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2 23:59
- 작년 영화죠. 런닝타임이 무려 두 시간 이십분! 장르는 드라마이고 스포일러는 맨 아래 흰 글자로요.
(포스터와 카피 문구만 봐선 빼도 박도 못할 살인 미스테리 스릴러인 것인데요. ㅋㅋㅋ)
- 수경과 이정. 엄마와 딸이 바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입니다. 영어 제목처럼 같은 아파트에서 단 둘이 살구요.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참 희한합니다. 세상 간지, 매력 다 관심 없다는 듯한 차림새로 퍽퍽하게 팬티 손빨래 중인 딸에게 엄마가 가서 자기 맘에 드는 예쁜 팬티 하나를 내놓으라 그러고, 빨던 걸 대충 헹구고 대충 손으로 짜서 건네주니 그걸 그냥 입어버려요(...) 아마도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듯 하구요. 딸은 생리통 때문에 들어오는 길에 약 좀 사오라지만 엄마는 나가서 남자 친구랑 술 먹고 노느라 그딴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남자 친구랑 더 오래 있고 싶어서 유혹까지 하지만 남자가 거절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오는데... 당연히 딸이 부탁한 약 같은 건 기억에 없겠죠.
그래서 모처럼 화를 내는 딸에게 엄마는 적반하장으로 더 화를 내고, 그래서 우리는 시작부터 범상한 수준을 한참 넘어선 언어 폭력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엄마의 살벌한 포스를 실컷 구경하게 됩니다. 뭐 그러고 어찌저찌하다가 둘은 마트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또 싸우고요. 화를 버럭 내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딸을 향해 엄마가 탄 차가 힘차게 돌진해서 쾅! 하고 받아 버립니다. 아니 대체 이 모녀는 뭘까요... 그리고 앞으로 이 괴상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이 영화 소개글들에 거의 빠짐 없이 보이던 짤. 그만큼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또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남은 런닝타임 내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 둘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딸이 집을 나가고, 그랬다가 다시 돌아와서 싸우고, 다시 나가고, 그러다 딸은 딸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다른 사람들 만나서 아주아주 불쾌한 영향력을 발산하다가 다시 둘이 만나서 싸우고... 입니다. 물론 결말은 있지만 그건 스포일러니까 지금은 말 못하고, 어쨌든 방금의 저 요약이 대충 맞아요. 계속 저걸 반복하는데 점점 더 상황이 격해지는 와중에 두 인물의 상태를 조금씩 더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거죠. 그게 내용의 거의 전부인 영화입니다.
(해외 포스터 중엔 이 짤을 사용해서 만든 것도 있던데. 뭐 사기는 아니지만 살짝 기만이랄까... ㅋㅋ)
- 일단 다 보고 나서 가장 감탄스러운 건 이게 정말로 단단하고 치밀하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 드라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이거에요. 수경, 대충 이러저러한 성격의 여자가 딸을 낳아 키우며 단 둘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가정에서 이러쿵 저러쿵 가지를 뻗어내는 거죠.
그리고 그 결과가 아주 그럴싸합니다. 수경 같은 엄마 밑에서 자라난 딸은 중간에 집을 뛰쳐 나가버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이정처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둘은 정말로 저렇게 지낼 것 같고. 이 둘이 서로가 없는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정말 이 영화 속 사건들처럼 흘러갈 거라는 게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결국 캐릭터 하나를 참으로 임팩트 있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잘 빚어 놓고 거기에다가 '딸 키우는 엄마'라는 옵션을 붙여서 굴리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그게 참 쇼킹하고 흥미진진하며 가장 중요한 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에 설득력이 생기니 많이 과하다 싶은 수경의 캐릭터도 그 이야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납득이 돼요. 이래저래 참 잘 쓴 각본이었네요.
(이렇게 멀쩡하게 발랄한 동네 아줌마가 집에 돌아가서 딸만 만나면...)
- 그렇게 일단 수경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인 가운데, 또 다른 '여자'인 이정은... 그 결과물입니다. 분명히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엄마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사정상 수경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래서 수경에게 존재감이 살짝 밀리는 느낌입니다만. 뭐, 계속 보다 보면 이 캐릭터도 걸작급이긴 마찬가집니다.
이 영화의 이정을 보면서 '꿈의 제인'의 주인공이 떠올랐어요.
