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7 21:56
신연식의 [프랑스 영화처럼]은 네 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각각의 작품은 연결되는 지점이 없어요. 단지
시스타의 다솜이 두 번째와 네 번째 에피소드에 모두 출연하는데, 같은 캐릭터는 아닙니다.
첫 단편인 [타임 투 리브]는 암에 걸려서 살 날이 많이 남지 않은 어머니가 네 딸과 함께 마지막 사흘을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약한 작품이에요. 우선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잘 어울리는 설정이죠. 기본 상황은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장치이고 여기서부터 다섯 캐릭터들을 엮어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서 사람만
많다보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설정만 간신히 읊고는 이야기가 끝나버립니다. 이 영화에서 연기 연출이 가장 아쉬운 작품이기도
해요.
두 번째 단편인 [맥주 파는 아가씨]는 이 영화에서 가장 불쾌한 작품입니다. 나쁜 이야기라는 건 아니고 그냥 보기가 힘들어요.
술집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와 그 여자에게 수작거는 남자들을 그리고 있는데, 정말 남자들이 하나 같이 끔찍한 (다시 말해 뻔한)
종자들이라 와이드스크린으로 찍은 [극한직업]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곡을 찌르는 부분은 여자 주인공을
가장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뇌성마비 환자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그에게 '장애인의 알리바이'를 주지도
않고 불필요한 동정을 베풀지도 않습니다. 여자주인공의 단호한 마지막 행동은 한국 영화에선 꽤 드물죠.
세 번째 단편인 [리메이닝 타임]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한참 싸우다가 점을 보러 들어간
한국인 여자와 한국계 미국인 남자 커플 이야기인데, 내용은 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능숙한 한국인 여자와
한국어가 서툰 미국인 남자가 양 문화와 언어를 오가면서 펼치는 대화는 경쾌하고 생생하며 무엇보다 리듬이 좋습니다.
이런 종류의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있고요. 에필로그는 사족입니다만.
네 번째 단편인 [프랑스 영화처럼]은 [선댄스 영화처럼]이 더 그럴싸한 제목이었을 영화입니다. 남자주인공이 어쩌다가 엮인 여자주인공이
전형적인 MPDG이에요. 끝없이 독백을 늘어놓는 수다쟁이인 남자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둘의 관계에 대해 고민합니다.
물론 답은 없고 주제도 피상적입니다. 여자가 MPDG니까요. 하지만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자유분방한 리듬을 타는 영화의 흐름을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입니다.
신연식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옥석이 섞여 있는 영화입니다. 어느 것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돌보다는
옥이 더 많고 [리메이닝 타임]처럼 야심과 결과물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조류인간]에 많이 실망했던
터라 이번 영화는 꽤 만족스러웠어요.
(16/01/17)
★★★
기타등등
1편에서 포미닛의 전지윤이 막내딸로 나온 모양인데, 전 못 알아봤습니다.
감독: 신연식, 배우: 이영란, 신지수, 이새별, 정성일, 전지윤, 다솜, 정준원, 소이, Steven Yeon, 신민철, 이도아,
이광훈, 이유미, 김정석, 우정국, 전경수, 임다영, 다른 제목: Like a French Film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Like_a_French_Film.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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