는 다큐멘타리였습니다. 새만금 사업하면 떠오르는건 한국지리 시간에 배운 세계급의 거대한 간척지 사업이라는 것과, 다른 측면에서는 지구상에서 조수간만의 차로 1, 2위를 다투는 서해안의 거대한 갯벌이 사라진다는 정도였습니다. 다만 그 디테일은 알지 못했는데.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정부 주도 개발을 국가폭력으로 이야기하고 그에 저항하는 운동에 대한 고발 다큐멘타리와 갯벌을 자세히 살펴보고 거기에 서식하는 종들을 관찰하는 자연 다큐멘타리로요. 후반부에서는 미군 신공항 확장 반대가 포함되며 익숙한 주장이 들어옵니다. 이 영화에서 비중이 큰 건 후자지만, 전자에 대한 이야기들도 묵직하게 들어갑니다. 갯벌에서 생업에 종사하시던 분들을 가까이 포착하여 다큐멘타리를 찍고 있던 감독은, 간착사업이 법적으로 최종 결정되고 간척 시작의 마지막 단계인 물막이 공사 이후 그 분들 중 한 분이 간척사업과 관련된 사고로 돌아가시자 과거 그 시점에 촬영을 중단합니다. 당시에 찍었던 영상들이 이미 없어지고 난 갯벌을 보여줍니다.


이후 어떤 이유로 다시 최근 군산에 내려와 살게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환경운동으로서 패배한지 알았던 곳에 꾸준히 그 공간을 감시하고 있던 시민단체와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대부분 탐조와 관련된 이야기이며,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양한 새들의 행동거지와 부화, 이동경로 등등을 애정 넘치는 눈길로 다뤄집니다. 녹음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저귀거나 우는 소리는 물론 새들의 날갯짓과 갈퀴발로 뻘을 질퍽질퍽 뛰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도록 찍었더군요. 드론으로 촬영한 것 같은 부분에서도 날갯짓 소리가 들리기도 해 후처리를 어떻게 한 건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원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간척사업의 주도자들 쪽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지역의 거대한 사업이니 거기에 이런 저런 찬반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벌써 30년이나 진행되고 있는 지역 현안이니 얕게 알고 한 마디 얹기는 저어되는군요. 하지만 그 개발 과정에서 죽어간 수 많은 생물들을 떠올리면 인간이란 참 업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바닷물을 막은 후 뻘에서 하루에 두 번 들어오는 바닷물을 기다리다가 결국 비가 왔을 때 전체가 폐사하는 장면은...


다 보고 나서 세 가지 정도의 의문점이 남더군요. 간척 사업이란건 어떤 의미로 시작된 것일까가 첫째. 찾아보니 간척 자체가, 없던 땅을 만들어내어 그 땅을 개척한 사람에게 자기 땅이 되는 일제 시대적 유물로 시작하는데, 정부가 있는 땅을 비싼 값에 사들이지 않고 공동 자산인 땅을 없는 것에서 만들어내는 목표로 구성된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새만금개발청의 개발 계획을 보면 대략적으로 2050년 마무리가 될 예정인듯 한데. (그리고 초기 구상보다 환경생태용지가 서서히 늘어난게 투쟁의 결과로 봐도 될 지.) 앞으로의 기후위기가 예견하고 있는 해수온도 상승과 해수면 상승은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갯벌의 탄소처리능력에 대한 어필로는 어떻게 안 될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몇몇 부분들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네요. 새의 색상보다 행동을 보면 어떤 새인지 이제 알 수 있다던 이야기, 넓은 간척지를 부감하는 몇몇 샷들. 아름다움을 목격한 죄로 그걸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게 된다는 말. 새가 무언가를 열심히 먹는 장면과 일을 하는 소리를 교차한 편집... 저는 이기기 힘든 싸움을 그렇게 계속 이어나간다는게 살 떨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개발을 막기 위한 삼보일배, 오는 과정 중 너무 힘들어 서럽게 울기도 하고. 문제 없다고 결정된 대법원의 판결, 물막이 공사를 마지막까지 막는 어민들.. ( 검색해보니 2006년 인터넷 기사가 짤막하게 다뤄져 있더군요. 물막이가 되었고 앞으로 개발을 쭉 해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반대가 있었다는 내용은 작게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후원단 분들에게 잘 보았고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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