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리뷰랄라랄라] 여대생 기숙사

2010.06.10 22:43

DJUNA 조회 수:4144

[여대생 기숙사]는 1983년작 슬래셔 영화 [The House on Sorority Row]의 리메이크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원작의 이야기가 반드시 복원해서 현대화시켜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그냥 몸매 좋은 20대 처자들을 모아놓고 한 명씩 무참하게 죽이기 위한 핑계를 만들기 위해 원작의 판권을 사들였을 게 분명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리메이크작은 원작에 그렇게까지 충실한 편은 아닙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사고의 내용도 다르고 범인도 다르며 사용되는 무기도 다릅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여대생들이 기숙사에서 살해당한다는 조건만 지키면 아무도 불평하지 않을 겁니다. 


영화의 내용은 '자업자득'이라는 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대생 기숙사의 아이들이 바보 같은 장난을 치다가 그만 친구 한 명을 죽음으로 몰고갑니다. 이들은 시체를 암매장하고 모른 척 하지요. 8개월 뒤, 기숙사에 졸업생 가운을 입은 살인마가 나타나, 친구를 죽게 한 바로 그 도구로 사람들을 한 명씩 살해합니다. 영화 후반에 범인의 정체가 진범이 밝혀지고, 그 전에 그와 관련된 복선도 몇 개 깔리지만, 그렇다고 정말 영화를 보면서 범인이 누구인가 고민하는 관객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도입부의 죄, 범인의 동기, 주인공의 갈등. 이런 건 다 핑계이고 장식입니다. 진짜는 10여 분마다 한씩 일어나는 살인 자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살인 장면들은 어떨까요? 매끈하게 잘 뽑았습니다. 하지만 자극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이 영화에는 관객들이 걱정해주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사극에 나오는 포졸들이 죽건 말건 시청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의 관객들도 이들의 생사여부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걸어다니는 시체들인 겁니다. 그 결과 서스펜스의 가능성이 상당부분 사라져 버리고 그와 함께 자극도 날아가버립니다. 슬래셔 팬들은 상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전 잠재적 희생자에 대한 몰입은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슬래셔 장르가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다 써먹었기 때문에 살인장면들이 평범한 반복처럼 보이는 것도 단점이고요.


캐스팅은 심심합니다. 전 드미 무어와 브루스 윌리스의 딸이라는 루머 윌리스, 유일한 동양계인 제이미 정, 메인 악당인 레아 파입스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영 구별이 힘들었습니다. 기능상 구별은 가능했지만 그래도 비슷비슷한 애들이 모인 무리라는 느낌이 강했죠. 아마 그들을 보다 잘 아는 현지 관객들이나 미드 팬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둘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타등등

제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게 아닌데, (전 애국심이니 동포애니 그런 거 잘 모릅니다) 그래도 제이미 정이 그 중 가장 예뻐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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