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무스비'는 일본식 니키리스시(쥠초밥)이 하와이로 건너가 정착한 음식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생긴 건 초밥 - 그것도 무려 군함말이 스타일 - 이지만, 이름이 '오무스비(주먹밥)'에서 비롯된 것에서 보듯 밥의 양이 꽤 많아서 사실상 주먹밥이긴 하죠. 자세한 역사라든가, 만드는 법 등은 '강우'님의 블로그 포스트( http://foodnjoy.egloos.com/4748116) 를 참조하시면 될 듯합니다.




저 블로그 글과 거기 써 놓은 제 댓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만, 국내에도 이 스팸무스비 체인점인 '라이스팜'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이대 앞에 매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인근 스테프핫도그와 함께 스리슬쩍 같이 사라져 버렸더군요. 검색해 보니 서울에서는 강남 쪽에 한 군데랑, 동덕여대 앞에 한 군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제가 발견하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아 문을 닫은 듯하더군요-_-; (자주 가 보지는 않아서 폐업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오후 여섯시에 문을 닫을 리가 없잖...)





오랫만에 사서 먹어 보니, 과연. 이 체인점이 정착 못하는 이유를 알 만도 합니다. - 패스트푸드화를 시키다 보니 밥이 너무 고슬하다 못해 딱딱할 정도였던 거죠.

일본인들처럼 오버스펙의 고급쌀을 양산해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우리 한국인들도 주식이 밥인지라 쌀맛에는 꽤나 민감한 편이죠. 만날 이천쌀만 고집해서 쌀푸대 찾아 경동시장 삼만리.... 까지는 아니더라도, 엠티가서 밥 지을 때, 선발대가 통일벼에서 추청(아끼바리) 같은 품종으로 장을 봐서 갖다주면 십중팔구는 "야아, 오늘 밥맛 좋은데여!" 소리가 안 나올 리 없을 터.




어쨌거나.... 하다못해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 시리즈 정도의 찰기만 보장해 줬어도, 이 아이템 꽤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에 나온 오무라이스팜 같은 메뉴는 소스와 가다랭이포가 어우러져서 맛이 꽤 괜찮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밥을 뚝딱거려 만든 먹을거리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항간에는 저한테 '면식의 괴수'라는 별명을 붙여 주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드디어 12년간의 '독일인' 별명에서 벗어나는군 예전에 GS25계열에서 소금간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 심지어 김도 안 붙인 -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의 '주먹밥'을 내놓았을 때, 저는 꽤 만족스러웠죠. 고시생자취 생이 아침에 밥 차려 먹기는 참 바쁘고,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먹자니 속 다 버리고, 또 아침부터 면식수행 사발면 먹었다간 속도 쓰리고 화장실도 가야 되고.(.....)

(*의외로 김밥은 한 일주일 먹으면 질립니다. 날마다, 오래 먹다 보면 파는 김밥집은 대개 밑간을 강하게 하면서 조미료도 많이 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MSG가 몸에 좋건 나쁘건 간에 많이 먹으면 확실히 물리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라이스팜을 괴수 서식지 동네 인근에서 발견했을 땐 참 기뻤는데 또 문을 닫아 버리니까 참... 이거 밥맛만 좀 괜찮았으면 의외로 꽤 든든한 식사가 될 수 있었지 말입니다. 밥의 양이 웬만한 주먹밥 1.5배 분량이거든요.




- 그러다가 이 '카모메 무스비' 고대점을 발견했을 때는 은근히(뛸 듯이?) 기뻤더랬지요. 원래 홍대 쪽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한데, 홍대에서는 언제나 홍대 정문 오른쪽의 '밥알한주먹'을 더 자주 가기에... (여기 주먹밥은 진짜 어른 주먹통만하죠. 문자 그대로 주먹밥. 사극에 가끔 보면 가마솥 앞에 줄지어서 아낙네들이 만들어내는, 그런 놈. 이거 세 개 싸들고 나아가 직접 적장의 목을 베리)

어쨌거나, 이 집이 고대 육쌈냉면 맞은편에 소리소문도 없이 입점해 있었습니다.




메뉴.




일단 카모메 무스비와 구운 명란, 이렇게 두 개 주문해봤습니다.




카모메 무스비. 가장 기본되는 메뉴. 아무것도 안 들어간 소금주먹밥에 후리가케만 뿌린 것.




간식이 아니라 끼니 때우기로 먹기에는, 오히려 속에 아무 것도 안 들어간 게 저는 더 좋더군요.




구운 명란 무스비. 명란 조각이 더 딸려왔더군요(....) 처음 뽑아 본 것 치고는 꽤 괜찮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일본 만화에서 가끔 구운 명란젓 주먹밥 같은 게 등장했던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명란젓이 평소에도 후덜덜한 가격인지라 같은 돈이라면 고기를 선택하듯 그냥 경제적으로 좋겠다 싶어 골랐는데, 잘 된 택입니다.

게다가 남쪽지방 출신이 되어 놓으니까 해산물에 환장하는 개인적 취향도 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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