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빠삐용님 글을 보고 문득

 

 1. 프라모델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완전 덕후급이었죠.

     지금 종각역 미도파 4층인가 5층 그리고 명동 코스모스백화점에 프라모델 덕후의 성지가 있었다는 기억이 또렷합니다.

     돈만 생기면 프라모델을 샀어요.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아버님이 다 모아다가  태워 버리셨더군요.  그 뒤로 다시는 프라모델을 사지 않았어요.

 

 2.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때 6학년에는 학교대표였는데 상도 참 많이 탔어요. 교내는 항상 1등이었고 전국대회나 세계대회(요즘도 있나요?) 같은데서도 상을 탔어요.

     어느날 아버님이 모든 화구와 그림들을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그림대회 같은 것에 나가지 않았어요.

 

 이 두가지 일로 제 어린시절은 끝짱이 나버렸습니다.

 전 그렇게 강제로 어린시절과 이별을 해야했어요.

 그래서 제 어린시절과의 이별의 경험의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공포' 혹은 '분노'였던거죠.

 

 아마 그래서 토이스토리3을 보고 슬픈 감정을 느끼지 못했나 봐요.

 여기 듀게에 올라온 감상기에 '눈물', '찡함' 이런 단어들이 너무 생소했어요.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타인과 이렇게나 큰 감정의 차이를

 느껴본 적이 거의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이제 알겠네요.

 

 참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그런 사실은 잊지 않고 있었지요. 다만 감정은 잊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 되살아나서야

 조금 슬퍼지네요.

 

 아마 그래서 되려 20대 중후반에 독립하여 집을 나온 이래 나이를 먹어갈 수록 어른스러워지는 것을 회피하고

 철없음을 부여잡고 바둥거리는 지도 설명이 되는거 같습니다.

 

 아마 그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한 전 계속해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할 거 같아요.

 나쁜 의미에서 어른이 되는건 싫지만 좋은 의미에서 어른마저 되지 못하는게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아이 키우시는 분들.... 부디 아이의 꿈과 열정 그리고  취향을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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