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전문직이란 거....

2010.07.12 23:46

곰친구 조회 수:3649

(제 직업에 관한 오해가 생긴 거 같아서 살짝 수정합니다)   

 뭔가.... 답답해요.

 

    제 직업은 축구 팀의 팀 닥터  같은 일입니다.  실제 직업은 팀 닥터와 비교도 안되는 후진 직업이지만,   

     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기여하는 건 같지만,   제가 속한 팀에서 저 혼자 성격이 다른 일을 하고

     또 제가 하는 일을 할 사람은 저 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후지긴 했지만 제 직업도 나름  특정한 훈련? 교육?을 받아야 하구요. 깨알만큼 어려운 시험도 봐야합니다.

  

    입사 직후 첫 월급은 일반직보다 많아 보일지 몰라도 조직에 속해 있으면 승진이나 출세에는 한계가 있어서 10년후를 내다보면 별로 좋은 조건도 아닙니다.   

   신입으로도 잘 안뽑아요. 경력자 뽑아서 가진 스킬 써 먹고 필요 없으면 버리고, 혹은 본인이 답답해서 나가는 게 패턴입니다.

   자영업(?)도 많이들 합니다만, 손바닥만한 시장에서 도토리 키재기 하느라 겉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배가 고프죠.    

 

   

     이게 좋을 때는 '우리 팀은 너 없으면 안돌아간다'고 애지중지 해주지만,

     반대로 나쁠 때는 소외감을 느끼죠.

      예를 들면 축구 선수들끼리 열심히 작전 회의 하고 있을 때 뭔 말인지 몰라 씁쓸한 소외감이랄까...

      우리 팀이 월드컵 16강에 들었을 때 '팀 닥터~ 고생했다'고 챙겨주기가 쉽지 않잖아요.

     대신 졌다고 '팀 닥터가 나빠서 졌다'라는 소린 안 듣는 것 같은 좋은 점은 있네요.  

 

     그렇지만 뭔가 주류 혹은 메인이 아니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잘해도

     우리 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본업을 하는 멤버, 

     즉 축구팀의 축구선수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팀에선 우선시하고 챙기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일이 재미가 없어요. 

    좋을 때는 '전문직' 취급해주지만, 나쁠때는 '단순 작업' 취급을 당하구요. 그래서 만족도가 매우 낮아요.

    게다가 일의 질도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해 온 사람들끼리야 ABCDEF로 레벨을 나누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C위로는 다 비슷해 보인답니다.

   'A'정도의 산출물을 내도 C점짜리 냈을 때나 별반 반응이 안 다를 때면 좀 힘이 빠지죠...

    일도 창의적이라기보단,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새로울 것도 없고 어떨 때는 머리는 자고 있고 몸만 움직이는 것 같아요.

    뭔가 여러 사람과 협업하고 의견 조율하고 사람을 설득하고....하는 일이 아니라 개인 플레이, 개인작업이라 변수도 별로 없고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 직업이 바로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이었어요. 소위 '전문직'으로 분류되서 나름 시험도 있고  한때 매스컴이 괜찮은 직업이라 띄워주기도 해서

    이거 하면 머리 무지 많이 쓰면서 재밌게 살  줄 알았는데...사실 '전문직'이란게  말은 멋지지만 뚜껑을 열면

 

    1. 자영업이 가능하고  2. 좁고 깊은 분야이고  3. 반복작업인데  4.그 반복 되는 '작업 방법'을 익히는게 처음에 좀 어려울 뿐.  5.졸업장이나 자격증 따지고...시험이 있는.

     인 것 같습니다.

 

     제 직업은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의 하찮은 거라 그럴 수도 있지만,  고소득으로 각광받는 변리사나 의사인 지인들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에는 놀랐습니다.

   

      변리사: 특허 관련된 소송은 건은 80퍼센트가 다 비슷비슷한 사례라 심지어 인용하는 법조문도 항상 정해진 2,3개 밖에 안된다.

                    그 많은 관련 법 다 외운게 바보 같을 정도. 어떨 때는 외국어로 된 자료 번역하다 밤샌다.

 

     의사: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다 고만고만한 병이고 고만고만한 처방해주고 나면 하루 해가 진다. 학생 시절에는 꿈도 많고 패기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지겹다.

               생활은 안정되지만, 내 자식들은 절대로 의사 안시킨다.       

 

    관련업계 분들이 보시면 속상하시려나...저에겐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만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걸 몇 번 경험해서 왠지 멋대로

    동지 의식을 느꼈죠.

 

 

    물론...알아요...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흥분된 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축구 선수'들도 결국 '우린 수명도 짧고, 팀에서 잘리면 1인 축구 자영업 안되고,  몸 만들고 공차고, 몸 만들고  공차고의 반복이다'라고 

    충분히 불평 가능하다는 걸.

 

     그냥 오늘따라 더더욱 제가 다람뒤 쳇바퀴만 열심히 돌리고 살아와서 머리도 마음도 굳은 것 같아 푸념을 늘어 놓아 봅니다.

 

     회사의 일반적인 직군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왠지 마케팅이나 개발이나 연구직 , 기획 같은 보통의, 주류적인 회사일이 더 창의적이고

    멋질 것 같아요.  동료들과 협동해서 지지고 볶다가도 술 한잔으로 풀고 그렇게 신입 시절부터 보내다가 5년 10년 지나면 그 유대감은 굉장히 강하지 않을까...

    뭐 이런 오피스 드라마의 로망을 동경해 봅니당~.

 

 

  알아요... 그래도 세상 사는 건데 어딘들 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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