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3 00:28
- 작년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적겠습니다.
(A24가 또...)
- 뜨겁게 불타오르는 레즈비언 커플 소피와 비가 소피 친구네 별장을 향합니다. 보아하니 소피도, 소피 친구도 갑부인 듯 하고 비는 걍 평범한 아이인 듯 하구요.
근데 별장에 도착한 소피를 맞이하는 '친구'들 반응이 영 구립니다. 거의 대놓고 '쟤는 여기 왜 왔대?'라는 반응이라 비는 매우매우 뻘쭘해집니다만. 그래도 소피는 오랫 동안 어울린 패거리라 그런지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네요. 그리고 가만 보면 어차피 그 '친구'들 서로서로도 관계에 균열이 보입니다. 겉보기만 멀쩡한 개판 막장 관계도가 예상이 되구요.
암튼 그날 밤쯤 되니 이제 비도 멋모르고 우걱우걱 먹어 치운 대마초 케이크(...) 파워로 정신줄 놓고 씐나게 잘 어울리게 되구요. 그러다 술을 들이키며 이 밤을 장식할 게임을 하기로 합니다. 'Bodies, Bodies, Bodies' 라는 게임인데 마피아처럼 뽑기로 범인을 정한 후에 집 불을 다 끄고 흩어져 돌아다니면 범인이 한 명을 붙잡아 사망 처리하고, 시체가 발견되면 불을 켜고 모여서 범인 추리하고. 뭐 이런 식의 게임이래요. 원래 있는 건가 봅니다. 영화의 원래 제목도 그거구요.
암튼 이후는 뻔하겠죠. 그러다 사람이 하나 죽어 나가고. 서로서로 의심하며 니가 범인이네 아니네 이러면서 싸우고. 그러면서 그동안 숨겨 놓았던 균열이 드러나고 갈등이 폭발하고...
게다가 태풍이 왔어요. (타이밍이 애매하게 맞았군요. ㅋㅋ) 집 밖으로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전기는 끊어졌으며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박터지게 보내는 하룻밤... 입니다. ㅋㅋㅋ
(기본적으로는 이 둘이, 특히 우측 분이 주인공 포지션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만. 사실상 군상극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 전형적인 슬래셔 도입부... 가 맞긴 하지만 동시에 더 격하게 전형적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스타일 설정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영화가 가는 길은 후자입니다. 범인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람 하나 죽어 나갈 때마다 생존자들끼리 모여서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그러다 서로 맘 상해서 찢어지고. 그러다 또 누구 하나 죽고... 이런 식이에요. 덧붙여서 사람 죽는 장면에 딱히 '고어'라고 부를만한 잔인 끔찍 부담스런 묘사가 아예 없습니다. 그러니 슬래셔 팬보다는 범인 맞추기 즐기시는 추리물 팬들에게 잘 맞 영화겠구요.
(범인은 이 중에 있다!!!! 와 대략 비슷한 이야기가 되겠구요.)
- 근데 그게... 대략 영화 중반쯤 가면 사건의 진상을 대략 때려 맞출 수 있습니다. 극중 힌트라기 보단 외적인 요소, 영화의 분위기나 캐릭터들 굴리는 모습들 같은 걸 보고 있으면 '설마...' 하는 생각이 들고 시간이 흘러갈 수록 그게 확신으로 굳어지더군요. ㅋㅋ 막 되게 신선한 스토리 같은 걸 기대하심 실망하실 텐데요. 그래도 괜찮았던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자 본체는 추리 보다도 코미디. 그러니까 블랙 코미디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이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젊은이들의 모습을 되게 진지하게 정색하고 보여주는 영화입니다만. 그렇게 정색하고 진지한 가운데 얘들이 까발리는 서로의 모습이나, 정색하고 자신의 고통을 성토하는 모습들 같은 게 뒤로 가면 갈수록 코믹해집니다. 글 제목에 적은 대로 미국에서 'Z세대'로 분류되는 분들의 생활 양식과 사고 방식, 가치관 같은 걸 좌라락 늘어 놓으면서 웃기는 식인데, 처음엔 별 느낌 없다가 뒤로 가면 갈 수록 웃겨져요. 원래 블랙 코미디란 게 그렇잖아요, 캐릭터들이 진지해야 더 웃기는. 그래서 상황이 극단적으로 돌아가는 막판이 더 웃겼던 것 같구요.