사실 수경 같은 사람은 관객들이 보면서 "아! 나 저런 사람 알아!!!" 같은 식으로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죠. 하지만 이정은 현실 세상에도 은근 흔해요. 저도 이 영화의 이정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몇 번은 본 것 같구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수경을 볼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아주 많이 고통스럽습니다. 이 캐릭터는 정말 현실의 이정들이 할 것 같은 행동들만 하는데 그 결과가 좋을 리가 만무하거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부모-자식 관계나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닌 적당히 거리감 있는 관계로 맺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수경보다도 함께 하기 부담스러운 인물이 이정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정을 확 밀쳐내버리는 사람들 심정이 다 이해가 가요. 하지만 그렇게 구경하다 보면 '결국 이 캐릭터는 엄마 잘못 만나 이렇게 된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심경이 복잡...
(콜레트럴 데미지!!!!!! 이 분 연기도 좋았어요. 사실 아역까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모두 다 잘 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 또 이 영화에서 좀 튀는 점이라면, 분명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각본, 감독도 여성이고 주인공 둘이 다 여성이며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도 거의 다 여성이고... 그런데 다루는 이야기나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시각 같은 것이 전형적인 '여성 영화'는 아니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겪는 고통이나 억압 같은 게 (없진 않지만) 딱히 부각되질 않습니다. 또 여성들끼리의 연대 같은 것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이야기라면 당연히 모든 불행의 근원으로 지목되어야 할 이정의 아빠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마땅히 빌런으로 작용해야할 수경의 남자 친구도 눈치 없고 둔하지만 딱히 나쁜 사람도 아니구요. 그러면서 이 영화가 집중하는 건 그냥 악연으로 모녀 관계로 엮인 두 불운한 사람들과 그들의 비틀리고 비극적인 관계에요. 아마도 이 얘기만 해도 할 얘기가 차고 넘쳐서 다른 데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인디 영화이면서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20분인데도 이야기에 군더더기나 빈틈이 전혀 안 보이거든요.
(눈치가 정말 심하게 없긴 합니다만. 뭐 수경이나 관객들 입장에서나 그렇지 사실 현실에선 평범하게 성격 좋은 아저씨 정도.)
- 그래서 결국 무슨 얘길 하고 싶었을까.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치 전생의 악연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옥에서 기어 올라와 전생의 원수를 딸로 낳아 키우는 것 같은 저 사악한 엄마(...) 캐릭터와 참으로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호감 덩어리인 딸 캐릭터를 갖고 무슨 얘길 하고 싶었냐는 거죠. ㅋㅋㅋ
근데 뭐 언제나 그렇듯이 전 잘 모르겠구요. 그저 세상엔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는 거? ㅋㅋ 수경이 사는 모습을 보면 자기 딸에게 하는 짓을 제외하면 멀쩡하게 사회 생활 잘 하며 살거든요. 수경이 극중에서 수도 없이 반복하는 말대로 애초에 이정이 없었다면 수경은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거고 이정에게 한 것 같은 나쁜 짓들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괜찮은 사람으로 인생 즐겼을지도 모르죠. 신나게 피리도 불면서요.
반면에 이정의 이야기를 따라가자면 나름 쉽게 답이 나오는 메시지가 보이긴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정이 내리는 결단과 그 후 들르는 곳에서 얻는 깨달음 같은 것. 스포일러일까봐 말은 못하겠지만 뭐 그런 거겠죠. 대체로 뻔한 메시지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걸 드러내는 방식에 신경을 많이 썼더라구요. 영화의 첫 장면이나 제목과 연결되면서 간접적이지만 참 알기 쉽게 던져 주는데, 그 센스가 참 좋아서 잘 와닿았습니다.
(아마 아는 것 많고 영화 분석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수경 캐릭터만 갖고도 A4 10장 분량씩은 이야기를 쏟아내겠다 싶을 정도로, 참 재밌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고 배우가 그걸 또 엄청 잘 살려냈구요.)
- 마지막으로... 뭐 영화의 메시지나 의미 같은 제가 감당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LadyBird님이나 Sonny님, ally께서 예전에 올려주신 글을 읽으시는 게 낫겠고.
