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젤 능청스러운 광경

2016.03.17 09:48

Bigcat 조회 수:6305

dd5669632182fc7eaaa96a08211c3b13.jpg

제우스와 가니메데Zeus and Ganymede, 베르텔 토르발트센Bertel Thorvaldsen, 1817년경에서 1829년경 제작, 후면모습, 대리석, 덴마크 코펜하겐 토르발트센 박물관 소장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 서양미술사 시간에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대한 발표 과제를 준비하다가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토르발센은 안토니오 카노바와 함께 19세기 신고전주의 조각의 쌍벽을 이룬 작가였으니까요. 그런데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가니메데>를 보는 순간..제 첫 인상은...ㅋㅋㅋㅋ....-_-;;




2787131831_c709505605.jpg

 측면 상단







Thorvaldsen_Kopenhagen3_Ganymede-with-Ju

 독수리 상단 부분



이 물 마시는 독수리의 표정하며 - 특히 영롱한 눈동자와 커다란 부리! (진짜 털 가득하고 날개달린 독수리 같은데요. 어디를 봐도 천신 제우스가 변신한 거라고는 생각이 안되는...)






9208750808_0643278e21_b.jpg

독수리에게 정성껏 물을 먹이는 소년의 표정 하며...잠깐 이게 물이 아니라 신들이 마시는 넥타르라는 술인가요?







thorvaldsen-10_680.jpg

 어디 구석을 보더라도 이 광경은 진짜 순수 그 자체라니까요, 그냥 어린 소년이 친하게 지내는 동물친구에게 물을 떠서 먹여주는 진짜 정겨운 광경 아닙니까...







fe4c533ef0a810ead62d41cdd49f1262.jpg

아놔, 진짜 가니메데의 신화를 뻔히 알면서도 이런 천진한 구도를 상상해 낼 수 있다니 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되면...







ThorvaldsenZeusGanymede1817-29Minneapoli




미술사학자들은 토르발센의 가장 큰 미학적 업적을 이러한 소박한 이미지의 구현에 두고 있습니다. 토르발센은 덴마크 미술 아카데미 출신이었지만 일생을 로마에서 거주하며 로마 제국과 고대 그리스 미술 이미지의 구현에 생애를 바쳤습니다. 특히 고대 로마의 조각에 빠져서 스스로를 '로마인'으로 자처하며 고대 제국의 예술정신을 근대에 부활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죠. 그러나 만일 그가 단순한 고대 조각의 모방에만 그쳤다면, 오늘날 덴마크를 대표하는 국민작가 - 혹은 신고전주의 대표작가라는 명성을 얻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가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그는 고대 조각의 장엄함에 북유럽 특유의 소박함을 부여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그는 자기를 고대인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의 작품에는 토르발센의 뿌리인 북유럽의 기질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입니다.....는 미술사학자들의 평을 듣고 있자니, 깊이 공감하면서도 맘 한 구석에는 자꾸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군요. 그렇습니다! 이건 바로 소박함이었습니다. 고대 남유럽 신화의 장엄함과 근대 북유럽의 소박함이 만나....걸작을 창조하다!....




(근데 왜 민망함은 내 몫인겨...-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1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420
124057 미션임파서블7 400만 돌파 감사 영상/13회 차 관람/ 씨네 21 평론 daviddain 2023.08.20 217
124056 [EIDF 2023] EBS 국제다큐영화제 [7] underground 2023.08.20 651
124055 프레임드 #527 [2] Lunagazer 2023.08.20 77
124054 [아마존프라임] 90년대풍 에로틱 스릴러의 향수, '딥 워터'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8.20 316
124053 동시상영관 : 비뎀업 리메이크 작품들 [2] skelington 2023.08.20 131
124052 [왓챠바낭] 의도는 알겠는데... '고스트 버스터즈' 리부트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3.08.20 564
124051 오펜하이머 사소한 거 [3] daviddain 2023.08.19 470
124050 프레임드 #526 [4] Lunagazer 2023.08.19 97
124049 킹스 퀘스트 5 [3] 돌도끼 2023.08.19 202
124048 이런 내용의 단편 영화를 아시는 분(우주인과 랜덤채팅을 하는 여자) [3] 하마사탕 2023.08.19 295
124047 [넷플릭스] 마스크걸, 아니 이거슨 또 무엇인고.....ㅎㅎㅎ [10] S.S.S. 2023.08.19 1020
124046 어제 미국에서 공개된 DC유니버스 첫 영화 블루비틀 티저 예고편 [2] 상수 2023.08.19 243
124045 오펜하이머 이동진 심층리뷰 상수 2023.08.19 520
124044 [왓챠바낭] 애매... 하군요. '미녀 삼총사3'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8.19 473
124043 SF작가 심너울의 한국일보 칼럼 ‘익명성을 내버리자’ [2] 상수 2023.08.19 407
124042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좋으셨나요. '나이츠 갬빗' [4] thoma 2023.08.19 318
124041 언어 배우기 [1] catgotmy 2023.08.18 149
124040 [EBS1 영화] 더 퀸 [3] underground 2023.08.18 162
124039 프레임드 #525 [2] Lunagazer 2023.08.18 86
124038 잡담 - 탕후루와 하이볼 유행, 애플 V EU(라이트닝 케이블과 배터리일체형) [2] 상수 2023.08.18 3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