(맨 우측 분이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해서 검색해보니 '시바 베이비'에서 주인공 하셨던 분이었네요. 헐. ㅋㅋㅋ)
-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식으로 20대를 까대고 놀리는 영화가 나오면 한국에선 무사하지 못할 텐데... ㅋㅋ 그래서 각본 겸 주연을 맡으신 아만들라 스텐버그란 분 정보를 찾아보니 98년생으로 20대 중반 밖에 안 된 분이시네요. 본인 세대 이야기라 더 자신있게, 과감하게 깐 걸까요. 허허.
다만 그냥 그 세대 비판에만 집중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후반에 가면 경제력에 따른 사회적 계급 간의 갈등이 첨가되는데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녹아들기론 이 쪽이 더 그럴싸했습니다. 이게 하룻밤 동안에 애들 관계와 감정이 미친 듯이 널뛰기 해야 하는 이야기인데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떡밥이 출동하니까 설득력이 꽤 확보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뭣보다... '누가 죽였게~' 장르 영화로서 꽤 탄탄하고 매끈하게 이야기를 잘 짜놨어요. 물론 해당 장르 수작 소설들 급까진 아니고 그냥 이런 저예산 장르 영화들 중에서 상대 평가... 라는 건 잊지 마셔야 합니다만. ㅋㅋ 그래도 메시지 전달하느라 장르를 소홀히 하는 이야긴 아닙니다.
(한 가지 주의(?) 사항이라면, 극중 상황이 상황인지라 런닝타임의 대부분이 이렇게 어두컴컴합니다. ㅋㅋ 그래도 보여야할 건 다 잘 보이니 걱정은 마시구요. 조명 때문에 고생 좀 했겠다는 생각을 하며 봤네요.)
- 결국엔 가볍게 웃고 즐기고 넘기시라... 는 영화인지라 더 길게 늘어놓지는 않겠구요.
결론적으로 (요즘 표현으로) 후더닛 장르에 속하는 살인 미스테리극이면서 '요즘 젊은애들'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구요. 두 가지 방면 모두로 할 거 다 하고 또 평타 이상으로 해줘요.
특별히 비범하다 싶은 부분은 찾기 힘들지만 뭐 이렇게 '그럴싸하고 매끈하구나!' 싶은 장르물들이 그렇게 흔히 나오는 건 아니니 이 정도면 칭찬 받을만한 영화였다... 는 결론입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물이고 런닝 타임도 짧으니 주말 동안 심심하실 때 한 번 켜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
+ 스포일러 정리입니다.
등장 인물들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집주인(의 아들)이자 골 비고 센 척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데이빗. 그 여자 친구이자 안 뜬 배우 엠마. 자기가 이 중에서 유일하게 똑똑하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며 이 중 누구와도 특별히 가까워 보이진 않는 조던. 이 중에서 가장 멍청해 보이는 수다쟁이 앨리스. 그리고 앨리스가 데려 온 아마도 군인 출신이라는 근육질 아저씨 그렉. 그리고 흙수저에 사회성도 좀 떨어지는 성격인데 애인 때문에 얼떨결에 어색한 파티에 끌려와서 고생하는 비... 와 이 녀석을 데려 온 갑부집 딸이자 마약 중독 재활 중인 소피. 대략 이 정도구요, 여기에 원래 멤버인데 전날 밤에 데이빗과 다투고 집에 가 버렸다고 언급만 되는 맥스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일단 1번 타자는 데이빗. 하루 종일 별 이유도 없이 그렉이 맘에 안 든다고 시비 걸고 진상을 부리다가 결국 '바디스 바디스 바디스' 게임에서 그렉이 중도하차하고 혼자 방으로 가게 만들어 놓고는 본인도 사라졌다가 잠시 후 목이 칼로 그어진 상태로 나타나 쓰러져 죽어요.
