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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첫번째로 제대로 감상한 넷플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thoma님이 글 올려주셨던 <페일 블루 아이>는 개인적으로 저랑 너무 맞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중도하차를...



멕시코의 한 나이 든 어머니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한 모임에서 자신이 한 때 딸을 둔 엄마로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는 불안증세를 겪은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는데 결국 자신이 상상했던 그 어떤 것보다 더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딸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죠. 그리고 이 날은 딸이 실종된지 정확히 9개월이 되는 날이었죠.



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도 그렇고 벌써 이 영화가 얼마나 깝깝하고 암울한 전개가 될지 예상이 되시겠죠. 그녀의 딸이 무사히 돌아와서 재회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관객들도 알고 작중 인물들도 다 알고 주인공 자신조차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중간에 어떤 캐릭터가 말합니다. 만약 여태 살아있을 경우 그녀가 겪을 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시신으로 발견되길 바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딸을 찾기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죠. 다행히 주인공을 적극적으로 돕는 한 젊은 여기자와 함께 실낱같은 단서와 희망을 쥐고 주인공은 딸을 찾기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그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런 사건들이 너무나도 만연하여 사람이 아닌 그저 통계의 숫자로 전락해버린 피해자들과 어떻게든 찾으려는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픽션이지만 각본가가 실제 수많은 피해자 가족들에게서 직접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는 그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런 픽션 영상물이나 뉴스에서 전해들었던 카르텔에게 돈을 받아먹는 부패한 멕시코 정부, 공권력이 힘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안되고 좌절스러운 일인지도 뼈저리게 간접체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정말 필요할 때는 너무나도 늑장을 부리고 무능력하더니 자기들에게 필요한 작중 어떤 시점에서 너무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어떤 일을 처리해버리는 장면이 나왔을 때 너무나도 기가차고 분노가 치밀어올라 모니터에다가 비명을 지르고 싶었을 정도입니다.



결국 막판 클라이막스와 엔딩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시퀀스에서 감독과 제작진이 강력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절실하게 외치고 싶은 메시지가 대놓고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하지만 선동을 당한다는 느낌이 아닌 정말 이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에 너무나도 격렬하게 공감하게 만듭니다.



포스터만 봐도 확 느낌이 오시겠지만 주연을 맡은 Julieta Egurrola 배우의 얼굴과 연기력에 영화의 많은 부분을 맡기고 있는데요. 정말 이 무겁고 어려운 작품을 너무나도 강렬하게 캐리해주십니다. 연기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장면들을 주인공 캐릭터의 시점에서 체험하도록 프레임을 짰는데 보통 이런 스타일의 영화일 경우 아카데미 비율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약간 더 넓은 1.66:1의 화면비에 유려한 촬영으로 대부분 황량하지만 때로는 아이러니하게 아름다운 멕시코 곳곳의 풍경들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아트하우스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딱히 심하게 멋을 부린다거나 하는 기법은 거의 쓰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나도 절절한 진실된 호소력으로 관객들을 설득시키는 힘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만 우리나라 돌아가는 현실도 깝깝한데 굳이 훨씬 암울한 다른나라 이야기까지 보고싶지 않으신 분들도 있을테니 그냥 각오가 되신 분들께만 조심히 추천드립니다. 평소에 멕시코 카르텔을 소재로 다룬 영화나 시리즈를 보면서 '멕시코란 진짜 저렇게 생지옥 같은 나라일까? 일부러 자극적인 부분들만 강조하고 재생산하여 팔아먹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하기도 했었는데 엔딩 후 뜨는 자막들을 보니 역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의 현실에 섣부른 의심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교훈을 또 얻게 됐습니다. 엔드 크레딧 제외하면 1시간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인데 기왕 끝까지 보셨으면 크레딧 시퀀스도 다 보시길 바랍니다. 노래 아닌 노래의 엔딩송 가사가 마지막에 또 한동안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드네요.



"왜 내 딸이었죠?" 


(웃으며) "섹시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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