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15:29
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있을때는 뭐니뭐니해도 성공보수 챙겨먹.....아, 이게 아니라
억울하게 옥살이 할 뻔한 사람들을 구해냈을 때지요
즉, 큰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 받아냈을 때 입니다.
작년에 아주 힘들게 무죄판결 받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1심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징역 8년을 때려맞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고 쓴 이유는 경악스럽게도 판결문에 '유죄로 인정한 이유'가 한줄도 안 써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무죄판결 받기까지 이 사람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구속되어 있었구요.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상고가 기각되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것이 작년 11월 중순입니다.
그 사이에 나름 잘 나가던 사업체가 홀라당 날아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건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습니다만, 상당히 많은 정신적 고초를 겪었고
앞으로 동종 업종으로 재기하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1심 판결 선고될 무렵에 부인이 아이를 출산했는데 구속집행정지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실형확정되어도 잘만 받아주더만요.
덕분에 부인은 남편도 없이 혼자서 만삭기간을 버텨내고 출산을 했는데
출산을 하고보니 떡하니 소아암 판정을 받았다지요
한마디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난 셈입니다.
생사람을 잡은 거지요.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보통사람같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판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나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소심에서라도 무죄판결을 받긴 했으니까요
정말 황당한 상황이 그 이후에 벌어집니다.
국가가 생사람을 잡았으니 당연히 돈을 물어줘야 됩니다. 형사보상청구라고 합니다.
올해 1월 초에 법원에 형사보상청구를 넣었습니다.
근데 결정을 안해줍니다.
보통은 한두달, 늦어도 두세달 안에는 결정이 나와야 되는데 결정을 안해줍니다.
형사보상 사건은 다른 민사나 행정사건하고는 달라서 별로 심리할 내용도 없고 결정금액도
사실상 직권으로 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는 종류의 사건이거든요.
그러다 6개월을 훌쩍 넘긴 이달 중순에서야 결정문이 왔더군요
형사보상법상 상한액을 계산해서 8천만원 가량을 청구했는데 딱 절반으로 나왔습니다.
꼴랑 4천만원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일당 10만원에 변호사비용중 극히 일부만 인정된 것이지요.
많이 억울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거라도 받아야죠.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법원 결정문을 가지고 검찰에 지급신청을 해야 됩니다.
법원 결정을 통해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 신청하면 규정상 10일 이내에 통장에 돈을 박아줘야 됩니다.
근데 돈이 없답니다.
네.... 나라에 돈이 없대요.
http://www.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552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508000261&md=20140511004827_BK
올해분 예산은 1월 한달만에 소진되었고, 추가로 받은 예산도 6월에 엥꼬가 났다는군요
그런관계로, 저 돈도 언제 나올지 모른답니다.
대한민국은 언제쯤 선진국이 될까요?
2014.07.29 15:34
2014.07.29 15:39
이 돈이 나와야 앞선 무죄사건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게 함정이죠ㅠㅠ
잘하면 제돈도 떼이게 생겼습니다=o=;;;;
2014.07.29 15:37
2014.07.29 15:40
사람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시군요!
2014.07.29 16:05
2014.07.29 16:09
저도 여기 줄서보아요 'ㅅ'
2014.07.29 16:48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강동원 기럭지는 떼인돈 받아주는 사람 앞에서는 암것도 아니지요
2014.07.29 15:38
헐ㅠㅠ 역시 불평말고 외국으로 나가는게...는 농담이고요
저렇게 돈없다 배째라면 네 그렇습니까 받아들일수밖에 없는건가요? 진정 그런건가요ㅡ ㅡ;;;2014.07.29 15:41
주기야 주겠죠. 몇달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지연손해금 지급청구소송을 할 수도 있긴 있겠습니다만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고 판결 나기 전에는 지급이 될테니까 별 소용도 없는거죠
사실상 그냥 드러누워서 기다리는 수 밖엔 없는 상황입니다.
2014.07.29 15:41
정말 이 나라에서 살아도 되나 싶은 위기감이 드네요.
2014.07.29 15:46
그러게 말입니다.
2014.07.29 15:48
야 너 징역 8년 → 아니네? 미안;;; → 돈으로 주면 되잖아 얼마면돼? → 아 그건 너무 심했고 딱 반만 받아라 그게 어디냐 → 음? 그 돈도 없네 미안; 담에 줄게 → 언제줄거냐고? 아 나야 모르지...
