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가장 아름다운 염세주의 영화

저는 어렸을 때 한밤 중에 티비로 이 영화를 봤는데 한없이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봤네요.
왜 눈물이 나는지 이유도 몰랐습니다. 그 때 물었으면 그냥 화면이 너무 아름다워서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나르시즘적 염세주의가, 주인공도 이쁘고 화면도 이쁘고 그래서 그런가 그 자체로 마치 젊음의 특권과 낭만, 이상처럼 느껴졌어요. 나르시즘도 허무주의적 냄새를 풍기는 것도 어릴때나 이뻐보이지 나이들어 그러면 다 못자란 애어른같이 좀 주책일거 같아서리-ㅅ- 그 허무함마저도 예쁘고 부럽고 그렇던데 쓰고보니 뭐 이렇게 영감같은 소릴;; 그리고 염세적일 수도 있고, 어찌보면 주인공은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곳으로 돌아간 것이니 어린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는 엔딩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깊은 바다 아래 공간으로 잠수하는 사람에겐 세상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다가 아니었다면 또 달랐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본문 사진(영화 첫장면)처럼 자크에게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물고기가 친구였고 바닷속이 놀이터였죠. 나중에 조안나에게 돌고래 사진 보여주며 이게 내 가족이라며 울음을 터트렸듯이 자크도 그것을 슬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밖에서는 숨쉬기 불편한 물고기처럼(실제로 영화속에서 과학자가 자크의 몸은 사람이 아닌 물고기 같다고;) 바다로 가려고만 하죠. 그런 자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엔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둘이 성장 환경은 너무 달랐지만 자크가 아빠를 잃던 순간 옆에서 지켜본 엔조가 쟈크의 이름을 반복해서 외치는데 그게 자크의 상실을 깊이 나누는 것처럼 보였어요. 자크도 알았을 겁니다. 18년만엔가 다시 만났지만 세상 누구보다 자크를 잘 알고 자크를 아끼는 친구죠. 땅위에서는 자크의 유일한 친구. 성인이 된 자크는 몸만 커졌지 사실 전혀 크지 않은 듯이 보여요. 어린 자크 그대로. 인간관계도 사회적 기반이나 커리어도 없고 여자도 모르고 세상도 모르고 여전히 바다에서만 살고 아이처럼 웃고있죠. 그 다름에 매혹되었던 조안나가 다가왔다가 바다와 경쟁하기 싫어 떠나버리지만 곧 다시 제발로 돌아옵니다. 그때 조안나는 어느정도 포기와 각오를 하고 왔을 거예요. 웬만한 건 견디겠다고. 설마 진짜로 바닷속으로 완전히 떠나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자크는 어릴 때부터 줄곧 속해있고 벗어날 수 없는 그곳, 유일한 친구가 간 그곳, 조안나가 이해할 수 없고 가닿을 수 없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거죠. 저도 여성이고 어쩜 이렇게 상황이 똑같을까 싶은 경험도 (조안나 입장에서)있었지만, 자크에게 감정이입이 쉽습니다. 외로운 유년 시절을 겪었기 때문일까요.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자크를 이해합니다.

저도 자크의 단독을 어느정돈 상상해볼순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밸런스가 다 부서져도 한 꼭지점에만 매달리는 그러한 사람들이 종종있죠.

영화에서 그를 가장 잘 아는건 제 생각에도 엔조라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엔조는 자크의 아버지의 죽음도 보았을뿐더러, 엔조는 바다를 잠수하는 사내입니다. 그렇기에 바다의 한 파편같은 자크를 그나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자크는 죽음을 각오하고 일생을 바다에 투신한 엔조에게 인어같은 존재였지 싶어요.

영화를 방금 보고 와서 그런지 모든 글들이 와 닿네요. 포스터로만 보던 영화를 이제야 봤네요. 음악이나 연기 스타일은 이제는 조금 촌스럽고(쌍팔년도 영화이니...), 2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은 조금 지루하더군요. 하지만, 한 없이 가라 앉던 엔조와 한 없는 푸름 속으로 돌고래와 함께 헤엄쳐 가던 자크의 모습이 여운을 남기네요.

우연히 저와 닉네임이 같으시네요. 가입을 저보다 훨~씬 먼저 하셨으니 우선권이 있으신데......전 한글이니 상관없겠죠? :-)

멋진 영화글입니다. 참 잘 읽었고 많이 와닿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뭔가 벅찬 기쁨, 환희 같은 감정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고
그것과는 다른 존재방식- 예를 들면 전생이라든가-에 대해 달리 아는 바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 세상을 언제까지나 낯설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 바로 자끄가 그런 사람이죠.