그리고 남은 사람들(모두 여자입니다)은 패닉에 빠져서 자기들끼리 막 난리를 치다가 결국 그렉을 범인이라 생각하고 제압하려다가 오히려 제압 당할 위기에 처하고. 그때 비가 케틀벨로 뒷통수에 회심의 일격을 날려서 그렉이 2번으로 사망합니다.
그러고나서 생존자들끼리 또 서로 속을 박박 긁으며 싸우다가 이번엔 엠마가 시체로 발견돼요. 아마도 누가 계단에서 밀어 버린 듯한 정황... 으로 다들 판단을 하구요. 그렉도 죽었는데 누가 범인이냐고!! 라던 생존자들은 이 중 유일한 뉴비인 비를 집 밖으로 쫓아내 버리죠.
그런데 비는 밖에 주차된 소피의 차에 들어가 있다가 거기에서 조던의 수영복 팬티를 발견하고, 빡쳐서는 어떻게든 집안으로 돌아와 조던을 마구 몰아 붙입니다. 이렇고 저렇고 그런 거 보면 오히려 니가 범인 아님?? 그리고 그게 좀 먹히는데... 그때 조던은 숨겨뒀던 권총을 꺼내 들고, 미쳤냐고 지금 뭐하는 거냐고 자길 뜯어 말리는 친구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실수로 앨리스를 쏴 죽여 버립니다.
그래서 이제 비 - 소피 커플과 조던 셋이 남았는데요. 실수지만 어쨌든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패닉 상태가 되어 총을 든 채로 자기 방으로 도망가는 조던을 소피와 비가 굳이 쫓아가서 이러쿵 저러쿵 말싸움을 하다가... 갑자기 삼각관계 사랑 싸움이 되어 버리구요. 자기가 소피랑 섹스했다고 놀리던 조던은 그만 비에 의해서 추락사. 바닥에 뻗은 채로 총을 탕탕 쏴 대다가 비에게 '나 소피랑 섹스 했거등! 소피 핸드폰 문자 확인해봐!!!' 라는 유언(...)을 남기는 게 웃깁니다. ㅋㅋ
이제 둘 밖에 안 남았는데, 영화의 주인공 격인 비는 '나는 아니니까 그럼 니가 범인' 이라는 논리로 소피에게서 도망쳐 숨고. 드디어 해가 뜨고 태풍도 멈춰서 별장에서 탈출을 시도하는데 소피가 나타나 부둥켜 안고 화해를 청합니다. 하지만 조던의 권총을 숨겨 갖고 있던 비는 총을 겨누며 니 핸드폰 문자부터 보여달라 그러고, 또 몸싸움이 벌어지고, 진흙탕에 떨어진 핸드폰을 비가 먼저 주워서 열어 보려는데... 안 열리네요? 이건 누구 폰이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젯밤 1번 사망자 데이빗의 시체가 보여요. 그래서 데이빗 시체의 눈을 띄우고(ㅋㅋ) 안면 인식으로 폰을 열어 보니 거기엔 영상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터프가이 그렉이 도입부에서 보여줬던 긴 칼로 간지나게 와인 마개 따는 법을 술과 약에 쩔은 채로 따라하다가 자기 목을 스스로 베는 데이빗의 모습이 나옵니다. ㅋㅋㅋㅋㅋ
결국 데이빗 = 과실로 인한 자해. 그렉 = 미쳐 날뛰는 분위기에 휩쓸린 비에게 살해. 엠마 = 소피가 나눠 준 마약을 하고선 어두컴컴 집을 어슬렁거리다 혼자 실족사. 앨리스 = 조던의 오발로 사망. 조던 = 소피, 비와 몸싸움 벌이다 추락사.