이거 뭐 양아치인가...
2014.07.29 15:51
2014.07.29 16:03
쩝...
뭐라 말이 안 나옵니다.
한국 정부보다 훨씬 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한 미.유.나라들에서도
정부가 빚을 지더라도 저런 건 오래 걸리지 않고 주는데 말입니다.
...쩝.
뭐 제가 이런 이야길 했다면 아마 인정하기보단 물어뜯으려는 사람들이 열 곱절은 더 많았을 거 같군요.
역시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냐보다 누가 이야기하느냐가 더 중요한가 봅니다.
ㅠ.ㅠ
아 그리고,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글 만이 아니라 앞에 써 주셨던 글들 까지요.
2014.07.29 16:13
[미.유.나라들에서도 정부가 빚을 지더라도 저런 건 오래 걸리지 않고 주는데 말입니다.]의 통계를 시계열(5~10년)/나라별(3~5개국)로 비교 정리하시면 인정해드립니다.
2014.07.29 16:17
http://www.npr.org/blogs/money/2014/06/16/320356084/when-innocent-people-go-to-prison-states-pay
미국의 경우는 주들 중 절반 가량은 아예 돈을 안 줍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지어내서 지껄이는 게 특기인거죠.
2014.07.29 16:20
2014.07.29 16:17
http://www.npr.org/blogs/money/2014/06/16/320356084/when-innocent-people-go-to-prison-states-pay
미국의 경우는 주들 중 절반 가량은 아예 돈을 안 줍니다. 그냥 닥치는 대로 지어내서 지껄이는 게 특기인거죠.
절반이 안 주면 절반은 주는 건데 참 되는 대로 지껄이는 게 특기야요, 진짜.
그리고 제가 먼저 님한테 막말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언제나 주저없이 되는대로 막말을 해대는군요.
혹시 지우거나 변조할까봐 따서 증거를 남겨 둡니다.
2014.07.29 18:14
링크하신 내용은 절반가량은 돈을 주고 절반가량은 돈을 안 주고 그런 얘기가 아니라 'exoneration'에 수반되는 보상액이 정해져 있느냐 아니냐 얘기죠. 정해진 금액이 없으면 소송을 해서 받아낼 수 있는 겁니다. 아예 안 주는게 아니라.
하지만 정해져 있건 아니건 이게 (지방)정부에 부채가 있어도 빠른 시일내에 지급한다는 얘기랑은 전혀 상관없죠. 애초에 그리 주장하신 분은 어떤 근거도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2014.07.29 16:16
2014.07.29 18:01
보다보다 답글 답니다.
"한국 정부보다 훨씬 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한 미.유.나라들에서도
정부가 빚을 지더라도 저런 건 오래 걸리지 않고 주는데 말입니다." 란 말과
Notifier님이 근거와 함께 제시한 "미국 주 절반이 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은 정면으로 배치되는 거 아닙니까?
남이 "지껄이다"는 말했다고 본인 말마따나 트집퍼 노릇하지 마시고 본인 주장부터 엄격하게 검증하셨으면 합니다.
파릇포실님 쓰시는 글마다 일부 드립에 선문답이란 단어 뜻도 모르고 쓰시는 등 오류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내뱉는 언설의 과감함에 비해 조금이라도 팩트 확인을 하려는 노력은 안 보여서 보기 거북합니다.
2014.07.29 16:11
교도소와 구치소로 나뉜다고 알고 있는데 유죄판결 후 재심까지는 구치소에 갇히는거죠? 억울한 옥살이라는 것은 항소심을 넣기 전까지는 교도소에 있는단 말인가요? 07년 1심 형사사건 무죄비율은 1.31%이었다가, 09년에 2.02%로 고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추세라는 건가요, 상상했던 것보다 꽤 높은 수치네요;
무죄 판결에 따라 지급된 형사보상액 (당초 예비비 140억 책정, 이후 405억 추가 책정 후 1달여 만에 소진)
12년 532억, 13년 577억, 14년 6월 543억.