제가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그냥 이 영화는 재밌다. 는 겁니다. ㅋㅋㅋ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한국 인디 영화! 라는 거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보실 수 있는 분들은 그냥 한 번 보세요. 어지간한 호러, 스릴러는 사뿐히 즈려밟을 정도의 압박감을 런닝타임 내내 느낄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그동안 몰랐던 게 죄송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연기를 펼쳐주는 양말복 배우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임지호 배우님도 쩌는데요, 양말복씨의 표정 연기는 뭐 그냥 숨 쉬기가 힘들고 오금이 저려올 정도라서. ㅋㅋㅋㅋ 넘나 압도적이신 것...
뭐 그렇습니다. 아주 잘 봤구요. 잘 했어요 티빙. ㅋㅋㅋ
(정말 이 영화에 나오신 분들이 맞나 싶습니다. ㅋㅋㅋ 표정도 꾸밈도 뭐 하나 닮은 구석이 없...)
+ 결말이 다가오면서 영화가 살짝 두 캐릭터 간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요. 그것도 무리수 없이 자연스럽고, 또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는 좋은 전개였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경은 그냥 나쁜 놈입니다. 아 뭐 다 사정이 있고 뭐가 있고 그렇겠죠. 하지만 알게 뭡니까. 수경은 그냥 나쁜 인간이에요. 최소한 최악의 부모라는 건 그 사정이 어쨌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이 영화의 모녀 관계의 살짝 마일드한 버전 같은 인생을 사는 분들이 있어서 보면서 더 공감이 가고 그랬습니다. 차로 들이받진 않았지만 어떤 면에선 수경보다 더한 엄마 때문에 인생 피곤한 사람도 있었구요. 이 분들의 공통점이라면 나이 스무살 되자마자 바로 집에서 뛰쳐 나와서 다시 안 들어가고 살고 있다는 거죠. 근데 그 중 한 분은 자꾸 엄마가 자기가 장만한 집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래도 수경은 죽어도 자기 발로 이정을 찾아갈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랄까요.
+++ 근데 수경이 쏟아 붓는 독설들 중에 딱 하나 맞는 말이 있긴 했어요. 정신과 가 봐야죠. 여기서 이정 같은 상황이면 그냥 살다가 괜찮아지는 건 절대로 무립니다. 멀쩡히 제대로 살려면 일단 월세 하나 잡고 돈 모으면서 전문가 상담을 꼭... ㅠㅜ
++++ 임지호씨 너무 동안이라 한참 동안 당연히 고딩일 거라 속으면서 본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근데 잠시 후에 보니 출근을 하고 있고. 조금 있다 나이가 언급되는데 뭐... 29?;;;
+++++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안 보실 분만 긁어보시기.
막판에는 결국 모녀가 다 망합니다. 수경은 남자 친구와의 재혼이 성사 직전에 나가리가 나 버리구요. 이정은 그나마 붙잡았던 동앗줄에게 처참하게 버림 받고 다시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죠. 사실 둘 다 당연한 귀결이고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남자 친구가 딸을 내다 버리고 자기에게만 집중하길 원했던 수경 입장에선 잠깐 눈속임으로 결혼을 했다면 이후에 더 더 피곤한 일이 이어졌을 거구요. 이정의 동앗줄은 어차피 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 걍 얼른 인생 렛슨 한 번 받고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길을 찾아가는 게 나았죠.
암튼 그렇게 된 와중에 이정이 몰던 차가 급발진을 하고. 이정은 '혹시 엄마가 날 일부러 들이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요. 정전이 된 집에서 샤워하는 엄마를 핸드폰 플래시로 비춰주고. 어인일로 엄마가 꺼내주는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영화가 시작된 후로 최고로 평화로워진 상황에서 토해내듯 '엄마, 나 사랑해?'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수경은 늘 그렇듯 비웃듯이 껄껄 웃어 버리고 맙니다.
다음 날, 이정이 영원히 떠나버린 집에서 수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혼자 밥을 차리며 새로 붙인 취미인 리코더 연습을 하구요. 이정은 속옷을 사러 가서 이제사 지금껏 자기는 자기 속옷을 사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당연히 자기 속옷 사이즈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원 자이언트 립 for 이정. 뭐 그렇게 마무리되는 영화였어요.
