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 별다른 감상문이 필요할까 싶기는 해요. 주말에 업로드 되는 넷플릭스 신작 보기는 모두의 습관 같은 게 된 거 같아서요. 그런데 재밌게 본 차에 잠도 안오고 그래서요.

'발레리나'라는 제목의 존윅 스핀오프가 제작된다고 들어서 헷갈렸는데 이건 당연히 관계없구요. 전종서가 발레리나인 것도 아니네요.

딱 봐도 견적이 나오는 영화이고 굉장히 정통 장르물입니다. 이런게 잘못만들면 지루하고 유치하고 그런데 잘만들었어요. 재밌게 저는 봤습니다. 이런 장르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취향은 좀 탈 것 같은데 넷플릭스 영화로서는 썩 좋은 수준이에요.

일단 컷 하나를 허투로 쓰지 않는 꼼꼼함이 좋았습니다. 최대한 멋진 화면을 어떻게든 만들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이는 편집과 미장센이었어요. 적당히 유치하고 적당히 예쁘고 그랬어요. 80년대풍 신스 베이스에 현대적인 힙합 보컬 사운드를 얹어 둔 음악도 분위기 조성에 큰 몫을 담당합니다. 몽롱하게 취해서 보기 딱이었어요.

주인공을 소개하는 첫 장면은 좀 별로이고 기능적으로도 딱히 의미는 없었어요. 실망. 화면이 예쁜 영화인데 첫장면이 가장 구립니다. 그래도 꼼꼼히 이어붙힌 예쁜 화면들 때문에 그럭저럭 초반을 넘겼구요. 뭔 줄 아니까 본격적이 될 때까지 기다려 줄만은 했어요. 그만볼까말까 하는 딱 그 시점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더라구요. 빌런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속도감이 꽤 좋습니다. 이야기에도 꽤나 살이 붙어 있구요. 덕분에 중이병 감성에 취한 우울한 주인공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봤습니다.

캐스팅이 좋습니다. 다들 기존 이미지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써먹어서 배우들도 재밌었을 것 같아요. 캐스팅 자체가 영화에 기여하는 면이 크네요. 나오는 얼굴들도 신선하구요. 전종서가 제일 다른 게 없었습니다. 전종서랑 김지훈이 열심히 했지만 액션은 그냥저냥이었고요.

이천년대 김지운이나 박찬욱이 묘사하는 방식으로 범죄자나 범죄를 묘사하고 있어요. 다들 잔인한데 허술해서 좀 웃깁니다. 다루는 범죄는 요즘의 것이지만 그래서 옛날 영화들 생각이 많이 나요. 전체적인 구성은 '아저씨' 같기도 하고요. 익숙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뭔가 다르긴한데 딱집어 말하기가 어려워요. 아슬아슬하긴한데 답답한 전개가 없어서 계속 봐졌네요. 다루는 범죄 자체가 무거워서 부담이 없지는 않기는 하지만 고어묘사 수위가 약하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디테일보다는 감정과 속도감에 신경을 쓰는 영화입니다. 클리셰를 살짝씩 빗겨가는 솜씨도 좋고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지만 그게 말이 된다는 점이 이 영화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것 같네요. 전작인 '콜'보다는 훨씬 좋았어요.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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