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소외 현상에 분노하다

2023.02.14 11:43

Sonny 조회 수:567

요새 새로운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정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이렇게 개떡같이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이제 증오가 치밀어오릅니다. 가끔씩 홈페이지 문의가 전화로 들어오면 그걸 답변을 해줘야하는데 저도 그 홈페이지나 어떤 문서작성 진행 과정에는 문외한입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오류도 아주 잘 납니다) 옆 직원한테 물어물어서 이건 이거구나 하고 답을 해주고 나면 허탈감이 쫙 밀려옵니다. 이용자들이 뭐가 뭐고 어느 페이지에서 뭘 할 수 있는지는 좀 알게끔 디자인을 해야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봐도 엄청 헷갈리게 되어있습니다. 이를테면 뭔가 신청한 결과를 어떻게 조회하는지 문의가 엄청 들어오는데, 이게 결과 조회하기 페이지가 따로 없습니다. 그 항목을 홈페이지 메인에서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인터넷 짬밥이 있으니까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겠다 하고 마이페이지로 가겠죠? 짜잔!! 마이페이지에서도 결과 조회가 안됩니다. 정답은 신청했던 신청 페이지 란에 다시 가야합니다. 그런데 뭐 배너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배너가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전 국민이 잠재적 이용자이니까 약삭빠른 사기업들의 홈페이지보다도 훨씬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많은 사기업 홈페이지들은 고객민원으로 가는 경로가 숨겨져있습니다) 특히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한번 보고 더듬거리고 헤매면서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디자인해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중장년층 분들이 컴퓨터로 자기가 필요한 서류 제출을 진행하다가 쩔쩔매는 걸 생각만 하면 진짜 화딱지가 납니다. 이런 디지털 세계에서 길을 잃는 건 엄청난 자괴감을 주니까요. 저한테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다 머쓱하게 '제가 나이가 많아서...'. '제가 콤퓨타를 잘 안써봐서...' 라며 굽신거리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모두에게 같은 난이도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시간은 걸리더라도 혼자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해야죠. 세상은 변해가는데 그 변하는 세상에 발도 못들이게끔 세상이 기획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부모님께 온라인 주문 요청을 받으실 겁니다. 어느 사이트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싸게 파는 것 같던데 부모님은 그걸 사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대신 주문을 해달라는 거죠. 이미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에서 꽤나 멀어졌고, 그 스마트폰의 여러 어플들에서도 당연히 멀어져있는 상태입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시니어계층을 대상으로 재사회화 교육을 진행을 해야하는 게 아닌지요. 이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면 각종 혜택부터 기본적인 이용까지 불가해지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습니다. 택시 어플을 깔 줄 몰라서 새벽에 계속 빈 택시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봤다는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지금 중요한 건 메타버스 따위의 신기술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를 쉽게 통행하는 평등의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어플을 개발할 때 이 어플을 쓰는 사람들의 98%는 고릴라라고 가정을 하는 그 기본적인 마인드가 더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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