'범인'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그냥 자기들끼리 쫄아서 미쳐 날뛰다가 이 지경이 되었대요... 라는 게 사건의 진상입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그동안 범인 후보로 지목되었던 '전날 밤에 싸우고 혼자 떠난 맥스'가 나타나 '니들 뭐하는 거야??'라고 한 마디 날리구요. 그 순간 통신망이 복구되어 '어. 이제 핸드폰 되네'라고 말하는 맹한 비의 모습으로 끝입니다.
2023.08.13 11:39
2023.08.13 12:56
2023.08.13 16:44
시바 베이비도 전혀 기대 안했는데 VOD라도 들여왔었으니 한가닥 희망을 잡아봅니다 ㅠㅠ
2023.08.14 00:47
말씀대로 아트하우스 스타일이나 하이 컨셉 호러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담고 있는 메시지나 태도 같은 게 충분히 화제가 될만 하고 또 주목 받을만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A24의 선구안은 죽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했구요.
그 유언도 그렇고 영화의 마지막 대사도 그렇고 좀 과하게 놀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뭐 그게 블랙 코미디니까요. ㅋㅋ 웃겼으니 된 것이고, 또 인스타보다 틱톡을 많이 언급하고 활용하는 부분 같은 걸 보면 역시 그 세대 사람이 쓴 그 세대 이야기구나... 싶어서 좋았네요.
'보랏' 속편은 아직도 안 봤는데요. 비 배우님 보고 나니 그것도 한 번 봐야 하나 싶구요. 사실 아직도 아마존 구독 중단을 안 하고 돈이 또 빠져 나가서(...) 여기는 정말 조금만 보고 접으면 되는데 자꾸 다른 것만 보게 되네요. 내 돈아... ㅋㅋㅋㅋ
2023.08.13 12:50
앗 저 넷플릭스 쿨타임 안 찼다고 생각하는데 요거 땡기네요.
십대중반쯤에 즐겨 듣던 (겁 많아서 얘기로만 들었어요 ㅋㅋㅋ) 슬래셔 무비들이랑 짜임이 비슷한 것 같아서 뭔가 반가워요.
80년대나 2020년대나 청춘이 놀 때 하는 짓이 비슷한 것 같아요. Z 세대적 특징이란 게 입고 있는 옷처럼 벗어버리면 그만인 건지 뼛속까지 다른 세대의 청춘과 구분되는 뭔가가 있는지 영화를 봐야 알겠군요.
안 무섭다니 위시리스트에 넣어둬야겠습니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 하겠는데 뭔가 이 영화가 반갑네요.
2023.08.14 00:49
꼴랑 이거 한 편 때문에 구독하긴 좀 그러니 쿨타임은 지키시는 게 좋겠구요. ㅋㅋ 그래도 반갑고 좋으시다니 나중에 보실 때 재밌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뭐 Z세대라고 해서 특별할 게 있겠습니까. 말씀대로 예나 지금이나 그냥 청춘이구요. 다만 최근 젊은이들이 그 '청춘'을 표출하는 방식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라는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많이 비판적인 시선에서요. 그래서 현지 Z세대 젊은이들의 이 영화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고 그래요. 최근 드라마들 보면 요 Z세대에 대해 투덜거리는 이야기들이 눈에 띄게 많더라구요.
2023.08.14 00:42
2023.08.14 00:50
정말 안 무섭고 파티는 금방 끝나니 보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ㅋㅋ 전 재밌게 봤어요!