2023.02.23 09:01
2023.02.23 17:56
근데 의외로 스트레스가 그렇게 강하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엄마 캐릭터가 너무 강력하게 막 나가서 '현실감'이 좀 애매해지는 게 있어요. ㅋㅋ 물론 딸 캐릭터 쪽은 그냥 포토 리얼리즘 느낌입니다만(...)
맞아요. 아무리 혈연이라 해도 같이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2023.02.23 10:15
이런 '명작'을 서비스하다니 간만에 티빙이 일 좀 했군요? ㅋㅋㅋ 작년에 참 국내에 다양한 장르의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이 나왔었더랬지... 이런 생각을 하며 한 해를 정리하려는 순간 나타난 무시무시한 작품이었죠.
간단하게 추천글도 올렸었고 본문에 언급하신 Sonny님 글에서도 길게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었는데 보고나면 여러가지로 할 말이 많아지는 작품이 많는 것 같아요. 2시간 20분 정도되는 저예산 캐릭터 스터디 영화를 이렇게 밀도있게 꽉 채운 것만으로도 인정을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분명 소재도 그렇고 표현수위(언어폭력)가 상당해서 보면서 심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또 재미있단 말이죠 ㅋ 정말 걸작 캐릭터와 그에 못지않게 골때리는 캐릭터 둘을 주축으로 삼아놓고 둘이 싸웠다가 딸이 나갔다가를 계속 반복하며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점 디테일을 넓혀가는 각본도 대단했습니다.
수경은 그냥 입을 쩍~ 벌리고 뭐 저런 게 다있어? 하는 느낌으로 쭉 감상하게 되는 느낌이고 아무래도 저는 이정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면서 볼 수 밖에 없더군요. 정말 얘도 답답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 최소한 정상적인 부모의 애정의 반의 반만 받고 자랐어도 이정도까지는 안됐을거라서... 그냥 나쁜 인간 맞죠. 하지만 그 이정에게 친절을 베풀고 다가와준 회사동료가 결국 질려서 학 떼게 만드는 그 모든 포인트들에서는 '아~ 쫌!' 했습니다 ㅋㅋ 수경이 가하는 언어폭력, 감정학대씬들 보다 그 장면들이 더 보기 괴로웠어요.
뭔가 그래도 약간 훈훈하게 마무리 지으려던 것 같던 클라이막스 씬 조차도 그렇게 흘러가고 다 보고나니 제가 다 심적, 체력적으로 다 방전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해볼수록 차라리 엔딩에서 그렇게 된 게 훨~씬 낫습니다 ㅋㅋ
+ 이 작품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하나의 국내 독립영화인 <만인의 연인>을 감상했는데요. 요것도 살짝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서비스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것도 모녀의 이야기인데 초반에 드러나는 설정이 너무 비슷해서 무슨 데자뷰 현상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작품의 톤이나 향후전개 등에서 엄청나게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모녀관계가 이 작품처럼 펩사이신 뿌린 막장수준은 아니고 그냥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소녀 성장기인데 이것도 상당히 흥미롭고 생각해볼만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2023.02.23 14:59
2023.02.23 16:32
며칠 차이로 봤는데 정말 초반 모녀관계 묘사 때문에 싸~했는데 다행히 그 방향으로는 안가더군요. 훨씬 훈훈했죠. 뭐 이 작품하고 비교하면 어지간한 부모-자식 갈등은 다 장난처럼 보이죠.
2023.02.23 17:00
그 영화도 빡치긴 매한가지지만....ㅎㅎ 그래도 주인공과 다른 남자애의 연애가 생각보다 입체적으로 흘러가서 그 부분은 좋았습니다. 순정마초 연기한 배우의 연기가 꽤나 좋더라구요
2023.02.23 18:02
티빙이 최신 드라마, 예능 쪽에 많이 치우쳐 있긴 해도 (사실 그 쪽이 더 돈이 되니까!) 은근히 이것저것 열심히 줍줍한단 느낌이 있더라구요. 왓챠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파라마운트 영화들 많이 가져다 놓는 것도 좋고 나쁘진 않아요. 물론 제가 결제 안 해서 할 수 있는 평가입니다만. ㅋㅋ
네 사실 수경에게 감정 이입이 가능하면 무서운 사람... 은 농담이구요. ㅋㅋ 이정이 극중에서도 계속 그러잖아요. 이거 다 엄마 때문이잖아. 그게 다 맞는 말인데 그걸 초심플하게 '그럼 너는 그동안 누구한테 밥 얻어 먹고 자랐니?'라고 퉁 쳐버리는 수경은 정말... =ㅅ=;;
그 회사 동료와의 관계 장면에서 '꿈의 제인' 주인공 생각이 났어요. 하면 안 될 짓을 자꾸 하는데, 이미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이 되어 있는지라 본인도 어찌할 수가 없다는 걸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답답함, 암울함이랄까요.
