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남과 여에서

2024.01.08 10:56

daviddain 조회 수:212

vlcsnap-2013-09-27-20h31m14s254.png


Jenny Holzer - Protect Me From What I Want for Sale | Artspace


조디 포스터는 제니 홀저와 비슷한 작업을 하는, 카피라이터로 나옵니다. Protect me from what I want는 홀저의 작품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 얘기를 밖으로 나간 현대 미술이었든가 그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에서 읽었습니다. 호퍼는 현대 미술에 조예가 깊고 그의 컬렉션은 평가가 좋기도 하죠 이 영화에 조디 포스터 남자 친구로 찰리 신이 나옵니디 홀저 작업이 쉼보르스카 생각이 났는데 쉼보르스카를 좋아하기도 하나 봅니다. 폴란드 사람한테 쉼보르스카라고 못 알아듣더라는, 안드레이 줄랍스키도 못 알아 듣더라고요. 그 때 줄랍스키 부고 뉴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될 때였습니다.미디어와 소셜 커뮤니케이션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일했으니 줄랍스키야 당연히 알죠. 줄랍스키가 40대 여배우를 사귀고 헤어진 후 소설썼는데 그게 그 여배우를 갖고 쓴 거 사람들은 다 알았더랍니다. 여배우의 과거 성 상납 전력도 썼는데 여배우 측에서는 전혀 대응을 못 했죠. 대학에서 배웠던 여자 교수 한 명이 인터뷰하러 갔다가 줄랍스키가 하도 개차반으로 대해서 울 뻔했었다는 일화도 말해 줬었죠.




고문 / 쉼보르스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육신은 고통을 느낀다.
먹고, 숨쉬고, 잠을 자야 한다.
육신은 얇은 살가죽을 가졌고,
바로 그 아래로 찰랑찰랑 피가 흐른다.
꽤 많은 이빨과 손톱.
뼈는 부서지기 쉽고, 관절은 잘 늘어난다.
고문을 하려면 이 모든 것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몸은 여전히 떨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로마 건국 이전이나 이후,
예수 탄생 이전이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세기 또한 마찬가지.
고문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땅덩이만 줄었을 뿐, 그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치 벽 하나 사이에 둔 듯 가까이서 일어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인구만 증가했을 뿐
해묵은 규칙 위반이 발생하면,
현실적이면서 타성에 젖은,
일시적이며서 대수롭지 않은,
새로운 과오가 다시금 되풀이된다.
그에 대한 책임으로 육신은 비명을 지른다.
이 무고한 비명 소리는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음역과 음계를 준수하며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에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길이길이 존재하리라.
 
예식과 절차, 춤의 포즈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 쥐는 손동작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육신은 몸부림치고, 뒤틀리고, 찢겨져 나간다.
기진맥진 쓰러져, 무릎을 웅크리고,
멍들고, 붓고, 침 흘리고, 피를 쏟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강물의 흐름과 숲의 형태, 해변,
사막과 빙하를 제외하고는.
낯익은 풍경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작은 영혼이 배회한다.
사라졌다 되돌아오고, 다가왔다 멀어진다.
스스로에게 낯설고, 좀처럼 잡히지 않는 존재.
스스로 알다가도 모르는 불확실한 존재.
육신이 존재하는 한, 존재하고 또 존재하는 한,
영혼이 머무를 곳은 어디에도 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2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81
125440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마시고 축구 기사 읽음 [1] daviddain 2024.02.09 457
125439 낮잠의 위험성 [1] catgotmy 2024.02.09 528
125438 솜즈씨의 정신 [2] 돌도끼 2024.02.09 443
125437 [핵바낭] 이사 후 짧은 후기 [14] 로이배티 2024.02.09 775
125436 넷플 -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간단 잡담 [2] theforce 2024.02.09 507
125435 007 영화 제목 [6] 돌도끼 2024.02.08 555
125434 2월 넷플릭스 종료예정작이 250편이나 되네요. [5] 영화처럼 2024.02.08 1156
125433 프레임드 #699 [4] Lunagazer 2024.02.08 73
125432 다 압니다 지금 적당히 노닥거리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6] Sonny 2024.02.08 494
125431 전지적 독자시점 웹툰 catgotmy 2024.02.08 194
125430 몇 년 전 음바페 사진을 어제 저녁 보고 자극받아 [1] daviddain 2024.02.08 162
125429 연휴 전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2.08 357
125428 [아마존프라임] 간지나는 제목이네요. '그림자 없는 저격자'!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2.08 342
125427 {빠낭}여러뿐 쪠빨 쪠 톄례삐 쫌 한 뻔 뽜쭈쎼요 (떄통령 싸찐 있음) [7] 스누피커피 2024.02.08 466
125426 대통령의 특별 대담 감상 [4] 으랏차 2024.02.07 590
125425 킬러들의쇼핑몰을 다보고<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2.07 306
125424 프레임드 #698 [4] Lunagazer 2024.02.07 67
125423 간헐적 단식 [2] catgotmy 2024.02.07 213
125422 서민과 스타벅스 [7] Sonny 2024.02.07 620
125421 [핵바낭] 종편 ASMR과 함께하는, 또 다시 일상 뻘글입니다 [21] 로이배티 2024.02.07 4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