2023.08.14 10:09
포스터나 예고편으로 본격 ('힙'한) Z세대 슬래셔!! 정도를 기대하고 본 영화였고
고립된 공간.. 어딘가 껄끄러운 과거가 있는 듯한 청춘남녀들! 그리고 시작된 피바다! 막 그런 전형적인 슬래셔 초반 설정이었는데
첫번째 시체 이후로 추리극이 되는 듯 하더니 본격적인 전개로 들어가선 말씀하신 것처럼 대놓고 블랙코미디더군요ㅎ
하기사 A24의 영화가 평범한 슬래셔나 추리극이었다면 그것도 좀 이상했겠지만요ㅎㅎ
근데 얼마전 디플 "더 메뉴" 볼 때도 그랬고 막 작정하고 블랙코미디로 가는 영화는 제 취향에선 살짝 벗어난듯 하여서.. 이 영화도 막 웃으면서 보긴 했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 만큼은 제 취향이 아니더군요ㅎ
등급이 18금이긴 한데.. 막상 표현수위는 중학생관람가 수준인 것도 취향에서 살짝 벗어난....(이래놓고 정작 잔인한 장면들은 손으로 가리고 보지만요 껄껄)
물론 만듦새 자체는 훌륭하던데요.. 제 취향이 이것보다는 좀 키치한 쪽인 듯 합니다 허허허
그렇지만 이렇게 세련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긴 하고요 (평론가들 포함)
게다가 배우들이 아만달라 스텐버그 포함해서 LadyBird님 언급하신 마리아 바칼로바, 레이첼 세놋 등등 다 훌륭하더군요. 배우들의 다른 필모들도 궁금해졌습니다ㅎ
덧. 이 영화도 그렇고 2022년 SXSW에는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군요..!! 그 중에 꽤 많은 수가 한국에 수입되지 않은 게 아쉽긴 한데, 또 그 와중에 이 영화는 넷플릭스 덕에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게 다행이네요ㅎ
2023.08.14 14:53
맞아요 그런 측면에서 영화가 좀 관객들을 낚은(?) 게 있죠. ㅋㅋ 대부분 슬래셔 생각하며 봤을 텐데 진짜 슬래셔스런 장면은 나오지도 않고... 그나마 나오는 장면들도 말씀대로 참 순하게 중학생 관람가 수준이구요. 그래서 보시고 나서 실망했다는 소감들도 납득이 됩니다. 저야 슬래셔든 추리물이든 블랙 코미디든 좀 사악하기만 하면(??) 다 즐기는 성향이라 이것도 그냥 재밌게 봤지만요.
해외 영화제들에서 소개되는 인디 호러들은 대체로 OTT보단 iptv들이 먼저 집어가더라구요. 되게 알차게 들여오진 않지만 그래도 은근히 생각보단 많이(?) 들여와서 빠르게 가격 할인 들어가고 그래요. 넷플릭스는 그 중에서 나름 엄선된 것들이 들어가는 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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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공개 당시 나름 화제가 되서 궁금했던 작품이었는데 수입소식이 안들려서 포기하고 있었다가 넷플이 국내에 소리소문없이 들여왔네요. 최근에 조성용님 영화잡담글에서 알게 됐었죠.
A24산 호러물이라서 특유의 엄청 아트하우스틱한 그런 류일줄 알았는데 제목에 써주신대로 Z세대를 재치있게 풍자하는 내용이라서 즐겁게 봤어요. 슬래셔물의 요소가 없는 걸 빼면 한 장소로 제한된 스크림 같은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제각각 개성과 매력이 있고 서로간의 관계도 재미있게 잘 꼬아놓은 부분이 끝까지 몰입하면서 보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허무하면서도 빵 터져서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만들기도 했구요. 모 캐릭터의 유언이 저도 제일 웃겼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절실하게 전하고 싶은 말이 그거냐고 ㅋㅋㅋ
비 역할의 마리아 바칼로바는 '보랏' 속편에서 여러 의미로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고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면서 오스카 후보까지 올랐었는데 여기서는 또 확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하더군요. 여배우들 중심인 만큼 거의 다 좋았고 남배우들도 그렉 역할의 피트 데이빗슨은 본인의 실제 이미지를 캐릭터에 잘 활용한 반면에 리 페이스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배역으로 나와서 어이없이 재밌었습니다.
레이첼 세놋은 현지에서 곧 개봉하는 '시바 베이비' 감독의 차기작에도 주연으로 또 협업했나봐요. 이것도 궁금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