전 그래도 그 클라이막스 씬의 마무리도 잘 됐구나! 하면서 봤어요. 거기에서 어떻게 일단 화해를 해봤자 어차피 그 둘에게 미래는 없었을 테니까. 수경이 그렇게 해버린 게 서로에게 최선으로 보이더라구요. 물론 수경이 이런 걸 고려해서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ㅋㅋ
'만인의 여인'도 기억해두겠습니다. 올레티비에 '첫번째 아이'가 올라왔던데 이건 시놉시스를 보니 임계치를 넘을 답답함이 빤히 예상돼서 못 보겠구요.
2023.02.23 11:09
무척 보고싶은데 또 보고싶지 않은 영화예요 ㅋㅋ 저는 레이디버드 모녀도 재밌게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좀 보기 힘들었단 말입니다.
한데 여러 횐님들의 리뷰를 보아하니 그정도는 비교도 안되는 매운 맛인 것 같고, 거기다 이입이 몇곱절은 더 되는 모국어 영화라고요!
마나를 10년치는 모아야 볼 수 있을 듯합니다. ㅋ
2023.02.23 11:23
레이디 버드 모녀가 보기 힘드신 정도였으면 이건 오프닝도 못넘기시겠는데요 ㅋㅋㅋㅋㅋ
2023.02.23 18:03
근데 어찌보면 차라리 이 영화가 보기 편할 수도 있어요. 이 영화의 엄마는 그냥 대놓고 나쁜 사람인 데다가 그 나쁨의 정도도 가볍게 현실계를 넘어서는 사람인지라 차라리 스릴러 보는 기분으로 구경할 수 있었거든요. ㅋㅋ
2023.02.23 12:13
볼 겁니다! 그래서 저 앞에 올리신 다른 분들 리뷰도 안 읽었는데 아직 못 봤네요. 영화를 안 봤는데도 벌써 상상력이 뻣쳐 나가는 듯해요.
2023.02.23 18:04
식기 전에 얼른 보시죠!! ㅋㅋ 기대와 비슷한 영화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미 없거나 지루한 영화는 아닐 겁니다.
2023.02.23 14:58
2023.02.23 18:06
꼭 모녀 뿐만 아니라 부녀나 부자 관계에도 비슷한 사례들은 많겠지만, 이 영화의 감독님 말씀대로 모녀 관계일 때 형성되는 뭔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거 하나 찍고 모녀 이야기는 그만 할 생각이었다가 다 만들고 나니 한참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ㅋㅋ 다음엔 좀 덜 무서운 영화로 돌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2023.02.23 15:01
전 이 영화가 동시대 한국독립영화의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적절한 예시처럼 보였어요. 찾아볼 정도로 한국인디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그들이 원하는 감상을 줄 것 같고, 그 반대의 경우엔 싫어하는 이유를 고스란히 + 거의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영화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간적인 밑바닥까지 훤하게 드러내며 욕하고 싸워대는 인물들을 길거리에서 보게 될 때,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서 구경하는 재미 같은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그걸 두 시간 반 동안 보게 된다면, 대강의 상황+사연 짐작을 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그쯤되면 구경꾼으로 적극적으로 참견하거나, 소극적으로나마 인간적 입장 같은 걸 가질 수도 있게 되구요. 하지만 대부분의 행인들에겐 바로 고개를 돌리고 싶은 구질구질함만 먼저 보일 거에요. 영화가 끝나도 그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기분이 좀 더 미묘하고 복잡해질 뿐ㅎㅎ 레이디버드는 이에 비하면 예쁘고 단정하며 결정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잖아요 :)
2023.02.23 16:04
저는... 길거리 싸움을 구경하는 재미로 독립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실제 길거리에서도 그런 걸 보면 바로 고개를 돌리고 현장을 피합니다. 독립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길거리 싸움을 보는 재미로 영화를 보지 않아요. 독립영화를 보는 이유는 상업영화의 관습화된 틀을 깨고 인간의 비정식화된 삶의 형태에서 비로서 찾을 수 있는 진실의 아름다움이 숨겨져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독립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가 좋든 싫든, 제가 몰랐던 친구 한명을 새로 알게 되었고 그들을 비로서 이해하게 되거나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먹먹한 마음을 갖는 것이지 길거리 싸움을 구경하는 무책임한 기분으로 보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감상은 자유이지만 어떤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판단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3.02.23 16:37
