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1 22:33
1.
듀게에 그림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서 반가워요.
저는 그림니르님이 분류하신 정밀묘사도 캐리커처도 풍자도 못 하지만..
낙서 하나만큼은 열정적으로(?) 합니다.
예전에야 말할 것도 없이 수업 시작하면 자동으로 쓱쓱..
요즘은 전화받으면서 주로 낙서를 하는 거 같아요.
어릴때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4살때, 손을 떼지 않고 선 하나로 펭귄 그리는 것을 본 어머니는
이 아이는 장차 그림신동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저를 미술학원에 보내셨지만
(이후에도 각종 분야의 신동이 될 '뻔'..)
수채화라든가 그런 건 어릴땐 곧잘 했어도 크면서는 잘 안되더군요.
피아노학원을 그만두고 바로 옆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처음! 다니게 됐던 날 어찌나 기뻤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예요.
크면서 미술에는 흥미를 많이 잃어버리고
역시 감상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데 소박하게 만족하고 있네요.
2.
그 결과
5살부터 8살까지 미술학원에 다닌 그림신동의 결실은 고작 이런 것..
이면지+줏은 연필. 초라하군요.;;
듀게에 계속 올라오는 그림 이야기에 필받아서 야근하다말고 이면지에 그려봤어요.
'싸이 이미지'라고 치니까 예쁜 그림이 많이 나오네요.
오랜만에 연필 잡으니 선이 원하는대로 안 그어져서 고생했어요.
중학생 시절, 친구들이 쉬는시간에 그림 그려달라며 종종 찾아왔었는데 주요 주문 사항은
'고종수와 내가 버스안에서 손잡고 잠들어있는 걸 그려줘' 라든가,
'이동국 발리슛한거 그려줘' 라든가, '안정환이랑 결혼식하는거 그려줘....(-_-)'같은 거였죠.
그 당시에 저와 제 친구들이 고종수+이동국+안정환 트리오에 열광하던 때라....
역시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은 디테일이 매우 허술합니다.
한번은 그림 좀 그린다는..미술 특기생 같은 옆반의 친구가
제 그림을 가져가더니 '비례가 안맞네 비례가' 이래서 상처받은 기억이..
저는 물건은(또는 물건이 가득한 방) 그런대로 스케치 할 수 있겠는데
사람은 도저히 만화 풍으로 말고는 그릴 수가 없어서 약점이라면 약점인데
심지어 남자는 이상하고 여자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른쪽을 보고있는 얼굴은 못그립니다. 하하.
즉, '왼쪽을 보고있는(혹은 정면을) 여자사람'만 그려요.
그나마 직장다니면서는 몰래 낙서하기 같은것도 눈치보이고 할 시간도 없어서
보통 이면지에 대고 볼펜으로 쓱쓱 그립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이면지+모나미.
어차피 시간때우기 또는 스트레스 해소용이지만
기분이 좋을때는 옆 동료의 얼굴을 포스트잇에 그려준다든가 하기도 해요.
만화풍 그림은 어쩐지 듀게분들 취향은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과 놀아줄 때는 아주 유용하답니다.
그림 그려주고 색칠해봐 하면 굉장히 좋아해요.
3.
처음에는 창작게시판에 그림도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어, 나도 올려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낙서를 올리는 건 듀게의 퀄리티를 위해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못 올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차피 이면지에 낙서한 것들은 굴러다니다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니까
막상 그림 올려볼까 싶을땐 그려놓은게 없기도 하고..
오늘은 그림 이야기가 많이 올라왔으니까 살짝 묻어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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