무죄 판결로 지급된 국가배상액
11년 808억, 12년 1339억, 13년 574억, 14년 6월 987억.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군요. 법무부의 자료에 따른다는데, 저 판결들의 기소 시점과 항소 시점, 그리고 무죄 판결 시점의 평균값 등이 궁금해지는군요. 얼마나 오랫동안 보상도 인정도 못 받다가 지급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2014.07.29 19:21
원칙적으로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미결구금이라고 해서 '구치소'에 있게 되구요,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상소를 하면 재판이 상급심으로 넘어가고 판결은 확정되는게 아니기때문에 계속 미결구금상태입니다.
상소를 포기하거나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상고가 기각되면 판결이 확정되구요, 판결이 확정되면 기결수로 신분이 바뀌어서 '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근데, 구치소 수용인원이 초과하거나 관할구역에 구치소가 없는 경우에는 '교도소'에서 미결구금상태로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심'은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 아주 제한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을 다시 여는 거구요
기소가 되기 전에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상태로 재판이 개시된 경우,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구속기한이 만료되지 않는 이상은 보통 재판 확정시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2014.07.29 21:28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래서 구속수사가 사람들에게 크게 느껴지는 거군요. 일단 잡혀있어야 되니. 재심과 상급심의 차이도 잘 들었습니다.
2014.07.29 16:21
국가가 돈이 없는 건 분명합니다. 아마 지난 정부 때 최대한 끌어다 썼겠죠. 머리 좋으신 이명박 전 대통령이니. 국가 부도나 파산으로까지는 가지 않기 위해 국민들을 쥐어짜고 있고요. 궁금한 건, 지금 정부에서 이쯤 되면 지난 정부를 털어서 비용을 충당할 법도 한데 절대 그렇게 안 한다는 거죠. 여기서 음모론이 싹트기 시작하는 겁니다.
2014.07.29 16:22
한 통속이쟎아요,
한 집안의 같은 악당들.
2014.07.29 16:25
헐...삽질할 돈은 있고, 자기가 잘못한 데에 물어줄 돈은 없다니, 정말 이 나라가 어찌되려는지....
2014.07.29 16:27
2014.07.29 16:32
엿같네요. 국가는 한 인생 망쳐도 여유만만이군요. 저런걸 잘물어줘야 정신 차리고 다음부터 안하는데, 우리는 피해자보다 가해자가 보상금 물어주다 망한다고 호들갑 떨고 더 웃긴건 노동자 파업 소송으로 수십억원씩 물어내라고 하는거. 사법계에서만큼은 부익빈 빈익부임.
2014.07.29 16:40
2014.07.29 16:43
2014.07.29 16:43
나라가 막장이 되었다고 생각은 했지만서도 이렇게 확인할 때마다 참담한 기분이 드는군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2014.07.29 16:43
2014.07.29 16:48
대통령은 재직 하고 있는 동안은
어떤 경우에도 몸이고 그의 돈이고 터치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그색히들(...)도, 무현통이 퇴직하고 난 다음에나 토끼몰이할 수 있었죠.
2014.07.29 19:16
어익후... 잠시 외근다녀 온 사이에 글이 예상외로 흥했네요
마누라한테도 못들어본 소리를 듀게에서 듣다니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부지불식간에 덕을 많이 쌓았는가 봅니다.
일일이 답글 달아드리지 못해 죄송럽네요*^o^*/
2014.07.29 20:46
그래서 최경환은 기업들이 쌓아놓은 돈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재정은 지난 정부가 거덜냈고, 더이상 중산층 이하는 쥐어짤수도 없고, 기업/부자들은 세금 더 내라면 못해먹겠다고 난리고.. 머리가 아프긴 하겠네요. 하여간 정부는 주기로 약속한 돈은 칼같이 줘야하는 것 아닌가요? 육아수당이나 실업급여 안나오면 난리날텐데 이런 분야는 항의가 어려울테니 후순위로 계속 밀리는 걸까요.. 그나저나 1월에 예산 바닥났다면 지난해 잘못된 선고가 급격히 는건지 예산 담당자들이 계산을 잘못한건지 궁금하네요. 6월까지 버틴 돈도 예비비로 충당한거면? 하반기에는 어디서 돈이 나오나요?
2014.07.30 07:50
챙겨먹...까지 음, 그렇지 끄덕끄덕 읽었는데!
고생 많으십니다. 떼인돈 꼭 받아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