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역시. 근데 원래 초반부터 이 드라마는 김은숙 작품 중 최악이었어요. 중반에 조금 나아지는 듯 싶더니 결말로 향하면서 지지부진해졌을 뿐.
김은숙과 홍자매가 전작의 스타일을 맞교환한 느낌인데 홍자매가 <시크릿가든> 식으로 영혼 체인지를 다루는 판타지물로 <빅>을 쓰고 김은숙은 나름 40대의 섹시한 라이프스타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려보겠다는 야심으로 <신사의 품격>을 쓴 것 같죠. 문제는 저렇게 살 만한 40대 남자들은 상위 1%밖에 안 될 것이라서 남자들에게 공감 사기가 매우 어렵고, 게다가 남자들이 김은숙 톤의 대사를 치다보니 오글거린다는 것. 그나마 후반부에 '현실적인' 얘기들을 꺼냈지만 수습은 대충대충. 갑자기 아이가 나타난 장동건을 김하늘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김민종과 윤진이의 결혼을 김수로가 허락하는 과정 등이 특히 그랬죠. 아마 김정난과 이종혁의 화해 과정도 그렇겠죠. 그래도 여태까지 봤으니 마지막회는 봐야겠죠. 개인적으로는 김은숙이 차라리 <시티홀>을 지금 썼으면 <추적자>, <유령>과 함께 더 호평받았을 듯 싶습니다만.
눈은 즐거웠는데 생각보다 주연 둘의 연기가 시궁창이었고(김하늘은 대략 십년 넘는 기간 동안 제가 본 모든 출연작중 가장 최악으로 느껴짐;) 대본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엉망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묘하게 챙겨보게 되던,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시티홀 같은 드라마는 다시 못 쓰려나요. 그나마 수확은 너무 사랑스럽던 임메아리와 깨알같던 이종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