2023.02.23 16:56
'이 영화는 길거리 싸움을 구경하는 듯한 재미로 채워져 있었다' 고 표현을 하시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 그 재미에 동참한 것으로 오해를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어떤 영화에 대한 단정적인 평가는 그 영화에 공감한 관객들마저도 함께 평가하는 함의를 갖게 됩니다. 어쨌든 로리님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그렇게 보셨다는 것도, 독립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굳이 판단하지는 않으셨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2023.02.23 17:55
2023.02.23 18:09
2023.02.23 18:21
한국 독립 영화들, 그 중에서도 주목 받고 찬사 받는 영화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경향성이긴 하죠. 구질구질함과 비참함, 막막함이 뒤섞인 느낌이랄까요. 아주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구질구질한 일상 생활 공간이 필수적으로 등장하구요. 하하.
근데 뭐 어차피 빅히트 하려고 만드는 영화들은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메이저 영화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부분, 그것도 현실에 존재하는 부분들에 주목한다는 경향성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말씀을 듣고 보니 유독 한국 인디 영화가 미국 인디 영화들보단 훨씬 더 그 '구질구질'의 리얼한 묘사에 힘을 쏟는 작품들이 많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환타지를 (상대적으로) 크게 좋아하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 성향 때문일까요. 아님 그냥 헐리웃과 충무로처럼, 미국 인디와 한국 인디의 규모나 사정 차이에서 기인하는 특성일 수도 있겠다 싶구요.
2023.02.23 19:16
저는 이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최근 아니 어느시점부터 이어져온 한국독립영화의 어떤 경향성?에 대한 지적에는 공감이 가네요.
물론 상업영화의 정형성을 벗어난 시점을 즐기는 매체가 독립영화이긴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현실의 비루함이나 소위 날것이라는것들을 과시하듯 전시하는 작품들이 많아진게 사실이니까요.
뭐 영화라는게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평가를 받는것이니만큼 그런 요소들은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중요하지만 그런것을 보여준다는것 자체로 찬사를 보내는 관객들도 있던데 전 좀 갸우뚱하더군요.
아니면 차라리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런 요소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하나의 장르영화로 만드는것도 괜찮을텐데 우리나라 독립영화(상업영화도 일부 마찬가지지만)들이 사회성있는 드라마에
대한 강박이 있는것도 사실이죠. 무튼 뭐 예전처럼 독립영화라면 일단 먹어주고 띄워주는 그런 경향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일부 그런 의식이 남아있기도한가봅니다.
2023.02.23 19:49
# 로이배티, ND :
이런 규모로 제작되는 영화는 이제 '경향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델링 + 규격화가 되어 있어요. 프로덕션 회차, 로케이션 숫자, 스탭과 배우의 수, 활용/수급가능한 장비, 너무나 명백하고 뻔하거든요. 인물들이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주로 한정된 장소에서 대화나 상황으로 치고받고 싸우거나, 싸우지 않거나 하는 드라마로 밀어붙이게 됩니다.
2023.02.23 21:52
그러니까 결국 돈 문제로 시작해서 -> 영화제에 간택 받기 위한 소재와 스타일 선택. 이렇게 흘러가는 구조인가 보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사실 그래서 종종 왓챠나 올레티비에 올라오는 단편 영화들을 제목이나 포스터 이미지 보고서 흥미 가는 것들 챙겨 보곤 합니다. 왜냐면 그런 단편들에는 장르물들이 꽤 많거든요. 이야기나 스타일도 꽤 다양한 느낌이고... 그랬는데 단편들은 이러한데 장편들은 왜 그러한가? 에 대한 답이 되는 설명을 해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