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개' 취급 받은 경험

2010.07.05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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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카솔님의 잃어버린 강아지 얘기도 그렇고 개를 '개' 취급 받은 경험들이 떠올라요.

 

개(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일단 대부분 이쁘고 귀여워해주시지만,

 

간혹 옆에 주인이 있다는 걸 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옆에 있는 주인이 그 개의 가족이나 다름없다라는 걸 생각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요.

 

제가 듣건 말건, '쟤는 뭐야, 똥개야?' 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참고로 저희 개는 잉글리쉬 코커 스파니엘 순종이에요.

 

아닌 거 알면서 일부러 똥개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그렇고, 똥개 자체에 대한 비하도 그렇고요.

 

이건 입양한 외국아이를 들고 있는 엄마가 듣든 말든

 

'쟤는 왜 저렇게 생겼어?' 라고 말하는 거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봐요.

 

가장 흔한 경험은 마치 개는 사람보다 지저분하고 더럽다라는 듯한 태도에요.

 

정말 어쩔 수 없이 실내에 개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개를 실내에 들여보내는 것이 문제라면 주인이 주의할 수 있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다만 인상을 찡그리거나 주인을 무개념 취급하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교육받은 개는 실내에서는 변을 누지 않고, 거의 대부분 사료만 먹는 개의 변은 냄새도 덜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대부분 개들은 아무데나 찍찍 변을 눌 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도 같고요.

 

 

오늘 티비를 보는데 옛날 방송 재방송이었어요.

 

시골개가 6마리인가 새끼를 낳았는데, 서로 장난치고 재밌게 놀던 그 어린 것들이 시장에 내다 팔려 뿔뿔이 흩어지더군요.

 

좋은 주인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 중 어떤 주인은 그 어린 걸 목줄을 매고 키우는데, 나중에 잡아먹히지는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근데 아무리 똥개라도 그렇지, 시장에 내다팔기 직전 그래도 깨끗하게 몸을 씻겨야 한다면서,

 

주인한테 헌 걸레 있으면 달라고 하더군요. 온갖 세균이 득실거릴 듯한 헌 걸레로 얼굴을 닦아주며 웃는데,

 

이것도 뭐 개를 '개' 취급하는 거더라고요. 물론 악의라기보다는 무교양, 무지라고 봐야하겠지만.

 

 

오늘 사실 우리 개도 '개' 취급을 받았어요. 그것도 우리 아빠한테요.

 

개가 누나 귀고리를 씹었는데, 귀고리 핀이 안 보이더군요.

 

누나는 귀고리가 망가진 건 둘째치고 귀고리 핀을 개가 먹었나 걱정하는데,

 

아빠는 먹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거 비싼 거 아니냐고 재차 물어보더군요.

 

일단 아무거나 씹고 망가뜨렸으니 혼줄 내주는 건 내주는 건데,

 

그런 사고방식이랄까요. 아빠건 뭐건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고 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어짜피 변으로 나올테니 괜찮다라는 뜻으로 최대한 미화시키고 말았습니다.

 

 

나도 살기 바쁜데 개한테 신경을 써. 라는 말도 틀리진 않아요.

 

저는 뭐 사는 게 여유 있어서 개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우리나라도 애완견이 많이 늘고 애견인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이 바꼈지만,

 

그리고 대부분 나이가 있는 사람들한테서 보여지는 거지만,

 

그냥 좀 개를 '개' 취급하지 않는 문화가 좀 더 자리잡혔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마데카솔님 강아지 꼭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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